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뤽 고다르와 존 카사베츠: 현대 영화의 두 거목 6부

영화이야기

장뤽 고다르와 존 카사베츠: 현대 영화의 두 거목 6부

1 타바스 2 167 2

   영화에서 숏과 테이크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숏을 의미론적/형태론적으로 정의한다면 그것은 

  미적 의도가 분명히 들어간 장면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장면이 나온다면 해당 씬에 어떠한 통일성이 부여된다. 

  앞선 글에서 분석했던 고다르 영화 씬의 장면처럼 말이다.


https://cineaste.co.kr/bbs/board.php?bo_table=co_cine_scene&wr_id=204932

 앞선 글 링크

 

   이 장면에서는 매우 특이하게 보는 이가 영화 속 캐릭터를 압박하고 옥죄어 

  캐릭터가 자신의 비밀을 실토하게 만드는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 

  캐릭터가 정면을 바라보고 피하는 것이 반복되는 광경이 나오면서 어떠한 

  통일성이 확고하게 구축된다. 


    숏에서 확고한 미적 의도가 없거나 부족하다면 

  통일성 역시 살펴볼 수 없다. 이런 식으로 찍은 영화는 

  숏 자체야 존재할지언정 숏의 본질적인 기능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런 식의 영화는 테이크만 존재한다. 

  숏은 테이크 안에서 나오는 것이다.

  영화는 찍었던 테이크 안에서 숏을 추린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숏의 미적 통일성이 결여 된 테이크에서 

  편집 된 영화나 영상의 가치는 무엇일까? 

  그것은 시간에 대한 감각, 즉 템포에 있다.


   보통, 유투브 풀 영상보다 편집 영상이 훨씬 인기를 끄는 이유가 

  단순히 짧아서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가장 큰 원인은 풀 영상은 템포가 단조롭게 느껴지기에 지루하고

  편집 영상은 템포가 그에 비해 다채롭게 느껴지기에 덜 지루하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의 역사에서는 숏 간의 미적 통일성이 없거나 부족해도 

 다채로운 템포를 제공하여 훌륭한 작품들이 많이 나왔고 

 그 정점에는 존 카사베츠와 로베르토 로셀리니가 있을 것이다. 

(로셀리니는 훌륭한 미적 통일성도 같이 구비된 인물이지만 말이다.)


    존 카사베츠의 영화에서는 유투브나 일반 상업 영화에서 보다

   훨씬 다채롭고 역동적인 템포를 느낄 수 있다. 

   우선 카사베츠 영화와 일반 상업 영화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것은 감정 이입의 강도다. 대체로 상업 영화는 익숙한 것을 사용하기에

   ‘실제’로 영화가 제공하는 것보다 역동적인 템포를 느낄 수 있다. 

   보는 이의 감정 이입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카사베츠의 영화는 낯설기에 감정 이입이 어려워 실제 영화가 

   제공할 수 있는 짜릿한 경험보다 훨씬 덜 즐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맨눈으로 카사베츠의 영화를 본다면 그러한 충만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Minnie and Moskowitz”에서 한 씬을 보자. 


       남 주인공은 여 주인공의 마음을 얻기 위해 

      자해까지 하려는 발악을 하다가 무심결에 코털을 일부 자른다.

      코털이 일부 잘렸기에 남 주인공은 남은 코털을 모두 자른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여 주인공은 남 주인공의 사랑을 받아들인다.  

       

    도대체 면도를 한 것이 이 남녀 간의 결합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여 주인공이 남 주인공의 깔끔(?)해진 모습에 반한 것인가?

   그렇다면 왜 남 주인공이 꽁지머리까지 자르려고 할 때 필사적으로 말렸을까?

   혹시 수염 있는 모습이 훨씬 나은데, 꽁지머리까지 자르면 진짜 보기 싫어지니까 말린 것인가?


     위와 같은 식으로 접근하면 결코 카사베츠의 영화를 즐길 수 없다.

