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필버그의 “West Side Story”, 뮤지컬 연출의 문제점에 대해

영화이야기

스필버그의 “West Side Story”, 뮤지컬 연출의 문제점에 대해

     이 글은 스필버그의 “West Side Story”가 고전기 헐리우드 뮤지컬 영화를 많이


연상케 한다는 선배의 말에서 시작이 됐다.



 고전기 헐리우드 뮤지컬 영화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무엇인가? 


그 중 하나는 ‘많은 움직임’에 대한 정교한 이미지 묘사일 것이다.


사실, 이는 고전기 헐리우드 뮤지컬 영화에 앞서 고전기 헐리우드 영화의


전반적인 (1920~1950년대) 특징(많은 움직임을 제외한다면) 일 것이다.




 고전기 헐리우드 시기 이후, 영화에서는 대부분 이런 정교한


이미지 묘사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 점은 오늘날 영신이라고 추앙받는 스필버그에게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이 글은 스필버그의 능력 자체를 비판하는 것보다는


스필버그의 영화를 통해서 오늘날 상업 영화계의 연출 방식에 대해


생각하거나 개선할 점은 없는지에 대한 것이다.



덧붙여 이것은 내 개인적인 분석과 의견일 뿐이다.


읽는 이들은 이 글을 통해 영화 형태에 대한 고찰을 해보고


스스로 검증해보길 바란다.




 에이젠슈타인은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눈에 잘 띄도록, 잘 보이도록 만들어라” 라고  했다.


필자는 이 말이 상업 영화의 첫 번째 철칙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상업 영화(규모가 큰)의 주류 형태는


화려한 요소들이 많지만 정작 중요한 장면 묘사는


촌스럽거나 투박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West Side Story”의 “Gee, Officer Krupke”의 연출을 보자. 


우선 간단한 묘사부터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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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장면을 보면 청년들이 바닥에 있는 종이를 날리는 광경이 보인다.


아마 종이를 인물들 주변에 날리면서 화면에 역동감을 부여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화면을 멀리서 보이고 화면상에 보이는 바닥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기에


실제로 작은 크기의 종이들이 더더욱 돋보이지 않는다.


이럴 때는 화면을 더 가까이서 보이고 화면상 바닥의 비중을 늘리고


카메라가 각도를 낮춰야 인물들 주변에 날리는 종이를 부각시킬 수 있다.




 다음 두 장면들의 연결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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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장면 연결은 부적절하다. 


이미 첫 번째 장면에서 충분히 가운데 인물을 회전시키는 동작이 묘사됐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더 가까이 찍어서 불필요한 것들이 보인다.


두 번째 장면을 보면 인물들의 손동작이나 위치가 지저분하게 보인다.


이들이 급하게 가운데 인물을 회전시키는 모습은 첫 번째 장면처럼 멀리서 볼 때는 


눈에 잘 안 띄어(서두른 모습들이) 괜찮지만,


두 번째 장면처럼 가까이서 보일 때는 그것이 많이 드러나기 때문에 화면이 지저분하게 보인다.


덧붙여 인물을 가까이서 찍으니 첫 번째 장면에서 잘 보이던 원형의 모양도 약화된다.


두 번째 장면에서는 역동적으로 인물을 원형으로 회전시키는 모습보다는 지저분한 모습들이 눈에 띈다.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씬 별로 살펴보자.


“Gee, Officer Krupke”의 문제점은 설정 장면들이 공간적으로 넓고 깊어


화려해보이지만 이 때문에 정작 중요한 개별적인 동작이 제대로 안 보이거나


개별적인 동작을 연결하기 위해 불필요한 장면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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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설정 장면을 보면 공간적으로 깊고 넓어 보여서


화려한 것 같지만 이 때문에 정작 씬에서 중요한 동작이 제대로 안 보인다.


아래 장면의 연결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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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두 장면 연결을 보면 곱슬머리와 앉은뱅이가 경찰 모자를


쓴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지만 이 화면 연결에서는 여전히 이들 간의


거리감이 멀은 느낌이 난다.


 첫 번째 장면은 두 인물이 경찰모자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가까이 보이기에 비록 경찰모자가


화면에 없지만 이들 간에 거리감이 가까워진 느낌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두 번째 장면인 설정 장면이 공간적으로 워낙


깊고 넓기에 곱슬머리와 앉은뱅이가 경찰모자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묘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1번 장면에서 이들 간의 거리감이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다가 2번 장면에서


여전히 멀게끔 보이니까 이 씬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두 인물이 경찰모자에게


가까이 접근하는 동작의 느낌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는다.


따라서 어쩔 수 없이 이들의 거리감을 줄이기 위해 카메라를 아래 장면처럼 가까이 다가가게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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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위 장면도 비록 인물들이 보다 크게 보여, 거리감이 가까워졌지만


그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 인물들의 모습이 완전한 사선 방향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인물들의 모습을 사선 방향으로 보이면 실제 인물들의 거리보다


더욱 멀게 보인다. 이럴 때는 보다 정 방향으로 트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아래 장면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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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장면은 인물들의 모습이 앞선 장면보다 훨씬 정방향에 가깝기 때문에 인물들의 거리감이


앞선 장면보다 가까운 느낌이 든다.




