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메타세쿼이아 나무는 전국 곳곳의 공원과 길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높이가 최고 100m 넘게 자라기도 하는 이 나무는 삼각뿔을 닮은 울창한 나무 모양과 가을철이면 붉은색으로 변하는 단풍 덕분에 가로수로 인기를 얻었습니다. 추위와 공해에 강하다는 점도 가로수로 폭넓게 보급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국내에선 시가지 가로수 조성 사업이 본격화된 1970년 초반 즈음부터 메타세쿼이아 나무를 대량으로 심기 시작했습니다. 1973년 4월 19일 자 매일경제 사회면에 실린 '造林은 適地適樹로'(조림은 적지적수로·나무를 심을 때는 지역 특성에 맞는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뜻)라는 기사에선 충남 부여·공주, 전남 해남, 경북 포항, 광주광역시, 대구광역시 등에서 잘 자라는 나무로 '메타세코이야'를 꼽고 있습니다.

양옆으로 늘어선 메타세쿼이아를 따라 길게는 수 킬로미터를 걸을 수 있는 전국 곳곳의 '메타세쿼이아 길'들은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1972년 조성이 시작돼 지금은 8.5㎞ 구간에 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전남 담양군의 메타세쿼이아 길이 대표적입니다. 

전남 곡성군과 강원 춘천시 남이섬에 조성된 메타세쿼이아 길도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서울에는 양재 시민의 숲과 월드컵 공원에 마련된 메타세쿼이아 길이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국내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메타세쿼이아지만 불과 7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이미 멸종해버린 식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중생대 말~신생대 3기의 화석에서만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을 뿐 전 세계 어디에서도 메타세쿼이아의 자취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1억 년 전 공룡시대 화석에서도 발견되는 메타세쿼이아가 지구 상에 살아남아 있을 거라 생각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메타세쿼이아가 다시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중일전쟁이 한창이던 1941년 겨울이었습니다. 당시 간둬(干鐸) 중국 국립 중앙대 삼림계 교수가 양쯔강 자락에 자리 잡은  후베이성(湖北省) 리촨(利川)의 모다오시(磨刀溪)에서 처음 보는 웅장한 나무를 발견했습니다. 이 나무는 단박에 간 교수의 이목을 잡아끌었지만 그때는 나무의 잎이 다 떨어져 버린 겨울철이라 그냥 돌아와야 했습니다.

3년 뒤인 1944년 중국 농림부 직원인 왕잔(王戰)이 나무의 표본을 채취했고 그로부터 4년이 지나고서야 그 나무가 멸종한 줄로만 알았던 메타세쿼이아라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신생대 3기(기원전 약 6500만~180만 년에 이르는 시기) 이후 빙하기가 찾아오면서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메타세쿼이아의 귀환이었습니다. 살아 있는 현생종보다 화석이 먼저 발견된 믿기 힘든 사례였습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아널드 수목원이 중국 현지로 전문가를 급파해 '살아있는 화석'(Living Fossil)' 메타세쿼이아의 종자를 채집했고, 이후 전 세계 대학과 수목원을 중심으로 메타세쿼이아 묘목을 보급합니다. 1970년대에는 한국에서도 가로수 묘목으로 보급되기 시작해 전국 각지로 퍼져 나갑니다.

최근에는 더 이상 메타세쿼이아를 가로수로 심지 않겠다는 지방자치단체가 나와 관심을 끌었습니다. 시내 가로수로 메타세쿼이아를 각각 6700여 그루와 2800여 그루씩 기르고 있는 경남 창원시와 김해시는 지난달 더 이상 메타세쿼이아를 가로수를 심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대부분 30m 높이 이상인 메타세쿼이아가 멋있긴 하지만 뿌리를 땅속 깊숙이 뻗으면서 도로나 보도블록 일부가 파손돼 해마다 보수 공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FARM 에디터 홍선표
nong-up@naver.com
더농부

출처 : http://blog.naver.com/nong-up/221003322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