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한 짐승

영화감상평

정숙한 짐승 <しとやかな獣, 1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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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ector:                    Yûzô Kawashima
Writer:                      Kaneto Shindô
Stars:                        Yûnosuke Itô

Cinematography by    Nobuo Munekawa
Film Editing by          Tatsuji Nakashizu
Production Co           Daiei Studios


<막말(태양전)>은, 명치유신으로, 다시 미일안보조약의 <정숙한 짐승>으로 이행한다.
바뀐 것은 단지 중세에서 근대, 현대로의 시간의 이행만은 아니다. 1957년 <막말태양전>에서의

회고와 애탄, 어떤 밝은 미래로의 화이트코미디(?)같은 결말은, 불과 5년후인 1962년,

고도성장기의 중산층 4인가족의 이 뒤틀린 블랙코미디를 통해 그 기대와 도덕률을 180도 뒤집는다.

자본주의를 떠받치는 이 4인가족 구성원들은, 따라서, 모두 그들 역할에 충실하다.

횡령과 사기, 배신, 그리고 성애마저 비지니스인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피해자와 약탈자,

약탈자와 약탈자, 서로가 물고 물리는 이 약육강식의 먹이사슬 꼭대기에 회계직원 아야코가 있다.

그리고 그들 모두의 머리 위로, 그들의 게임이 닿지않는 곳에서, 미일안보조약에 근거한

미군 비행기가 수시로 하늘을 날고 있다

결말에서 세무서 공무원의 죽음을 통해 아야코는 일말의 도덕적 자각을 갖게 되지만,
4인가족 구성원들은 끝까지 이 약탈의 비지니스 게임을 포기하지 않는다. 할 수 없다.
그들이 사는 아파트 단지가 마치 포로수용소인듯 철조망에 에워싸여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감독은 마지막 엔딩장면의 공중촬영 쇼트를 통해,

이 모든 게임의 룰을 관장하는 주체가 과연 누구인지, 미국의 시점쇼트로서 말하고 있다


감독은, 미일안보조약과 물질주의에 갖힌 인물들을 보여주기위해, 거의 실내극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미쟝센과 편집의 정수를 보여준다. 영화 내내 거의 실험영화 수준의

프레임 속 프레임으로 매 쇼트마다 이들을 철저히 가두고 분리하는가 하면,

깊은 심도의 렌즈와 블록킹을 통해 인물들간의 욕망의 거리를 노정하고,
때로는 거의 직부감과 직앙각에 가까운 앵글로서 죽기 직전의 인물의 심리를 표현한다.
또한 틈만나면 들려오는 외화면 사운드의 헬기소리, 비행기소리, 구급차소리로서
이들이 놓인 정치경제적 환경을 외화한다. 즉 이들은 시청각적으로 완전히 갖힌 존재들이 된다

흥미로운 점은, 작가와 감독이 이런한 비판적 시선을 견지하면서도, 예술가와 그 매체들 또한

자신들이 비판하는 이러한 물질적 세태에 대해 그들 스스로는 돈벌이와 예술의 소재로서 이용해먹는다는

착취의 구조를 폭로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 초반 소설가가 등장하는 두번째 시퀀스에서, 이러한 예술적 재현이 얼마나 자기모순적인가를

여지없이 드러내보여준다. "쌀은 별로 안좋아, 일본인의 식사 통념은 서구식으로 개편되야해", 라며 대화를 하다가,
아빠는 쌍안경을 들고 아파트 베란다에 나가 프레임 밖을 본다. 이어지는 시점숏은 미군 전투기가

하늘 높이 비행 훈련을 하고 있다. 다시 베란다의 아빠의 쇼트로 돌아와서는 쌍안경으로 프레임의

아래 방향으로 시선을 준다. 이어지는 시점숏은 딸이 욕실에서 목욕을 하는 장면이다.

언급한 마지막 두 쇼트는 논리적으로 연결이 되지 않는다. 아파트 밖의 시점샷이 아파트 내의 욕실샷으로 붙을수은 없으니까.

