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타주 연출의 최고 경지에 대해서

영화이야기

몽타주 연출의 최고 경지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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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타주의 기본 개념은 youtube에 자료가 많으니까 보시길 바랍니다.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시면 김용수 박사의 “영화에서의 몽타주 이론” 이라는 책이 있어요.

몽타주 관련해서 우리라나에 출간 된 것들 중에서 제일 괜찮은 책이라고 봅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858376

알라딘에서 팝니다.



 그런데 제가 이 글에서 언급하는 것은 실제 영화에서 사용 됐던 몽타주 수준입니다.

타주 이론과 몽타주를 사용했던 영화의 미적 수준은 괴리가 있습니다.

몽타주 ‘이론’ 자체는 깊이가 있고 무한한 가능성이 있지만 정작 영화가 도달한 몽타주 수준은

미적으로 그만큼 대단함은 보이지 못했습니다. (적어도 유럽 영화는......)


우선 몽타주의 개념을 한정적으로 언급해보자면,

여러 가지 이미지를 나열 시켜서 보는 이에게 감정적 자극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영화에서 여러 가지 이미지를 쓴다면 큰 사건이 터질 때 그리 하는 많은 경우가 많은데 하나의 시퀀스를 보겠습니다.



https://youtu.be/DZohYerz4Q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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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벨 강스의 “La Roue”의 오프닝 시퀀스를 보면 열차가 박살나고 사람들이 개고생하는 광경을 무려 5분 이상 몽타주로 처리했습니다.

여기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비슷한 이미지들의 반복입니다

영화가 음악과 비슷한 점이 있다면 음악에서 동일한 음이나 멜로디가 있더라도

다른 음과 결합하면 동일한 것이라도 다른 느낌으로 들리는 것처럼 영화도 똑같거나 비슷한 이미지를 사용해도

어떠한 이미지와 결합하느냐 따라서 감정적 뉘앙스가 다르게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위 장면들은 이 시퀀스에서 반복되는 이미지들임입니다. (이외에도 반복되는 이미지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이 이미지들은 반복되지만 여타 이미지들 결합되면서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제공하죠.


“Battleship Potemkin” 의 오데사 시퀀스도 앞서 언급한 시퀀스와 거의 유사한 원리입니다.

유의미하게 차이점이 있다면 “Battleship Potemkin”에서 더 많은 자극적인 광경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https://youtu.be/OoX3B2HEQLc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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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통 속에 있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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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을 맞고 죽은 어머니로 인해 계단으로 위험하게 굴러 떨어지는 유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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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동일하거나 비슷한 장면들이 반복되지만 새로운 이미지들과 결합하기 때문에 새로운 느낌을 제공합니다

그래서 똑같은 이미지를 반복하더라도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는 것이죠.


그런데 이러한 몽타주를 사용하는 영화들의 단점은 군중들과 주요 인물간의 긴밀한 구조적 관계를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위에 캡처 한 장면들을 보면 개별 인물의 장면만 있지, 군중 속에 속한 주요 인물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대규모 장면의 구조를 살펴보려면 군중 속에 속한 주요 인물을 제대로 보여야 합니다

이 시퀀스들을 연출한 감독들은 몽타주 효과를 너무 믿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제일 중요한 요소를 간과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단점은 이 영화들뿐만 아니라

제가 봤던 대부분 유럽 영화에서 나타납니다. (몽타주를 강력하게 사용하는)


  비록, 몽타주 연출은 짧게 분할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그것이 최고의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세부적인 장면에 앞서 전체적인 장면을 제대로 디자인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킹 비더의 “crowd” 의 한 씬을 보죠.


https://youtu.be/HDKqIfULO1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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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가 교통 사고 난 딸을 안고 들어오는 광경을 보면

군중 속에 파묻힌 아버지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아버지가 딸을 안고 군중 한복판을 헤집고 앞으로 나올 때 군중의 모습이 바뀌는 모습을 보세요.


 2-3 장면들을 보면 아버지를 기준으로 군중이 나뉘어져 흩어져 보이지만

4번 장면을 보면 아버지가 군중 앞으로 나올 때 흩어졌던 군중이 합쳐지면서

장대한 모습으로 부녀의 뒤를 빼곡하게 채웁니다.  환상적인 연출입니다.


 반면, “Battleship Potemkin”의 많은 인물이 주요 인물과 구조적으로 연결되는 장면들은 거의 없고 있어도 평범한 장면들이 많습니다.

