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헌터 - 간만에 혹평 (스포)

영화감상평

몬스터 헌터 - 간만에 혹평 (스포)

22 박해원 0 1066 1

미치겠다ㅋㅋㅋ 내가 원작 겜은 해본 적 없지만 (온전히 그래픽 때문에) 아무리 이세계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도 시나리오까지 이세계스럽진 않았을 거 같은데?! 그랬으면 게임이 그렇게 롱런했겠나ㅡㅡ '워크래프트'처럼 어떻게든 실사 영화로 만들어 보겠다고 스토리 뜯어 고치고 우선순위 재배열하고 PC색 풀풀 풍기게 캐스팅을 해대며 발악하다가 죽도 밥도 안된 영화. 물론 이 정도 수준이면 애니로 나왔어도 실소가 나왔을 것이다. 속편 나오지 마라, 제발...

뭔놈의 영화가 과하거나 부족한 거밖에 없다. 밀라 요보비치는 용기가 아닌 만용, 모험심이 아닌 감과 자만으로 전 부대원을 사지로 내몰고 흑형 뱃속엔 잘만 알 까던 거미류 괴물들은 밀라 뱃속엔 알을 안깐다. 왜? 몰라. 선민사상인지 뭔지. 토니 쟈(옹박) 이 아저씨도 생판 처음 보는 부대원들 구하려고 막 발악을 하다가 결과적으론 밀라 한명만 구해내는데 굳이 걔한테 칼로 위협을 해가지고 이후 의미없는 쌈질만 십여분간 이어간다. 한 이틀동안 치고 박고 감금하고 패드립하고 난린데 솔직히 이때 영화를 끄고 싶은 강한 욕구를 느꼈다. 더 웃긴 건 밀라는 지들끼리 박터지게 싸우다가 자기땜에 죽을뻔한 토니 쟈를 뜬금 구해주고 화해를 제안. 뭘로? 춰컬릿. 이뭐 기브미 쪼꼴렛또도 아니고ㅡㅡ 아니, 초콜릿이 맛있고 엔돌핀이 돌긴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맥락없이 지가 오버 떨어갖고 죽을 뻔한 애 구해주고 초콜릿 건내는 건 미국의 제3세계 구호활동이야 뭐야?! 이후 드디어 바디 랭귀지라는 걸 이용해서 차차 소통을 해나가는데 서구식 제스처가 아주 만능이다. 다 알아들어. 토니 자는 태국어를 하는지 그쪽 세계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안궁금하다. 이미 이 영화의 '소통'이라는 요소에 지쳐버려서.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영화는 폴짝폴짝 장르를 넘나들기 시작한다. 그 시작은 불가사리... 일단 광활한 사막에 거대 두더지 몹이 하나밖에 없는 것도 이해가 안되지만 개어거지로 이기고, 사막을 횡단하다 한치 앞도 안보이는 모래 폭풍속에서 텐트를 치는데 그 과정도 안보여준다. 뭐, 당연하지. 그렇게 친절한 영화였으면 '과하거나 부족하다'라는 표현이 나올 리가. 이윽고 웬 오아시스에 다다르는데 물 마시려고 하니까 뜬금 에일리언의 페이스 허거같은 게 튀어나온다. 썰어버린 후 뒤따라오는 토니 쟈의 저질 개그가 일품. 그리고 예상했다시피 더 이상의 페이스 허거는 등장하지 않는다. 이후 호빗의 용같은 게 숲 가장자리를 불로 슥 긁고 지나가는데 방심하고 있던 안킬로사우루스 무리들은 '킹콩 2005'를 찍기 시작한다. 그 많던 공룡들이 일제히 절벽으로 떨어지는데 그 장관은 또 '300'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바로 이때, PC의 극을 달리는 다국적 해적들이 등장해 주인공네를 구해준다. 근데 이번엔 말이 통하는 인간이 밀라를 기절시키네? 와... 이래서 소통 부재의 사회라고 하는구나. 감옥에서 한숨 푹 자고 일어난 밀라는 때마침 땡땡거리는 종소리에 맞춰 '쇼생크 탈출'처럼 열쇠고리(무려 열쇠고리)를 박살내고 탈출을 감행하다가 들키는데 이 해적네들은 덤덤하다. 이건 쿨한 게 아니라 쿨한 척하는 거죠. 여기서 어이상실의 극치는 누가 봐도 서양인인 론 펄먼의 등장 및 망발. 원어민 수준으로 영어를 하는데 오래 전에 자기네 세계에 현세계 사람이 떨어져서 배웠대. 아니, 자기가 아라곤같은 두네다인이 아닌 이상에야 그렇게까지 유창하게 할 수 있을 리도, 그럴 필요도 없잖아ㅡㅡ 누군지도 안가르쳐준 그 엑스트라 한명땜에 타언어를 그렇게 잘하게 됐다는 게 말이나 되나. 더 웃긴 건 후반부에 보스몹이랑 붙을 때 지들 언어도 영어 하듯이 하던데? ㅋㅋㅋ '미이라'의 레이첼 와이즈 보는줄 알았다. (아크멘롸, 아크멘롸...) 뜬금 'Hey, ugly!'는 덤. 자기 세계의 보스몹한테 왜 영어로 욕한대ㅋㅋ 이럴 때 쓰라고 자막이라는 게 있는 것이다. 아무리 너희 미국인들이 자막 읽는 걸 귀찮아 하더라도 이따위로 입맛대로 대본을 싸지르면 안된다.

뭐... 이후부턴 써봤자 손만 아프고 '무쌍'이라는 단어로 축약이 가능할 거 같다. 나름 작전이라는 걸 짠 척 하는데 개소리고 그냥 그럴 듯해 보이는 계획들만 툭툭 던져놓고 나머지는 운에 맞기는 격이다. 시나리오를 중딩이 썼어도 이거보단 나을 듯. 5분짜리 시네마틱 영상으로 만들 컨텐츠를 1시간 30분으로 늘려놓으니까 이 꼴 나지. 90분 짜리라곤 느껴지지 않는 지루함, 썰려나가는 괴물들과 함께 난도질당하는 개연성과 당위성, 소통의 부재에서 피어나는 오해와 쓰잘데기 없는 액션, 그리고 정치적 올바름을 지향하는 척 하면서 서구적 이데올로기를 들이미는 전개를 통한 억장 브레이킹을 경험하고 싶으면 한번쯤 보라고 권유하고 싶은 희대의 똥망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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