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놓치지 마세요 - 3

영화이야기

이 영화를 놓치지 마세요 - <중혼자>3

15 하스미시계있고 0 65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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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혼자>는 고독한 중년의 남녀가 겪는 일탈적 불륜 행위로 보입니다. 그게 다 일까요? 영화가 제작된 1953년의 상황을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시점은 2차 대전이 끝난 뒤 8년이 흘렀고 미국이 참전한 한국 전쟁이 막 휴전한 때입니다. 수많은 남자들이 전쟁터로 가서 죽었고 돌아온 남자들은 불구가 되었습니다. 전쟁을 겪으면서 회사가 필요로 하는 남자들의 수요를 메운 것은 여성들이었습니다.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남자들보다 적은 임금으로 여자들을 고용할 수 있어서 오히려 이득이었습니다. 살아남은 남자들은 자신들의 자리를 빼앗은 여성들과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양차 세계 대전 후 노동 운동의 적은 경영자만 아니라 여성들도 포함되었습니다. 당시 노동운동은 노사 갈등과 함께 성별 갈등이 함께 작용했던 것이지요.

 

해리라는 남성은 그런 시대적 특성이 반영된 인물입니다. 이브는 아내이기 이전에 비즈니스 파트너고 경영자입니다. 해리는 한낱 영업사원에 불과합니다. 해리가 장기 출.장을 마치고 귀가 했을 때, 그것은 가정으로 복귀가 아니라 또다른 일터로 출근하는 셈입니다. 해리가 출.장지에 있을 때 전화로 이브가 하는 말은 사무적인 지시이고, 집으로 돌아와서 해리가 듣는 말은 처가 쪽과 관련된 일들입니다. 그의 외로움은 전쟁 후 능력 있는 여성들이 사회로 진출하고 남성들이 기존의 자리에서 내몰리면서 겪는 미국사회의 가치 전환과 관련이 있습니다.


해리가 LA에서 사귀게 된 필리스는 펜실베니아 깡촌에서 자란 농부의 딸입니다. 세상을 알고 싶어 도시를 찾아 LA 중국식 레스토랑의 여급으로 일하고 있는 중이죠. 해리는 필리스가 농부의 딸이라는 말에 더 끌렸을 것입니다. 이브와 다른 전통적인 여성으로 필리스를 대했던 것이니까요. 첫 만남에 필리스는 해리를 자기가 일하는 레스토랑에 초대해서 음식을 내놓습니다. “계란 스프는 원기 회복에 좋아요

해리는 자신의 생일에 필리스와 저녁 약속을 합니다. 하지만 아내에 대한 양심의 가책으로 두통을 핑계로 약속 장소에 나가지 않습니다. 걱정이 되어 찾아 온 필리스가 얼굴 마사지를 해줍니다. “두통을 날려버릴께요

자신을 뒷바라지 해줄 수 있는 가정적인 여자, 게다가 계층적으로도 자신보다 낮은 계층에 속하는 여급. 해리는 이브에게서 결핍된 부분을 필리스에게서 찾습니다.

그런 필리스도 전쟁이 낳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한 때 사귀던 애인이 독일로 파병을 가고 거기서 독일 여자를 만난 뒤 작별의 편지를 보낸 것이지요. 필리스가 해리를 처음 만났던 날을 회고하면서 그 날 나도 당신만큼 외로웠어요라는 말의 의미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여기서 잠시 영화사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2차 대전이후 대략 1940년대 후반쯤부터 만들어지는 필름 누아르라는 영화 장르에 대한 것입니다. 이들 영화는 전후 암울한 분위기와 염세적 세계관이 잘 반영되어 있지요. 범죄가 등장하고 탐정이 있으며 배반과 미래 없는 결말이 있습니다. 필름 누아르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아시다시피 팜므 파탈, 남자를 파멸시키는 요부형 캐릭터입니다. 이와 상반된 천사형 여성 캐릭터도 등장합니다.

 

그러니까 필름 누아르의 세계에서 여성은 두 종류만 존재합니다. 요부와 천사. 그것은 앞서 말한 양차 세계 대전 후, 노동 시장에서 남성의 위치가 흔들리면서 등장한 왜곡된 여성상이 영화에 반영된 것입니다. 전쟁이 끝나고 돌아왔을 때 자신을 배신하고 다른 남자에게 떠난 여자나 남자의 일자리를 뺏는 여성은 팜므 파탈이 됩니다. 하지만 끝까지 남자를 기다리고 뒷바라지 하며 가정을 일구는 현모양처는 천사형 여성이 되는 것이지요.