즉, 시선과 매치컷의 불일치, 연속성의 파괴를 통해, 감독은 이렇게 이야기를 차단하고 영화에 개입한다.
그럼으로서, 영화가 재현하는 이미지들과 내러티브 장치들이 얼마나 관음적이고 작위적으로 만들어진것인가라고

스스로를 폭로하면서, 동시에 독자에게 지금부터 볼 영화가 실은 만들어진것이고 허구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어서 소설가가 등장하고, 소설가 자신은 첩인 토모코와 그의 남동생에게 갈취를 당했다고 피해를 호소한다.

그러나 실은 소설가 자신도 그런 남매에게서 소설의 소재를 얻고 그것의 재현을 통해 그들을 팔아먹는다고,

남동생의 대사로서 폭로된다. 남동생의 입을 빌린 작가의 말은 한마디 더 보탠다

"당신은 사회파 추리작가로 행세를 하지만, 실은 외설작가일 뿐이야"라고.
이처럼 감독과 작가는, 영화라는 매체에 대해 그리고 그를 재현하는 영화의 언어에 대해 자기반영의 태도를 보여준다.


<정숙한 짐승>은 이처럼, 영화언어로서 보여줄 수 있는 놀랄만한 장면들이 수도없이 많지만, 손가락이 아파 그만쓰기로하고...


덧붙여, 시종일관 인물들의 당돌한 유머의 대사를 점잖은 유머의 대사로 되받아주는 번역가의 사려깊은 번역의 노고가,

걸작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드러나게했다는 점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걸작 오브 걸작. 60년대 만만세!! *LMDb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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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Comments
21 에릭카트먼  
와우 9.6 이라니... ㄷㄷㄷ
이쯤되면 62년 탑인가요? ㅋㅋ

깊이있는 분석과 날카로운 쇼트 해석에 감탄하고 갑니다
글을 읽어보니 이 작품 궁금하군요 얼른 봐야겠습니다 ㅋㅋㅋㅋ

ps. 마지막 줄 '시종일관 인물들의 당돌한 유머의 대사를 점잖은 유머의 대사로 되받아주는 번역가의 사려깊은 번역의 노고'
이 부분의 의미가 잘 이해가 안 되는데...ㅎㅎ
13 리시츠키  
처음 영화 볼 때, 가족들 대화를 듣다보니(자막을 읽다보니), 어 얘들 왜이래~ 했는데요.
이게 대단히 어색한 말투, 어색한 대화방식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아들, 딸 막 되바라진놈년들이 부모한테 반말하고 혹은 편하게(?) 막 대하는데도,
아빠나 엄마는 무례하다고 버럭 소리지르거나 하지 않고,
오히려 아빠는 친구처럼 대하고, 젤 이상한건 엄마인데요 ""미노루~그럼 안되요.  토모코~그럼 못써요"라고 말하는게 왜케 웃긴지ㅋㅋ
막 반말하고 무례하고~ 끝까지 매너에 존댓말에... 이런식의 리듬들~
이걸 번역하시는 분이 "당돌한 유머의 대사를, 점잖은 유머의 대사로 되받아주는"이라고,
번역을 잘해서 독자들이 감칠맛있고 리듬감있는 대사를 읽게되었다~~ 라고 생각해서 그리 썼습니다ㅎㅎ
걍 번역이 인물들과 상황을 잘 드러내게 만들어줬다는 의미~~ >,< ㅋㅋ

상황도 횡령이나 사기쳐서 걱정해야 되는데, 이런 상황이면 보통은 그 상황에 맞는 뻔한 감정이나 표정이 보통의 영화에서는 나오자나요.
위기상황에서는 긴장하고 소리지르고, 기쁜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어떤 표정으로 나올지, 보통의 영화에서는 관객들이 다 알자나요. 식상하고요,

근데 얘들은 이런상황에서도 오히려 태연자작하고 한치의 긴장도 없이,
또 예의에 존댓말에... 이러는거 보고있자니ㅋㅋ, 와~ 얘들은 이 긴장되는 상황에서 한치의 빈틈도 없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뭐, 사기나 횡령을 할때나 실패했을때 뒤처리할때,
여유 혹은 매너의 끈을 끝까지 놓지 않는 담대함, 당돌함 그리고 무책임함!!
이런것들또한....캐릭터의 대사로 잘 살아있었던거 같구요~ㅎㅎ

