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배우 강태기
달새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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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12 03:53
이것도 오래전 이야기네요...
2000년 초반, 직장 근처에 친구가 근무하는 영화사가 있어 가끔 놀러가 커피를 마시곤 했습니다.
커피 한 잔 마시고 있다보면 신인배우들이 자신의 프로필을 들고 영화사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더군요.
그날도 그렇게 친구 자리 옆에서 앉아 있는데 낯익은 중견배우 한 분이 프로필이 담긴 파일을 들고 "실례합니다"라고 말하며 들어서고 있었습니다.
저는 딱 봐도 그 분이 강태기 배우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지요.
제 기억엔 손기정 드라마에서 남승룡으로 출연했었고... 어떤 특집 드라마에선 안익태 역을 하기도 했었죠.
그나마 최근작으론 명동백작에서 이중섭 역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날 사무실의 다른 직원들은 프로필 돌리는 배우들이 너무 일상적인 일이라 어느 하나 움직이지 않고 있더라고요.
강태기 배우는 뻘줌하게 현관 앞에 그대로 서 있었고요...
어쩔 수 없이 제가 그에게 다가가 프로필 파일을 받으며 드라마에서 많이 뵈었습니다하고 인사드렸죠.
오지랖 넓게 커피 한 잔 드시겠냐고 물으니 괜찮다고 서둘러 사무실을 나가시더군요...
그 분에게는 어떤 만감이 교차했을 지도 모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제가 다 송구하더군요.
우연히 8년 전 오늘 강태기 배우님이 사망하셨다는 오래된 기사를 찾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이건 부고글이 아닙니다. 오해마세요.
저에겐 영원한 TV탤런트인데 다른 이들에겐 연극배우로 오래 기억되는 거 같아 연극배우 강태기로 글을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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