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젠슈타인의 이론과 영화의 괴리

영화이야기

에이젠슈타인의 이론과 영화의 괴리

1 타바스 4 916 3

  에이젠슈타인의 몽타주 이론 자체는 어렵지만 매혹적입니다. 예술 사조는 물론 인문학 전반을 다룹니다.




   그런데 제가 에이젠슈타인을 비롯해서 몽타주 이론가들에게 가장 알고 싶었던 것은 


왜 클로즈업이 몽타주 영화 연출에서 가장 빈번하게 반복적으로 쓰이냐는 것이었습니다.  


인물의 얼굴이나 특정한 곳이 두드러지게 강조된 근접 장면은 몽타주의 상징(특히 소비에트)이 됐습니다. 




  몽타주 연출(이론에 한정 한다면)은 어떤 주어진 현상을 한 시점에서 접근하지 않고 다양한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관찰합니다. 


각각의 극적 요소들이 독자적인 호소력을 지니게 하여 다양한 관점을 제시합니다. 




   에이젠슈타인이 최종적으로 추구했던 몽타주는 조화로운 몽타주입니다. 


각각의 몽타주 조각이 개별적인 주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면서도 전체적인 흐름을 구축하는 이중의 기능,


 즉, 다양한 요소들이 독자적인 길을 걸으면서도 하나의 전반적인 인상에 기여하는 하모니가 에이젠슈타인이 궁극적으로 추구했던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조화는 서로 이질적인 것들이 엉켜 붙는 모순의 단계까지 의미합니다. 




   몽타주는 이러한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 보는 이에게  연상 작용을 지속적으로 유발시켜 보는 이의 정서를 자극합니다. 


그 연상 작용은 주로 이미지간의 유사성, 대조성, 비약성을 통해 실현 됩니다. 


관련 없는 내용이나 주제까지 이러한 장면들의 관계로 인해 보는 이에게 강력한 정서적 감정을 부여합니다.  




    몽타주의 순기능은 보는 이로 하여금 이미지간의 연상 작용을 지속적으로 유발시켜 보는 이를 능동적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클로즈업이나 자극적인 장면을 관습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보는 이에게 어떠한 연상 작용을 부여할 수 있을까요?     


  소비에트 몽타주 영화 연출은 흥미로운 연출도 보이지만 매우 관습적인 연출도 보입니다. 


 아마도 무성 영화를 통틀어 보는 이를 가장 수동적으로 만드는 연출을 보였을 것입니다. 


왜 보는 이의 능동성을 그토록 강조하는 몽타주 이론이 보는 이를 수동적으로 만들 수 있는 클로즈업의 관습적인 연출을 그토록 빈번하게 했을까요? 


안타깝지만 저는 이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는 것은 찾아보지 못했습니. 따라서 이를 유추할 수밖에 없습니다.




   셰익스피어 연극은 긴 막보다 독자적인 호소력을 지닌 짧은 장면들로 구성됐다고 합니다. (참고로 저는 영문학 문외한입니다.) 


에이젠슈타인은 스승 마이어홀드에게 깊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마이어홀드는 셰익스피어처럼 관객에게 전반적인 이야기를  전달하기보다는 관객에게 강력한 정서적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장면들을 추구했다고 합니다.  


에이젠슈타인 역시 그러한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는 연출에 주력했고 


이를 위해 강렬한 연출이라고 할 수 있는 클로즈업도 많이 보이고 자극적인 장면도 많이 보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때문에 에이젠슈타인의 이상(이론)과 현실(영화)은 괴리가 생깁니다. 




   “Staroye i novoye” 두 씬들을 보면 에이젠슈타인 몽타주 연출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볼 수 있습니다. 