연예기획사 사장이나 소설가가 찿아왔을때도, 이들을 얼래고 예의갖춰서 깎듯이 대하는거 아부하는거,
이들이 이 상황을 모면하려는 말투의, 입에발린 거짓말들인건 다들 알고는 있는데, 이게 또 되게 웃기거든요~
피해자들도 알면서 속아주기도 하고, 자신들의 상황또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것들...... 그러면서 가족들은 실속은 다 챙기죠.
뭐 암튼 상황도 웃기고, 이 4인가족들 특히 정말 웃기고.... 뭐 그랬습니다~ㅎㅎ


<짐승>이 실내극으로만 끝까지 영화를 밀어부치는것도 엄청났었는데요,
단순히 그걸로 끝이 아니라, 미쟝센은 말할것도 없고 모든면에서 압도적이었고 완벽했습니다!!
시나리오는 물론, 캐릭터, 이들이 엮는 상황들, 미일안보조약을 이면에 깐 물질주의의 비판 등.
카와시마 유조와 신도 가네토, 최고의 콤비, 최고의 작품이었습니다.

또 실내극에서 벌어지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콘의 <열쇠>나 마스무라의 <아내는 고백> 연상 많이 되었는데요,
물론 이 영환는 불랙코미디고, 장르도 성향도 사뭇 다르지만,
거의 이들영화와 견줄만하거나 어떤면에서는 더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암튼, 영화 여즉 안보셨다면, 강추!!! ㅋㅋ
21 에릭카트먼  
역시 영화를 읽는 능력이 탁월하신 듯 합니다
정작 번역하면서 여러 번 봤을 제작자 보다 더 깊게 잘 캐치해 내신 듯 해요 ㅎㅎ

그런데 정작 영화를 보니 제작자 분께 좀 죄송하지만 번역을 엉망으로 했더군요 ㅋㅋ
엄마가 막 존댓말 따박따박 쓰고 좀 이상한 것 같아요 ㅋㅋㅋ


농담이고... 번역한다고 3번 정도 정독하고 검수한다고 2번 정도 더 봤는데
한 5번은 더 봐야 제대로 이해하겠네요 ㅎㅎ

번역할 때 제일 까다로운게 존대 설정인데 이 작품은 그나마 좀 나은 편이었어요
엄마 캐릭터는 일단 말투 자체가 존대의 베이스를 깔고 있고 교양있는 척 다하면서 잔머리 잘 굴리는 캐릭터라 ㅋㅋ
사실 모든 대사를 전부 존대로 처리해도 됐지만 확실히 존대하는 말투를 쓰는 부분에서만 존대로 넣었어요
나머지 대사는 반말로 섞어가며 쓰는게 오히려 자연스럽지 않을까 해서요 ㅎㅎ

여튼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성의있는 글을 읽으면 또 작업할 힘이 나거든요 ㅎㅎ

ps. 그런데 제가 만든 걸 깜빡하고 계셨던 건 아니죠?? ㅋㅋㅋㅋ
13 리시츠키  
역시 번역이 보통일이 아니군요.
상황에 맞게 번역하려고 그렇게 영화를 반복해서 보신다니... 첨 알았습니다 >,<
저는 한 두번이나 정말 많으면 세번정도 보겠거니 했었는데~우와! ㅎㅎ
사투리에 기겁하신 이유도 다 그런뜻이였군요~ ㅋㅋ

근데, 대사에서 존대 /반말 처리 정말 잘하신듯합니다.
저는 정말 확~ 영화  속 상황과 캐릭터에 되게 어울린다고 생각했거든요.
대사도 많기도 했지만, 그 주고받는 대사들이 존대/반말, 무례/매너 이런식으로 리듬감도 만들고, 캐릭터도 만들고 상황도 더 새롭게 만들고 참 좋았습니다.
장르가 블랙코미디인만큼, 대사도 한몫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영화 보다가 좋으면, 그때부터 메모장 켜놓고 메모하면서 봅니다.
이때부터 영화 진행과 동시에 숏바이숏하는거죠ㅎㅎㅎ
이 영화도 주요장면들 거의 콘티 수준으로 메모해놓았네요ㅋㅋㅋ
그래서 걸작 영화 한 편 볼때면, 거의 영화 러닝타임의 2배가 걸리더군요ㅜㅜ
그래서 <짐승>은 아직 감상의 반의 반의 반도 못썼지만..... 다시 쓸려니 피곤~ㅎㅎ

