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뤽 고다르와 존 카사베츠 (현대 영화의 두 거목) 3부

영화이야기

장뤽 고다르와 존 카사베츠 (현대 영화의 두 거목)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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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에서 많은 사람들은 상대방의 눈빛을 통해 

   그 사람의 내면을 느끼거나 짐작하여 의사소통을 한다. 

   헐리우드 영화는 그 현상을 제대로 반영한다.

   보통, 보는 이가 헐리우드를 비롯한 상업 영화에서 느끼는 

  감정은 영화 속 캐릭터에 대한 감정 이입을 통해 발생된다. 

   그 감정 이입은 해당 캐릭터에 대한 내면의 상태를 느끼거나 짐작하는 것에서 발생된다. 

   그리고 이러한 것은 캐릭터가 어떤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묘사에서  많이 발생된다.

   “Empire Strikes Back”에서 다스 베이더가 루크 스카이워커에게

   “내가 네 아버지다.” 라고 말했을 때 루크 스카이워커가 다스베이더를 쳐다보는 눈빛을 떠올려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GLheiLGZ1k8&ab_channel=CollectiveCulture



    보는 이는 루크 스카이워커의 절망적인 눈빛을 통해 그 말이 진실임을 짐작하고 루크의 내면을 느낀다. 

  이처럼 캐릭터가 어떤 대상을 바라보는 모습은 (특히 극적인 순간에) 영화에서 수많은 내면적 감정에 대한 묘사를 매우 용이하게 한다.  


    보는 이가 캐릭터의 눈빛을 보고 그 사람의 내면을 느끼기 위해서는 그 캐릭터가 루크 스카이워처럼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익숙한 캐릭터여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존 카사베츠의 영화 속 캐릭터들의 감정은 이해하기 힘들다. 그들은 또라이들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Joker”의 아서 플렉처럼 사회 시스템(보통 사람들의)에 의해 희생된 또라이들인 것도 아니다. 

 그야말로 그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원초적 또라이들이다.  

따라서 카사베츠 영화 속 캐릭터들의 눈빛을 아무리 봐도, 보는 이는 그들의 내면을 느끼기 힘들고, 카사베츠 영화에 몰입하기도 힘들다.


 그런 면에서 “Gloria”는 카사베츠의 입문작으로 적합한 영화다.

이 영화 속 캐릭터들은  카사베츠 영화답지 않게 대체로 익숙(?)하다.

보통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적어도 “Gloria”는 비교적 ‘인과적인 이야기’ 구조로 사람들에게 예측 가능성을 부여하면서 어떤 기대감을 심어준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카사베츠는 이 서사 구조에서 뭔가 뒤틀린 연출을 하며 특유의 감각을 선보인다. 

따라서 “Gloria”는 카사베츠의 최고 걸작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보통 사람들이 카사베츠의 강점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걸작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Gloria”에서 다음의 한 씬을 보자.

 

   https://youtu.be/-QKaa-BFudQ 

   

    이 씬에서는 갱스터의 샷건 세례에 몰살당하는 한 가족과

 이 소리를 듣는 그 가족의 소년이 보인다. (소년은 이 가족들 중 유일하게 다른 곳으로 피신한 상태다.)  


    보는 이는 이 씬을 보면서 총소리에 놀라는 소년의 모습을 기대할 것이다. 

 그러나 이 씬에서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다음 장면처럼 말이다.

   

   79474ced386b0167c0a90c7c7b1a7d79_1655198023_0625.jpg
 

 

     이 장면을 “Empire Strikes Back”에서 루크 스카이워커의 모습과 비교해봐라. 

루크 스카이워커가 다스 베이더의 충격적인 말을 듣고 “아냐, 그럴리 없어, 불가능해” 라고 외칠 때

 보는 이는 루크의 눈빛을 보면서 루크의 내면을 마치 엑스레이를 보는 것처럼 선명하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총성을 들은 아이의 모습에서는 루크 스카이처럼 그 내면을 절대로 볼 수 없다. 

이 장면의 묘사 자체 미스테리하기때문이다.   


   아이는 문간 사이로 뭔가 정돈 되지 않은 상태의 이미지로 보인다. 

 마치 세상이 일순간 정지하는 것과 같은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보인다.


    보는 이는 이 씬에서 가장 극적으로 캐릭터의 내면을 경험할 수 있는 순간에 가장 미스테리한 이미지를 보면서 그 몰입감을 차단 당한다.