 여하튼 '위의 씬' 장면 연결에서는 두 인물이 경찰모자에게 접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동작이기 때문에 


위에 장면(정방향에 가까운 장면)보다 더욱 강하게 이들간의 거리감을 가까운 느낌이 들도록 보여야 했다.




 위의 씬은 완전한 사선 방향+깊고 넓은 공간의 설정 장면 때문에


정작 중요한 동작이 약하게 보인다.




 다음 씬의 장면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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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이 특이한 설정 장면의 목적을 잘 모르겠다.


아마도 애들의 자유로운 몸짓을 튀게 보이려고 한 것 같은데


문제는 그 때문에 불필요한 동작이 보인다는 것이다. 아래 장면 연결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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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번 장면을 보면 두 인물이 책 가지고 실랑이를 벌이는 동작이 보인다. 


이 동작은 일종의 매개용으로 쓰인 것 같다.


설정 장면이 너무 튀어서 이 장면을 주요 동작이 있는 장면인 3번 장면과 그대로 연결을 하면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기에 이를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실랑이를 굳이 봐야 하는 것인 것인가? 애초에 설정 장면이 이리 튀지 않았다면


이런 매개용 동작은 굳이 넣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중요한 동작을 보이기 위한 자연스런 연결을 위해서는


적절한 구도적 관계로 승부를 해야지, 이런 동작으로 연결하는 것은


그냥 땜질하는 것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다음 씬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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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장면들의 연결은 설정 장면의 문제점은 아니고 인물의 위치와 카메라 각도 관계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다.


위 장면 연결을 보면 안경을 쓴 남자가


책상 위로 올라간다. 이때 카메라는 안경 남자를 낮은 각도로 보이는데


그 이유는 남자가 책상 위로 올라가서 스무스하게 미끄러지는 것을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


하지만 그 때문에 남자의 하반신만 보여서, 책상 위로 올라간 남자의 높이가 강조되지 않는다.


이 씬에서는 안경 남자가 책상 위로 올라간 모습 자체보다는 이 남자가 책상 위에 올라가


인물들 사이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쥔 동작의 모습이 중요하기 때문에 남자의 높이감을 살리기 위해


카메라를 낮은 각도가 아니라 보다 높은 각도로 보여야 했다.


게다가 이 씬에서는 4번 장면에서 안경 남자가 온건히 보이는데


이런 장면을 보일 것이었다면 애초부터 높은 각도에서 안경 남자를 제대로 보여서 화면 연결에 통일성을 부여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다음 씬의 연결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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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씬에서도 첫 번째 씬의 설정 장면처럼 넓고 깊은 설정 장면이 나온다,


따라서 불필요한 광경이 보인다. 설정 장면에서는 중심인물(누워있는)의 모습이


제대로 나오지 않기 때문에 (넓고 깊어서) 4번 장면에서 보듯이 카메라가 중심 인물이 잘 보이도록 계속 움직인다.


부적절한 설정 장면 때문에 굳이 이런 움직임을 봐야 하는 것인가?


덧붙여 카메라가 움직여서 덩달아 안 좋아진 묘사들도 보인다.


3번 장면을 보면 중심 인물을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이


각자 포즈를 완성(?)한 모습들이 보이는데 기껏 완성한 모습들이


카메라 움직임 때문에 금방 그 모습이 흩뜨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


카메라가 움직여 중심 인물이 잘 보일수록 주변 인물들의 포즈가


망가져서 보인다. (그렇다고 카메라를 움직이지 않았다면 중심 인물이 제대로 안 보였을 것이다.)


애초, 설정 장면이 제대로 됐다면 중심 인물을 잘 보이기 위한


카메라 움직임은 불필요했을 것이고 주변 인물들의 포즈도 망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다음 씬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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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두 장면에서는 남자가 책상으로 미끄럼을 타는 것이 주요 동작이다.


그런데 2번 장면에 보듯이 화면을 멀리 보여서 일단 화면에 책상이


작게 보이고 따라서 남자가 미끄럼을 타는 동작이 극적으로 살아나지 않는다.


화면을 멀리 보여서 생긴 문제점이 또 있다.


왼쪽 커다란 공간에서 보이는 경찰 모자를 쓴 남자의 모습이다. 


경찰 모자의 모습과 왼쪽의 공간이 화면에 상대적으로


크게 나오기에 오른쪽에서 미끄럼을 타는 남자의 모습이 상대적으로 더 작게 보여, 더더욱


부각되지 않는다.




 이것으로 “Gee, Officer Krupke”의 씬 분석을 마친다.


다른 씬들도 많지만 이 씬들은 설정 장면으로 인한 동작들의 약하거나 부적절한 모습이 부각되는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문제점들이 있지만 글의 통일성(?)을 위해 여기서 줄인다.)




 이 분석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스필버그를 포함한


현대 상업 영화는 설정 장면을 화려하거나 거대하게


보일 수는 있지만 실용적으로 활용하는 면모는 떨어진다는 것이다.


설정 장면을 실용적으로 활용면서 개별적인 동작과 극적으로 연결하는 광경은


고전기 헐리우드 뮤지컬 영화에서 매우 잘 드러나며


이는 다음 글에서 써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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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7 akadt  
17 oO지온Oo  
이 글 역시 흥미롭군요.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서 웨스트 사이드.............. 를 보지는 않았습니다만,
글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