순기능은 다음 글이 있으면 언급해보고 역기능만 (본문의 취지라고 할 수 있는) 언급해봅니다.


  https://youtu.be/8AayQQ-FhGQ


  위 링크 영상을 보면 여주인공이 돈을 나눠주려고 하는 영감을 저지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 씬에서 문제점은 영감을 클로즈업으로 많이 보이기 때문에 장면들이 불필요하게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액션은 다음 한 장면으로도 충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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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장면만으로도 여주인공이 영감을 저지하는 모습이 잘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화면을 굳이 클로즈업(영감이 중심이 된)으로 나누기에 다음과 같은 장면들로 늘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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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불필요한 장면은 관객의 연상 작용을 불러일으키는 것과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보듯이 영감을 클로즈업으로 잡기 때문에 영감이 여주인공 손에 밀쳐지는 광경마저 제대로 안 나옵니다. ) 




    다음 씬의 장면을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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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씬에서는 꺽다리가 자신을 막아서는 여주인공을 밀치는 모습이 나옵니다. 


위 장면들을 보면 우유가 든 양동이가 엎어지고 여주인공을 비웃은 사람들의 리액션 장면들이 보입니다.


 이건 에이젠슈타인 추구했던 능동적인 연출과 정 반대의 연출입니다. 


우선 이러한 리액션 장면들은 보는 이를 가장 수동적으로 만들 가능성이 있는 연출입니다.


 단적으로 쇼 프로그램에서 많은 사람들이 웃는 광경을 리액션으로 보이는 것은 시청자로 하여금 빨리 그 즐거운 분위기에 동참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위 장면들에서 금니(맞나?)가 훤히 다 보이도록 여주인공을 비웃는 장면도 마찬가지 맥락입니다. 


이러한 장면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핍박받는 여주인공을 비웃는 사람들을 경멸하도록 유도 하는 수동적인 효과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에이젠슈타인 영화에서는 위 두 씬에 해당하는 연출들이 많이 보입니다. 이는 에이젠슈타인이 추구했던 이론과는 분명한 괴리를 보입니다. 




   물론 에이젠슈타인은 클로즈업 같은 것을 두드러지게 하여 보는 이에게 강력한 

연상 작용을 유발하는 연출도 많이 선사했습니다. 


  아마 에이젠슈타인의 무성 영화로 한정한다면 에이젠슈타인의 몽타주 연출은 공과(?)가 5:5로 나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소비에트 몽타주 영화는 에이젠슈타인의 영화 몽타주의 보다는 단점과 공통점이 훨씬 많고


이 관계는 오늘날 몽타주를 강력하게 쓰는 영화들에게도 해당 될 것입니다.


그 이유는 위와 같은 몽타주 연출이 만들기가 매우 간편(?)할뿐더러 보는 이를 자극하기에도 좋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언제 쓸 지 모르지만) 앞서 분석했던 ““Staroye i novoye”의 씬들을 중심으로


에이젠슈타인이 추구했던 몽타주 이론은 실제  어떻게 구현됐는지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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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S 컷과송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본문과는 다소 관련 없는 질문입니다만.
90년도에 출간된 예건사의 '몽타쥬 이론'과 최근 문지에서 출간된 '몽타주'  두 서적은 읽으셨는지...두 책의 차이 등 간략한 서평을 청합니다.
1 타바스  
이정하 교수님의 두 책 모두 매우 훌륭하구요.

서평보다는 차이점을 말씀드리자면 예건사는 에이젠슈타인이 중심이 된 책이고 (국내 에이젠슈타인 서적의 바이블이죠..개인적으로는 김용수 박사님 책이 더 낫다고 보지만)

문학과 지성사는 몽타주 전반을 다룬 책입니다. 후자책도 좋습니다만, 철학적인 내용이 많이 나오고.. 계속 읽다보면 이게 사회과학을 읽는지 그런 느낌도 들어서 완독은 못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영화를 볼 때 안목을 넓혀주는 책을 선호하는데 이 책은 그런 유형이 아니라서...)
그래도 몽타주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처음부터 접근하고 싶다면 이 책만한 책이 없을 것 같습니다.
S 컷과송  
답변 감사합니다. 예건사 책을 읽은 지 기억이 희미하던 차에 문지 책이 출간되어서 궁금하던 차였습니다. 구입해서 살펴보겠습니다.
11 ETEPARA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