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면 어드벤처!
어제 퇴근길에 집에서 돼지국밥을 만들고 계신 어머니가 전화를 하셨습니다.
맑은 당면이 없다며 하나 사오라고요.
I sir! 하고 집 근처 까지 와서 좀 큰편인 동네 마트엘 갔죠.
30 후반? 40대 초반? 쯤 되어 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이
방금 물건들이 들어 왔는지 이것저것 열씸히 정리 중인게 보입니다.
당면이 어디에 있을까아 하며 잠시간 마트 안을 방황 하다가
결국 물어보기로 하고, 아직도 열씸히 정리 중인 그분에게로 갔습니다.
-당면이 어디쯤에 있을까요?
정신없이 일하는 와중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단호한 조건반사적 답변이 즉시 튀어 나왔습니다.
-김 옆에!
음... 그렇군!
다시 마트 안을 한바퀴 돌며 김 들을 찾아봤습니다.
제가 평소에 뭘 좀 찾아내는걸 잘 못해요 ㅡ ㅡ.
다시 헬프를 요청하러 가봅니다.
여전히 바쁘게 물건을 정리 중이어서 좀 미안하더군요.
-저기.. 김은 어디쯤에 있을까요?
역시나 단호하며 확고한 답변이 돌아옵니다.
-마른 명태 옆에!
갑자기 현재 이 상황이 너무 재밌고 유머스레 느껴졌습니다^^.
이런게 일상속 유머지 뭐겠어! ㅎㅎ
-좋아! 내가 찾아주지 마른 명태! 너 딱 기다렷!
너만 찾으면 김을! 그리고 내사랑 당면양도 찾을 수 있어!
단호히 외치며 주먹을 불끈 쥐고 기운차게 마른 명태군을 찾으러 떠납니다.
그제서야 고개를 들고 저를 본 그분께서 깔깔 웃더니
-죄송해요. 제가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제가 찾아 드릴께요.
-아닙니다. 전혀 불쾌한게 아니니 마저 정리 하세요.
마른 명태만 찾으면 김과 당면을 만날 수 있는걸요.
제가 꼭 찾아낼테니 마저 정리 하세요^^.
그리고 저는 오분여의 탐험 끝에
마른 명태를, 그리고 김을, 또한 그 김 옆에 수줍은듯 숨어 있던
당면양을 찾아내고야 말았습니다!
찾아낸 당면을 소듕히 품에 안고 계산대로 가니
저를 보며 깔깔 맑게 웃어주시는 아주머니.
-아저씨 같은 분만 오면 일이 하나도 안힘들겠어요^^.
-같은 사람들 상대 하는게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죠.
저도 재밌었습니다. 고생 많으세요!
이상, 서로 웃음 나누며 해피엔딩 한 '당면 어드벤처' 였습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