성의 전투

영화감상평

성의 전투 <The Battle of Sexes,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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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attle of the Sexes
Director        Charles Crichton

Stars        Peter Sellers Constance Cummings


영화는 성별 전쟁이라기 보다는 젠더 전쟁이고, 동시에 영국식 보수주의와 미국식 합리주의 대결이다.

그러나 사실 이런 가치의 대결이라기 보다는, 자본주의 내 대립하는 두 집단의 기득권 전쟁이다.

보수주의자이자 원리주의자인 피터는 자유주의자이자 개혁주의자인 앤지에 의해 회사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다.

그는 동네 극장에서 탐정추리극을 관람하며, 범죄를 학습하고 완전범죄를 추구한다.

그가 영화를 통해 범죄를 학습해서일까, 감독은 클라이막스에서 그가 추구하는 완전범죄의 과정을 필름의 문법을 통해 완벽하게 구현해준다.

15분간의 클라이막스에서, 감독의 이 "슬랩스틱 서스펜스 코미디"는

피터와 앤지의 블로킹과 이를 쫓는 유려한 카메라무빙샷과 반응샷, 그리고 연속편집을 통해 제공된다.
이러한 '서스펜스 코미디'의 논리는, 독자는 모든 정보를 알고 피해자는 모든 정보를 모른다는 것을 전제로하는데,

피터의 어설픔과 슬랩스틱을 통해 이 논리는 비틀어진다. 이는 히치콕식 서스펜스의 슬랩스틱 판본이다.

클라이막스는 크게 3개의 구조로 이루어져있다. 1. 피터의 물리적 살인 2. 피터의 미치광이 연기 3. 피터의 숨박꼭질.

몇몇 숏들을 간단히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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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앤지는 피터에게, 냉동실 칸의 바닥을 식칼로 쑤셔서(stab) 얼음통을 빼오라한다. 피터가 얼음통을 빼오자,

앤지가 식칼을 간단히 뺏어가며 프레임아웃하고 피터는 자연스레 단독샷이되어 그에게 트랙-인하여 그의 반응샷을 담는다.

그가 허망함에에 시선을 외화면에 주자, 컷은 점프하여 바로 싱크대 서랍장 위 식칼의 클로즈업샷으로 연결된다.

프레임-인하는 피터의 손이 식칼을 잡자, 앤지가 프레임-인하여 서랍에 식칼을 넣어버린다.

그의 살인에의 노력은 이처럼 간단히 저지되고, 이 황당한 결과에 피터의 반응샷이 클로즈업되면,

여기에 놀리듯 태연하게 앤지가 프레임-인하여 투샷을 만들고 술을 따른다.

감독은 이처럼, 피터의 클로즈업샷들을 통해 그의 허망한 심정을, 동시에 이를 본 독자에게는 허망함의 코미디를, 가장 정확한 샷으로 프레이밍해낸다.


테이크는 이어지며 피터의 등뒤에서 붐다운하여 다시 피터가 서랍장을 열어 식칼을 집으려는 모습으로 재프레이밍된다.
카메라는 45도 회전하여 투샷을 만들고 앤지가 피터의 왼손에 술을 건네고 무방비로 등을 보이자,

피터는 오른손에 식칼을 높이 들어 그녀를 찌르려한다(stab). 그러나 그가 꺼낸것은 거품기였다.

그녀가 프레임-아웃하여 부엌을 나가자 피터는 이번에는 식칼을 제대로 뽑아들고 그녀의 등을 찌르려 칼을 들고 쫓아가는데 회전문에 칼이 꽂혀버린다.



창문을 열어 담장의 철꼬챙이에 그녀를 추락시켜 죽이려는 피터. 창가의 투샷과 티비의 어린이 성가대 모습이 병치된다.

창문에 머리를 내민 앤지를 마침내 완벽하게 죽일수 있다는 생각에 피터가 그녀의 다리를 잡자 커팅되고,

다시 티비의 어린이 성가대의 노래로 커팅된다. 다시 컷백하여 피터가 어린이들 성가에 마음이 동요되는 모습을 풀샷에서 클로즈업으로 트랙-인한다.

이때도 카메라는 풀샷에서 클로즈업샷으로 정확하게 프레이밍해 들어가 그의 감정적 반응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그가 살인을 포기하고 프레임 전경으로 이동하자 앤지가 그에게 다가와 투샷을 만드는데, 피터의 진심어린 사과를 그녀는 오해한다.

이에 앤지는 그를 데리고 쇼파로 가며 커팅, 다시 연속편집으로서 카메라는 측면으로 팔로윙하고 피터가 전의를 상실하여 쇼파에 앉자

카메라도 그를 따라 틸트다운한다. 이때의 카메라의 재설정은, 앤지가 프레임아웃하여 외화면에서

"피터가 술, 담배, 그리고 나를 죽이려 찾아왔다고 내일 직원들에게 말하면 아무도 안믿을거에요"라고 말하는 상황을 위해서이다.