 

아이다 루피노는 그런 누아르 영화의 세계에서 잔뼈가 굵어진 인물입니다. 그녀는 영국의 쇼비즈니스 집안에서 태어나 오디션을 통해 배우로 데뷔합니다. 적갈색의 머리를 탈색해서 은발로 만들고 눈썹을 뽑는 과정을 겪고 영국의 진 할로라는 홍보를 통해 루피노는 일약 주목을 받게 됩니다. 열다섯 살이 되던 해, 미국으로 이주해서 갖은 고생을 하다가 윌리엄 웰만, 라울 월시 같은 거물 감독의 영화의 주인공을 맡으면서 할리우드에서도 성공을 하게 되지요. 라울 월시의 <그들은 밤에 달린다>(1940)을 보면 루피노가 전형적인 팜므 파탈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루피노는 점차 할리우드에서 이제 가난한 남자들의 베티 데이비스라는 닉네임을 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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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4] '영국의 진 할로'에서 '가난한 자들의 베티 데이비스'로 그리고 영화 감독이 되었던 아이다 루피노 

 

한참 창창대로를 달리며 전성기로 나아가던 그녀가 갑자기 방향을 전환합니다. 이건 내 인생의 커리어가 아니야, 새로운 것을 시작해야겠어. 루피노는 영화 속의 미국이 아니라 실제 미국이 어떻게 사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촬영하기 위해 작은 제작사를 설립합니다. 값비싼 배우를 배제하고 현대 사회의 문제를 정직하게 다루는 영화들을 찍기 시작합니다.

 

루피노는 처음부터 바로 메가폰을 쥘 생각은 없었습니다. 각본만 쓰고 베타랑 감독 엘머 클리프톤에게 연출을 맡길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클리프톤이 총을 맞는 사고로 3일만에 세상을 떠나자 루피노가 연출을 이어 받을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그 작품이 <낫 원티드>(1949)입니다. 원치 않는 임신으로 미혼모가 된 여성을 다룬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 기법의 현장감과 공간 연출, 편집이 뛰어난 작품입니다. 그녀는 가난한 삶과 그 당시 여성의 처지를 다룬 영화를 만듭니다. 스크린 속에 왜곡된 여성의 모습이 아니라 실제 여성을 생생하게 다룬 영화들을 말입니다. 헤이즈 코드 시기 쉬쉬하고 스크린에서는 다루지 않던 소재, 이를테면 혼외정사, 강간, 낙태를 본격적으로 다룬 것도 아이다 루피노였습니다.

그러니까 필름 누아르라는 가장 반페미니스트적인 장르에서 성장했던 그녀가 어느 날 이건 아냐, 이럴 수는 없지하고 저벅저벅 카메라 뒤로 걸어나가 메가폰을 잡고 페미니즘 영화를 찍은 것입니다. 이것이 아이다 루피노가 위대한 점입니다. 그것은 서부 영화를 뿌리로 삼고 있다가 메가폰을 잡은 뒤 서부 영화의 영웅 신화를 뒤집어버린 클린트 이스트우드 보다 더 대단한 것입니다. 그 당시가 여성에게 어떤 사회였던가를 생각해보면 이건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다시 <중혼자>로 돌아와 봅시다. 이 영화는 많은 부분이 필름 누아르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캐릭터 면에서 보면 이브는 지적이고 차가운 여자입니다. 필리스는 전통적인 여성성을 가지고 있지요. 전형적인 누아르의 팜므 파탈과 천사 구조이지만, 루피노는 두 여성 모두 변화하는 시대상을 반영한 캐릭터로 돌려 놓았습니다. 이브는 자신의 능력으로 경영 일선에서 남자를 부릴 수 있는 여자입니다. 필리스는 해리에 대해 구구절절한 것을 묻지 않습니다. 오직 그를 사랑한다는 것이 중요할 뿐입니다. 그녀가 임신을 했을 때도 그것을 구실로 해리에게 매달리지 않지요. 그녀는 강한 워킹 맘의 선구적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브도 필리스도 선악의 구조로 판단할 수 없는 캐릭터입니다. 해리는 우유부단하며 고개 숙인 남자이지만 그를 일방적으로 비난하기도 어렵습니다. 그의 외로움과 심리적 압박감, 타인에 대한 동정심 등이 설득력 있게 영화 전반에 묘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필름 누아르는 주인공의 나레이션으로 사건을 추적해가는 탐정 수사의 형식을 띄고 있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영화 <중혼자>는 해리를 수상하게 여긴 입양 담당 기관의 조던이 그의 행적을 쫓으면서 시작합니다. 그러다 중혼 사실이 조던에게 밝혀지자 지금까지의 일을 해리가 설명하는 독백으로 영화가 전환하지요. 이처럼 필름 누아르의 얼개를 가져와서 멜로 드라마 형식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루피노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두 여자 사이에 갈등하는 남자, 세 사람 중 어느 한 쪽이 비극적 결말로 끝을 맺는 신파성 멜로 드라마로 끝을 맺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루피노는 멜로 드라마에서 더 나아가 사회 드라마로 영화를 전환시킵니다.