      그런데 이 씬의 이 이미지를 정말 모호하게 만드는 것은 

    이미지 자체에 앞서 이미지와 사운드간의 밀접한 관계다.

    비록 카사베츠는 고다르처럼 사운드를 실험적으로 활용하지는 않았지만

    사운드를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이미지(모호한)를 더욱 강렬하게 하는데 탁월했다.


     이 씬에서 들리는 사운드(대사를 제외하면)는 

    애절한 음악과 3번의 총소리다.

    

      1-2 번째 총소리는 전형적인 묘사다. 

   음악이나 음향을 통해 보는 이에게 어떤 센티멘털한 감정을 

   유발시키고 고조시킨 다음 별안간 충격적 사건을 터뜨려 보는 이를 놀래 키는 것은 많은 영화에서 쓰는 기법이다.    


     이 씬에서도 보는 이는 첫 번째 총소리에 놀랄 것이다. 

    이 총소리가 들리기 전까지 보는 이는 애절한 음악을 통해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누는 부자의 통화에 집중하도록 유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는 이는 비록 곧 비극이 닥칠 것임을 예측은 해도 타이밍적으로 당황 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총소리는 아이 가족의 죽음을 확인사살(?)하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세 번째 총소리다. 

    세 번째 총소리는 이전과 같은 총소리지만 전혀 다른 느낌이 난다.

    아이의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의 이미지와 병치되는 이 폭발적인 총소리는

    단순히 아이의 가족이 몰살당했다는 신호를 훌쩍 뛰어넘어서 

    아이의 모호하고 혼란스러운 감정 순간을 대변하는 폭음으로 기능한다. 

    (이 소리가 끝난 직후 창밖에서 어떤 소리가 들릴 때 

   아이가 혼란을 끝내며 자기 가족을 보려고 문 밖으로 나가려는 모습이 나온다. 다시 인과론적인 이미지들이 나온다.)


    “Gloria”의 강점은 비교적 인과론적인 흐름 속에 종종 

  그 흐름을 깨부수고 나오는 돌출 된 이미지다. 

  앞선 남자 아이의 모습처럼 말이다. 

  마치 이 돌출 된 이미지는 파편과 같다. 

    

 “관객은 행위의 인과율로 계기화된 극적 사건에 몰입하는 대신, 진실의 파편적 형태, 파편적 사건과의 조우, 

그 기호들이 마주침의 순간들로 유도되는 영화의 여정에 동참한다.” (1)


  보는 이는 가족이 몰살당했을지도 모르는 상황 속의 

 공포에 떤 소년의 모습(기대하던)을 보지 못하고

 ‘이 소리가 뭐지?’ 하면서 머리를 만지는 소년의 강렬한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면서 삶에서 잘 보이지 않는 진실을 경험할 수 있다.  


   어떤 비극적인 소식을 접했을 때, 과연 사람들의 반응이 루크 스카이워커처럼 모두 획일적일까? 

물론 그것이 일반적이겠지만 다른 상황도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 소년의 미묘한 모습처럼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별안간 죽었다는 소식을 접할 때

사람들은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고 이를 감정적으로 분출하기 전까지

 어떤 찰나와도 같은 모호한 감정의 순간이 존재할 것이다. 

  이럴 때 많은 영화의 캐릭터는 루크 스카이워커처럼

 “그게 무슨 말이야, 믿을 수 없어! 거짓말이지!” 와 같은 말을 할 것이다.

 이런 영화의 묘사는 현실에서 모호할 수 있는 감정의 순간을 너무 뻔하고 분명한 상황으로 획일화한다.

 이런 모호한 감정의 순간을 표현하는 것이 슬픔이나 기쁨 같은 확연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기에 

이런 감정의 순간은 루크 스카이워커 것처럼 획일화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카사베츠는 바로 이런 모호한 감정의 상태를 보여주고자 했다. 

따라서 카사베츠의 돋보이는 이미지는 문간 사이로 보이는 소년처럼 

뭔가 정돈 되지 않으면서도 날 것 같은 상태의 이미지다.

이러한 이미지는 카사베츠가 추구하는 모호한 순간과 더 없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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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S 한움  
3개의 글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이런 감독 영화가 내 취향은 아니지만 이 글로 Gloria는 궁금하게 만드네요
1 타바스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Gloria는 그렇게 거부감(?) 없이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재미있으면 카사베츠와 친패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