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면 어드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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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면 어드벤처!

14 막된장 17 366 8

 어제 퇴근길에 집에서 돼지국밥을 만들고 계신 어머니가 전화를 하셨습니다.

맑은 당면이 없다며 하나 사오라고요.

I sir! 하고 집 근처 까지 와서 좀 큰편인 동네 마트엘 갔죠.

30 후반? 40대 초반? 쯤 되어 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이

방금 물건들이 들어 왔는지 이것저것 열씸히 정리 중인게 보입니다.


 당면이 어디에 있을까아 하며 잠시간 마트 안을 방황 하다가

결국 물어보기로 하고, 아직도 열씸히 정리 중인 그분에게로 갔습니다.


-당면이 어디쯤에 있을까요?


정신없이 일하는 와중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단호한 조건반사적 답변이 즉시 튀어 나왔습니다.


-김 옆에!


 음... 그렇군! 

다시 마트 안을 한바퀴 돌며 김 들을 찾아봤습니다.

제가 평소에 뭘 좀 찾아내는걸 잘 못해요 ㅡ ㅡ.

다시 헬프를 요청하러 가봅니다.

여전히 바쁘게 물건을 정리 중이어서 좀 미안하더군요.


-저기.. 김은 어디쯤에 있을까요?


 역시나 단호하며 확고한 답변이 돌아옵니다.


-마른 명태 옆에!


 갑자기 현재 이 상황이 너무 재밌고 유머스레 느껴졌습니다^^.

이런게 일상속 유머지 뭐겠어! ㅎㅎ


-좋아!  내가 찾아주지 마른 명태!  너 딱 기다렷!

 너만 찾으면 김을!  그리고 내사랑 당면양도 찾을 수 있어!


 단호히 외치며 주먹을 불끈 쥐고 기운차게 마른 명태군을 찾으러 떠납니다.

그제서야 고개를 들고 저를 본 그분께서 깔깔 웃더니


-죄송해요. 제가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제가 찾아 드릴께요.

-아닙니다. 전혀 불쾌한게 아니니 마저 정리 하세요.

 마른 명태만 찾으면 김과 당면을 만날 수 있는걸요.

 제가 꼭 찾아낼테니 마저 정리 하세요^^.


 그리고 저는 오분여의 탐험 끝에

마른 명태를, 그리고 김을, 또한 그 김 옆에 수줍은듯 숨어 있던

당면양을 찾아내고야 말았습니다!


 찾아낸 당면을 소듕히 품에 안고 계산대로 가니

저를 보며 깔깔 맑게 웃어주시는 아주머니.


-아저씨 같은 분만 오면 일이 하나도 안힘들겠어요^^.

-같은 사람들 상대 하는게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죠.

 저도 재밌었습니다.  고생 많으세요!


이상, 서로 웃음 나누며 해피엔딩 한 '당면 어드벤처' 였습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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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Comments
S 푸른강산하  
4 자갈  
오늘도 재밌는 일상 잘 읽었습니다^^*
5 원두  
이런경우 짜증내는 사람도 꽤나 있을것 깉은데
잘하셨네요
39 하늘사탕  
예로부터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이 있듯, 하루 지내며 웃으며 남들을 대 하는게 나도 좋고 남도 좋고~
S 맨발여행  
제가 사는 동네의 하나로마트는 수시로 매대 진열상품을 뒤섞어 놔서 물건을 찾아다녀야 합니다.
직원한테 물어봐야 할 때도 있고요.
손님들이 다른 상품들도 보게끔 그러는 거 같습니다.
4 퀴너드  
막장된님 같으신 에인 만나고픈데 없겠죵ㅎㅎ
18 oO지온Oo  
그렇게 수많은 당면 처먹으면서도
당면은 감자/고구마 전분으로 만든다는 사실을 정말 최근에 깨달은 1인. ㅡ,.ㅡ;;;;;;;
21 스카이다이버  
TV드라마 속의 소소한 한 장면 같아요~~~
26 zzang76  
ㅎㅎㅎ 오늘도 재밌는 글 감사합니다
S 반딧불이™  
재밌는 글 잘 읽었습니다.  글 재미있게 적는것도 능력인데, 이 참에 꽁트집 하나 내셔도 될 듯 합니다.
그리고 책 많이 읽으시는 것 같습니다.  ^^
17 블랑코  
17 쪼으니까  
읽는 즐거움과 상상력이 충분히 발동했네요
항상 멋진글 올려 주시네요
26 티거  
저라면 살짝 짜증이 났을지도 모를 상황인데...
재미난 일상쯤으로 생각하시다니...
6 태양은싫어  
저게 당면포장이에요?
늘 보던 당면 포장(노란배경에 흰 빗살무늬와 투명한 비닐포장;;)이랑 너무 다르네요?
찾기 진짜 힘드셨겠어요;;
32 빨강머리앤  
5분여에 걸쳐 결국 찾아내셨네요!

근데....

사리 당면...?

제대로 산 거 맞는 고예용?
ㅋㅋㅋ
14 막된장  
보시면 [만능]이라 되어 있습니다 ㅇ ㅇ.
만능은 전지전능의 하위호환으로
그 사용예로 물고기 몇마리를 가지고 수천명을
배불리 먹였다는 말도 않되는 썰도 있는것으로...
뭐 일단 제 어머니께서는 잘사왔다 하셨습니다 ^ㅎ^.
게시판에서 오랜만에 뵙는듯요.
즐거운 추석 보내십시오!
32 빨강머리앤  
그르네요. '만능'이라고 뙇 적혀 있네요.ㅋㅋ
어머니께 인정 받았으면 된 거죠. 끄덕끄덕...

막된장 님도 한가위 잘 쉬세요!
뭐든 무리하시지 말고, 여유로운 연휴 보내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