루피노가 플롯을 어떻게 이끌고 가는지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스토리(=이야기)는 사건을 시간 순서대로 설명하는 것으로 지난 글에 이 영화의 스토리는 다 소개했습니다. 플롯은 스토리를 어떤 방식으로 보여주면서 관객/독자를 설명하는 방식입니다. 사실 소설이나 영화에서 창작자의 능력은 플롯을 어떻게 짜는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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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5~9]: 영화의 도입부에서 청소부가 조던의 사무실을 노크한다(사진5). 그레이엄 부부가 업무를 마치고 나가자 음성 메모를 하는 조던, 내용을 엿듣는 청소부(사진6).

해리가 이브와 가정을 꾸민 장소를 급습한 조던(사진7~9).

<중혼자>의 첫 장면을 봅시다. 이상한 방식으로 시작합니다. 청소부 할머니가 청소 도구를 들고 복도를 걸어오다가 조던의 사무실 문을 두드립니다(사진5). 을 연 조던은 그레이엄 부부의 입양 관련 상담을 하는 중이라 청소부를 돌려보냅니다. 부부가 떠난 뒤에 청소부가 조던의 사무실에 들어오는데, 조던은 이 때 녹음기를 통해 해리 그레이엄과 이브 그레이엄에 대한 사항을 음성 메모 중입니다(사진6). 정말 이상합니다. 왜 이런 방식으로 영화를 시작해야 할까요?

 

바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캐릭터에 대한 직접적 제시를 할 수 있는데 효율적인 방식입니다. 조던의 입을 통해 그레이엄 부부를 소개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이 장면에서 청소부 할머니는 관객의 입장에서 조던의 설명을 듣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이 부분을 조던이 해리를 조사하는 장면과 비교해봅시다. 해리는 출.장지 LA에서 해리슨이라는 가명으로 필리스와 이중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고 있습니다. 조던이 해리슨의 주소지를 찾아 늦은 밤 방문했을 때 해리가 문을 엽니다. 해리의 정체가 드러나는 장면이지요(사진7~9).

 

두 개의 씬이 유사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내부자가 원하지 않는 외부자의 침범입니다. 이를 살짝 변형한 것도 있습니다. 해리가 LA의 사무실에 남아 늦게까지 일을 하고 있을 때 샌프란시스코에서 이브가 연락도 없이 찾아옵니다. 그 날이 마침 결혼 9주년째이기에 기습 방문을 한 것이지요(사진10~11). 저녁 식사 후 잠시 LA 거리를 걷고 있는데 한 청년이 나타나 아는 척을 합니다(사진12). 이 사람은 해리와 필리스가 사는 동네의 청년인데 해리가 이브와 바람을 피운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그 사실이 필리스에게 알려지고 해리와 필리스는 다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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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0~12] 연락도 없이 해리의 LA 사무실을 찾아 온 이브(사진10, 11). 모처럼의 부부의 데이트에 불쑥 끼어 든 청년(사진12).

이 장면들은 개인의 사생활을 허락도 없이 침범한다는 점에서 유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해리의 직업이 외판원이기에 남의 집 문을 불쑥 두드릴 수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단 한 번도 그런 장면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면 사적 영역의 침범이라는 이 영화의 중요한 문제 제기가 혼선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필리스와 해리가 처음 만나게 되는 할리우드 관광버스 장면을 살펴보겠습니다. 두 사람이 버스 양편 좌석에 앉아서 버스 기사의 안내를 듣고 있습니다. 라이터를 찾던 필리스에게 해리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라이터를 전해줍니다(사진13). 그리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호감을 느낀 해리는 필리스 옆 자리에 앉는 적극성을 보입니다(사진14). 이것도 사적 영역의 침범아닌가요, 라고 물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장면에서 필리스는 해리에게 친근감을 보이며 계속 말을 받아주고 있습니다. 한쪽이 다른 쪽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침범'이 아니라 두 사람 사이에 암묵적인 동의하에 정서적으로 스며드는 것이 '침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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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3~14] 할리우드 관광 버스에서 말을 거는 해리에게 여자에게 접근법을 가르쳐주는 필리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침투'된다
 