(유일하게 볼 만한 장면은 어머니가 죽은 아이를 안고 군대에게 돌진(?)하는 장면인데 이것 역시 "Crowd"에 비해서 매우 평범합니다)


 아래 한 씬을 더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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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는 죽어가는 딸을 위해서 주위에 조용한 환경을 원했지만 거리에서는 소방차가 떼로 출동하고

이를 ‘구경’ 하러 가는 군중들이 엄청나게 시끄러운 소리를 내고 있숩나다.

특히 1-2번 장면에서 화면 전경이 사선 형태로 비어있는데, 그 빈 공간을 소방차들이 가득 채우며 지나가는 모습은

‘제발 조용히 해달라는 아버지의 심정’과 강력한 대조를 이룹니다. 


 에이젠슈타인이나 아벨강스가 이런 상황을 연출했다면 부녀를 근접으로 보여주는 것은

물론 소방차나 군중들의 모습도 근접으로 많이 보였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특정 이미지들을 계속 반복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씬은 군중 속에 파묻힌 아버지의 비통한 모습이 충분히 표현됐기에 굳이 이미지들을 많이 반복하지 않습니다.

킹 비더는 이 장면들을 통해 군중 속에서 아무 것도 못하는 속수무책의 아버지를 선명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군중들 속에 파묻혀서 속수무책으로 보이기 때문에 “Battleship Potemkin”의 희생자들보다 훨씬 비참하게 보입니다.


 엄밀히 말해서 “crowd”의 씬들은 소비에트가 주장하는 몽타주와는 ‘약간’ 거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위 씬은 여러 이미지의 나열과 결합이라는 몽타주의 기본적 관점에서 볼 때 이 씬은 몽타주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제성과 미적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아벨강스와 에이젠슈타인의 몽타주는 영화의 구조적 측면에서 능동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이런 연출은 보는 이를 ‘살펴’보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자극적인 장면들을 반복적으로 결합해서

보는 이를 그저 자극할 뿐입니다. 따라서 보는 이를 수동적으로 만듭니다 . 영화의 ‘구조’를 잊게 만듭니다.

이 점에서는 앙드레 바쟁이 지적했던 몽타주의 한계와 상통합니다.

그러나 “ Crowd”는 몽타주로도 마치 미술 작품을 관찰하는 것처럼 구조를 깊이 살펴 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특히, 군중의 모습 형태, 소방차의 모습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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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24 umma55  
훌륭한 분석글입니다. 감사합니다.
어제 우연히 31년도 러시아 영화를 봤는데
몽타주 편집이 아니나 다를까 엄청 많던데
역시나 전체 군중을 잡는 화면이 적어서
비슷한 생각을 했네요.
S 컷과송  
지난번 글에 이어 이번 글도 잘 읽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여기서 글쓰기 이어가시길 부탁드립니다.
1 타바스  
고백하자면, 비약이 있는 글인데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제가 주제인 만큼 글이 굉장히 길어질 것 같아서요.
보충할 것이 많은 글이었습니다.
소비에트 정치 영화를 보면 몽타주에서 설정 샷이라든가, 마스터 샷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없거나 부족해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본문에 열거한 것 외에도 많다고 봅니다.
대부분 세부적인 장면들과 긴밀성이 부족해서 생기는 것들이죠.
한편, 재미있게도 80년대 이후 헐리우드 영화의 몽타주(액션이 많은)들은 그 이전 미국영화들보다 소비에트 몽타주들과  유사점이 훨씬 많습니다.

  한편 소비에트 20년대 영화들 자체가 유려함을 추구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과격하고 촌스러운 것은
그 사람들 나이가 젊은 갓도 있다고 봐요. 에이젠슈타인만 해도 26살도 안 될 당시에 소비에트 영화계에서 올드보이로 불렸으니까요  ㅋㅋㅋ
어찌보면 프랑스 누벨바그와 유사점이 상당히 많은 것도 같구요. (극단적이고 촌스럽고 똘끼가 있는 것 까지 ㅋㅋㅋ.)

  여하튼 몽타주에 대해서는 나중에 한 번 더 보충을 해볼까 합니다. 그리고 씨네스트에는 고전 영화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은데
다른 분들도 몽타주에 대해서 총데(?)를 메고 써주셨으면 합니다 ㅋㅋ
20 암수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앞으로도 종종 좋은 글 볼 수 있길 기원합니다..
11 ETEPARA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