암튼뭐, <짐승> 안보셨다면 빨랑보세요. 60년대 최고작 중 하나랍니다~~!!ㅋㅋ
21 에릭카트먼  
총 5번 봤다구욧!! ㅋㅋ
그만 볼래요 ㅠㅠㅠㅠ

딱히 궁금하시지는 않겠지만 번역시 감상 횟수의 루트를 좀 말씀드리면
당연하게도 번역전에 영자막이든 뭐든 일단 한 번 감상을 합니다 (대부분 이렇게 하실듯?)
그리고 하루에 다 끝낼 수 없는 노릇이니 하루 분량만큼의 작업분을 마무리 할 때 그 분량만큼 보고
작업이 끝날 때까지 이런 식으로 하다가 다 끝내면 검수의 의미에서 다시 한 번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고칠 것은 고칩니다
그리고 업로드 한 후 혹시 뭔가 이상한 부분이 없을까 하고 또 한 번 처음부터 끝까지 봅니다
뭐 대충 이렇게 세 번 정도 정독하는 것 같아요 ㅎㅎ

예외적으로 새 영화를 보기에 너무 피곤하다거나 하면 그냥 배경음악처럼 틀어놓고 뻘짓하다가
슬쩍보다가 뭐 그러다가 오타를 발견하기도 하고... (대부분은 그러다 잠들지만요 ㅋㅋㅋ)
이런 식이니 만든지 오래된 것들은 10번도 넘게 봤을 거예요 ㅎㅎ

그나저나 메모하신다니 생각나는데 극장 안에서도 열심히 메모하시던 스눞 님 생각이 나네요^^
스눞 님... 그립읍니다 ㅠㅠㅠ
13 리시츠키  
ㅎㅎㅎㅎ
엄청나나요. 그래도 걸작이었으니 심심한 위로를~~
그리고 힘들땐 순위놀위를 하시면서~ 기분전환을 하시와요~~

예전에 스눞님이 대부2를 몇번 봤더래나....갑자기 그생각이 나네요 ㅋㅋ
스눞님은 실종신고 해야될듯해요~

글고, <짐승> 한 번 더 보세....요?하면 때릴거 같아서... 참고,
즐즐즐 저녁되시길~!!ㅎㅎ
17 달새울음  
금요일깐지 일이 좀 많아서 이번 주말에 봐야겠어요...
본문은 안읽고 두분 댓글만 봤는데 재밌네요 ㅎㅎㅎ
13 리시츠키  
누가번역했는지, 대사들의 리듬들이 참 재미나답니다.
더불어 연출 솜씨도 훌룡하니, 시간 나실 때 꼭 보시기를 강추!!^^
20 암수  
두분의 영화사랑 담소는 가히 폭발적입니다 ^^
그런 열정이 리시츠키님의 좋은 분석글과 카트먼님의 좋은 자막으로 결과물이 나오는것 같습니다...
두분께 감사드립니다...
p.s> 스눞님이 바쁘신지 말씀마따나 한동안 안보이시네요...
      예전에도 그러셨듯 어느순간 "영화이야기에선 영화분석글을"
      자료실에는 소장중이신 dvd 꺼내셔서 올리시면서 "자막 마무리 작업 부탁드립니다"라는 멘트로 나타나실듯 합니다..^^
13 리시츠키  
암수님~ 안녕하세요~!! 시네스트에서 자주뵈어요~~!!ㅎㅎ

스눞님은 또 <대부 2>를 보시고 있는건 아닐까요??
오늘따라 귀가 많이 간지러울거 같습니다~~ㅋㅋ

추카추카 18 Lucky Point!

1 만두욱  
넘 초보라 이런영화는 어디서 랜트가능한지요? 넷플에도 안뜨던데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