첫 만남 이후 서로에게 마음이 끌린 두 사람은 계속 만남을 가집니다. 필리스가 근무하는 중국식 레스토랑이 그들의 은밀한 데이트 장소가 됩니다(사진15). 왜 중국식 레스토랑일까요? 너무나 이국적이어서 그들의 사랑을 용납해줄 수 있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 일까요? 전통 중국사회는 일부다처제가 허용되니까요. 그런 부분에 무리한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해리와 이브가 비즈니스를 위해 그들의 집으로 손님을 초대한 장면에 주목하기를 바랍니다. 여태까지 보여주지 않다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들 부부의 거실이 전체적으로 보입니다. 거실은 온통 중국풍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사진16). 지금 해리에게는 사람들이 말하는 사업 내용이 들리지 않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으면서도 그의 머리 속은 LA의 필리스 생각 뿐입니다. 필리스의 생각으로 침투되고 있는 장면입니다. 아이다 루피노는 해리의 마음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을 겁니다.

그 방법이 필리스의 직업을 중국식 레스토랑의 종업원으로 설정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해리의 마음 속 풍경을 표현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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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5~16] 필리스가 일하는 중국식 레스토랑을 방문한 해리(사진15). 그레이엄 부부는 사업 손님을 초대해서 술자리를 갖는다.

이 때 거실의 인테리어가 중국식인데 해리의 마음 속 풍경이 미장센으로 나타나는 부분(사진16)


해리와 필리스가 그들의 장소를 침범이 아니라 침투’ 하는 부분을 살펴봅시다. 처음으로 필리스가 해리의 숙소를 불쑥방문합니다. 그 날은 해리의 생일이라 두 사람이 만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아내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낀 그가 꾀병을 핑계로 숙소에 누워 있을 때 그를 염려한 필리스가 찾아옵니다. 해리는 사실상 필리스가 와줬으면 하고 바라고 있었을지 모릅니다(사진19). 이 장면보다 앞서 해리와 이브의 침실 장면이 나옵니다. 이브는 잠자리에서도 사업 이야기를 합니다. 해리가 이브에게 거의 사정을 하듯이 둘만의 시간을 갖자고 하지만 이브는 돌아누워 잠이듭니다(사진17~18). 고독한 해리는 약속을 깨고 숙소에 누워 있었지만 마음 한구석엔 필리스를 원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필리스가 들어오는 장면을 보면 이리저리 재는 것 없이 침투하듯이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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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7~20] 침실 장면의 비교. 그레이엄 부부는 침대를 따로 쓰고 있으며 해리가 두 사람의 관개 개선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이브는 등을 돌린다(사진17, 18).

해리가 약속 장소에 못나가자 필리스가 찾아오고(사진19) 필리스가 병으로 누워 있을 때 해리가 찾는 장면(사진20)은 유사한 구조로 두 사람이 '침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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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1~23] 데이트 후 해리가 필리스를 배웅하는 장면은 좁고 가파르며 음울한 필름 누아르의 계단씬을 멜로 드라마 형태로 변형한 것이다(사진21, 22).

필리스가 병이 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해리가 처음으로 필리스의 계단을 올라 방으로 들어선다(사진23).

해리가 필리스의 숙소를 방문하는 장면은 어떤가요? 공교롭게도 필리스도 아파서 누워 있던 날입니다. 그 전까지 해리는 필리스와 데이트가 끝나면 숙소 앞 계단까지 배웅을 해줍니다. 필리스가 작별 인사를 하고 2층의 자기 방으로 들어갈 때까지 해리는 계단 아래에서 지켜봅니다(이것도 전형적인 필름 누아르적인 요소를 변형시킨 장면입니다). 이 장면이 두 번 반복되고(사진21,22) 세 번째는 필리스가 아프다는 소식을 들은 해리가 그 계단을 성큼성큼 걸어 올라가는데 대단히 격조 있게 찍었습니다(사진23). 필리스의 방에 들어서면 이제 필리스는 누워 있고 해리가 위에서 지켜보는 구도입니다(사진20). 앞의 해리의 숙소 장면과 정반대 장면입니다(사진19와 20 비교). 두 사람이 서로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이런 식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것은 사적 영역의 침범이 아니라 연인들 사이의 침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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