    남 주인공이 코털을 자른 것이 두 주인공의 결합에 어떤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지만 (코털을 자를 때 요란한 자동차 소리와 더불어) 그것이 구체적으로 이 둘 간에 어떤 동기가 되어

    이 둘이 맺어지는가를 따지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이는 카사베츠가 특유의 똘끼로 보는 이를 헷갈리도록 하여 영화 속 캐릭터들과 거리를 두기 위한 장치다. 


     정말 중요하게 봐야 하고 느껴야 하는 것은

    코털을 자른 것으로 인해 펼쳐진 다채로운 템포다. 

    이 씬에서는 코털 자른 이후 무려 4가지의 기괴하면서도

    구체적인 템포 변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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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두 장면에서는 여 주인공이 사랑을 받아주지 않아 

     너무나 열 받던 남 주인공이 무심결에 코털을 자르면서

     웃음을 짓는 광경이 보인다. 따라서 이때까지 심각하고 살벌했던 템포(남 주인공의 열렬한 사랑 고백 때문에)가 쿨다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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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장면에서는 여 주인공이 남 주인공을 쳐다보는

      장면이 보인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보는 이는 여 주인공의 

      모습에서 심리 상태가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 수 없다. 

      “Empire Strikes Back”에서 다스 베이더가 루크 스카이워커에게 

      “내가 네 아버지다.” 라고 했을 때 루크 스카이워커의 절망적인

       눈빛과 여 주인공의 눈빛을 비교해봐라. 

       보는 이는 루크 스카이워커의 내면을 엑스레이를 보듯이 훤히 알 수 있지만, 여 주인공의 눈빛은 아무리 봐도 그 내면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저 남자 면도하니  멋있어졌는데?’

      ‘뭐 저런 또라이가 다 있지?’

   여 주인공의 강렬하면서도 멍한 눈빛은 어떤 의미로도 

  제대로 파악이 힘들기에 기괴한 템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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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두 장면은 이 씬에 기괴하면서도 빠른 템포를 제공한다.

    우선 템포가 빨라진 것은 남 주인공이 여 주인공의 멍한 눈빛에 실망(?) 하여 급발진한 것에서 비롯되고, 기괴한 것은 여 주인공이 남 주인공 보다 더욱 급발진하여 필사적으로 말린 것에서 비롯된다.

    보는 이는 여 주인공이 남 주인공이 말린 동기를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에 이 장면들을 기괴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도대체 머리를 자르는 것이 뭐라고 그토록 필사적으로 말려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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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장면에서는 남 주인공이 여 주인공의 필사적인 제지 때문에 

     머리 자르기를 포기하는데 여기서는 다시 쿨다운 되면서도

   기괴한 템포가 나온다. 쿨다운 된 것은 남 주인공이 여 주인공의

   제지에 반사적으로 가위를 내려놓기 때문이다. 

   이 장면에서 기괴한 템포가 느껴지는 것은 앞선 장면들과 차이가 있는데 앞선 장면들에서는 ‘보는 이’가 여 주인공이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동기를 몰라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고, 이 장면에서는 ‘남 주인공’이 여 주인공의 동기를 몰라서 기괴함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 장면에서 남 주인공의 표정을 봐라. 

  남 주인공은 여 주인공의 기습적인 행동에 얼얼한 표정을 짓는다.

 ‘대체 쟤가 나를 왜 저토록 강하게 말리는거지?“ 와 같은 표정이다. 

 보는 이는 이 얼얼한 표정 때문에 기괴함을 느낀다. 


    이 씬에서 템포가 변화무쌍하게 느껴지는 것은 

   캐릭터간의 행동이나 모습 명확한 동기가 없기 때문이다. 

   이 씬의 템포 변화는 주로 기괴함으로 촉발 된다. 

   캐릭터의 동기를 알 수 있다면 이러한 기괴함이 느껴질까?

   보는 이는 기괴하고 이질적인 면 때문에 혼란을 느끼게 될 것이고

   이 혼란 때문에 이 씬에서 느껴지는 쿨다운되거나 

   급 발진하거나 얼얼하게 되는 느낌을 매우 강렬하게 받을 것이다. 

   이런 스타일이 카사베츠 영화가 제공하는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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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3 킹오뚜기  
11 oO지온Oo  
무난히 이해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