이에 카메라는 피터에게 트랙-인하여 그를 클로즈업의 반응샷으로 포착한다. 그리고 앤지가 티비를 끈다. 다시 피터의 클로즈업으로 컷백한다.

마지막의 피터의 두 개의 클로즈업숏은 클라이막스 시퀀스에서 가장 훌룡한 샷이다.

이유는 앤지가 외화면에서 위 대사를 건넸을때, 실의에 빠진 피터가 다시 완전범죄의 희망을 되살리는 감정의 변화를 정확하게 포착한 샷들이면서,

기능적으로는 이 클로즈업샷들이 1장의 물리적 살인에서 2장의 미치광이 행세로의 서사의 전환을 동기화하는 샷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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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투샷에서 피터는 갑자기 득의양양하여 담배를 물고 술병을 들며 미치광이 행세를 한다. 피터가 일어서자 카메라도 붐업하고, 그가 앉자 다시 카메라도 따라 앉는다.

앤지가 피터의 헛소리에 놀라 일어서며 뒷걸음질치면, 피터는 그녀를 거실 오른쪽 구석으로 쫓아가고 카메라 역시 이들을 풀샷으로 따라간다.

다시 그녀가 그를 피해 왼쪽의 쇼파로 이동하면 피터 역시 무릎걸음으로 기어가 그녀를 덮칠듯 꽉 껴안는 것을,

화면 가득 타이트한 바스트샷으로 프레이밍한다. 이 투샷의 프레이밍에서 인터폰이 울리고 앤지가 프레임아웃하고, 혼자남은 피터는 겁에 질려 뒷걸음친다.

이제까지의 상황묘사는 1분17초간 이뤄진 롱테이크의 묘사이다. 클라이막스의 2장은 이처럼 커팅없이 단하나의 숏으로서,

거실 공간을 디긎자로 완주하며 블로킹하는 두 배우와 그들을 풀샷으로 따라다니는 카메라와 피터가 앤지를 덮치는 바스트샷의 프레이밍을 통해,

감독은 이들 인물과 공간의 상황 모든것을 단 하나의 쇼트로서 제시한다. 동시에 이 샷 역시, 인터폰 사운드를 통해 3장으로 넘어가는 샷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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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장은 미디엄숏과 풀샷만을 통해 그들의 숨박꼭질을 보여준다.
사장과 앤지가 2층 거실로 올라와 부엌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카메라가 쫓아가면, 반대편 문에 피터가 숨어있다.
피터가 거실로 나와 의자 뒤에 숨자 카메라도 그와함께 웅크리고, 사장과 앤지는 거실로나온다.

침실에서 피터를 찾는 사장과 앤지의 장면과 거실에서 증거를 인멸하는 피터의 모습이 교차된다.
침실의 그들과 거실의 피터 사이 모자가 중경에 위치한 프레이밍이 이어지고,
피터가 부엌으로 들어가면, 그들은 거실로 나온다.
다시 그들과 피터는 부엌과 거실 사이의 벽을 통해 분리되고,
카메라는 피터가 싱크대 서랍에 식칼을 넣고 유유히 떠나는 모습을 따라가며 3장을 끝낸다.

이 좁고 분리된 공간의 거실과 침실, 부엌을 오가는 인물들의 쫓고쫓김을,
감독은 간단한 컷팅과 카메라 무빙을 통해 하나의 공간으로 확장하고 하나의 숨박꼭질로 완성한다.

이렇듯, 영화를 보고 학습한 피터의 완전범죄는, 감독의 프레임과 프레임을 오가는 공간의 연출이 있었기에 성취될 수 있었다.


영국영화 특유의 심플한 카메라와 편집의, 찰스크레이튼과 피터셀러즈의 신들린 코미디. 걸작!! *LMDb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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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26 장곡  
자세한 소개 감사합니다.
24 umma55  
10점 주시지....^^
13 리시츠키  
피터셀레즈가 앤지집에 찾아가는 늦은밤, 경찰이 우연히 뒤에 나타나자,
그가 이리저리 눈치를 보다가 갑자기 우체통에 손바닥을 집어넣는 장면에서.....
저는 과연 피터셀레즈는 미쳤구나, 연기의 정말 천재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ㅎㅎ
이 장면에서의 연기는, 감독의 연기 지시인지, 아니면 대본에 의한것인지,
아니면 피터가 즉흥적으로 한 연기인지 궁금하더라구요~

이후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배꼽빠지게 웃다가,
다음날 오전에 사장이 앤지가 미쳤다며 피터와 대면시키는데,
피터가 커튼을 부여잡고 커튼뒤에 숨어서 계속 도망치는 장면도 정말 환장하게 웃었습니다ㅎㅎㅎ

팬심이든 객관적으로 평가하든, 피터셀레즈의 연기야 10점도 모자르다 생각합니다.
영화 내내 그의 연기에 정말 혀를 내둘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