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픽

영화감상평

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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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소비더그 감독은 행복하다.올 아카데미에서 ‘에린 브로코비치’와 ‘트래픽’ 둘 다 작품상,감독상 후보에 올랐으니.아카데미는 그에게 과연 어떤 상을 안길 것인지.사회병리현상에 주로 카메라를 들이대는 감독으로선 환경보호를 강조한 ‘에린 브로코비치’보다는 마약문제를 심도있게 다룬 ‘트래픽’에 애정이 쏠릴 법하다.

‘트래픽’의 미덕은 마약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세가지 사건을 접목시킨 치밀한 구성에 있다.그런 가운데 정치,사회 이슈를 개인의 삶속에서 끄집어내는 연출력이 무게를 더한다.평론가들은 ‘섹스,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소비더그의 작품세계가 ‘트래픽’에서 만개했다며 갈채를 보낸다.

첫 장면은 하비에르(베니치오 델토로)와 마놀로(제이콥 바거스)가 경찰로 일하는 멕시코 국경을 비춘다.멕시코의 최고 권력자인 살라자르 장군이 마약조직과 뒷거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에 마놀로는 미 법무부 소속 마약단속국에 정보를 넘겨주려다 사살당한다.

오하이오주 대법원판사 로버트(마이클 더글러스)는 대통령직속 마약단속국장으로 마약의 유통실태 조사에 착수하지만 모범생이라 믿었던 자신의 딸이 마약복용자란 사실을 알고 혼란에 빠진다.두번째 시퀀스는 마약소비의 도시 한복판에 카메라를 고정시켜 놓고선 그 어느 누구도 마약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함을 보여준다.

다시 화면은 마약밀거래(Traffic)의 도시 샌디에이고로 훌쩍 옮겨가 지역유지로 통하는 사업가 카를(스티븐 바우어)과 부인 헬레나(캐서린 제타 존스)를 보여준다.헬레나는 카를이 국제마약 밀거래 조직의 거물임이 드러나 마약단속국 요원들에게 붙잡히자 남편을 대신해 멕시코 마약딜러와의 거래에 직접 뛰어든다.

이 세가지 이야기의 현장은 각기 다른 색채로 그려진다.오하이오주는 관습과 제도를 상징하는 차가운 느낌의 블루톤,샌디에이고는 적나라한 현실을 보여주는 내추럴톤,멕시코 국경은 빛과 그림자를 대비시킨 브라운톤.마약 생산지,밀거래지역,소비도시를 하나의 연결고리로 묶는 이 영화의 결론은 로버트가 제시한다.

마약에 중독된 딸아이를 찾아 거리를 헤매는 그는 비로소 깨닫는다.‘마약과의 전쟁’은 거창한 구호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들의 관심이 뒷받침된 ‘가족과의 전쟁’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사실을.너무나 의미심장한 나머지 2시간30분간의 러닝타임이 부담스러운 관객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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