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들리 스콧의 신작 를 보고

영화이야기

리들리 스콧의 신작 <하우스 오브 구찌>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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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들리 스콧은 별로 좋은 감독이 아니다. <블레이드 러너>, <에일리언> 같은 영화로 분에 넘치는 칭찬을 받고 맛이 살짝 간 감독이라는게 내 입장이다. 심지어 자기보다 일찍 세상을 떠난 동생 토니 스콧보다 실력이 없다. 1937년생이니 올 해 85세이다. 소변을 보고 바지에 오줌을 지릴 나이인데 여태 영화를 만들고 있다. 그것도 작년에 두 편을 만들었는데 <라스트 듀얼>과 <하우스 오브 구찌>가 그것이다.

장 뤽 고다르, 클린트 이스트우드, 프레드릭 와이즈먼은 1930년생이니 그보다 일곱살이나 위인데 여태 현역으로 뛰고 있으니 리들리 스콧이 영화를 만드는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다만 요즘에는 이런 의심이 든다. 이 할배들은 영화를 만드는게 목적이 아니라 오래 살려고 영화를 만드는게 아닐까하는 생각 말이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 은퇴해서 옛날 앨범이나 뒤져가며 죽을 때를 손꼽아 기다리는 것만큼 건강에 나쁜게 없다.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비를 모으고, 배우들을 만나고, 리허설을 하고, 영화를 찍고, 편집을 하고.. 프리 프로덕션에서 포스트 프로덕션까지 불알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니면 어쩔 수 없이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까 이 영감들은 장수의 비결을 알고 있는 영악한 존재들이다.


암튼 리들리 스콧이 <라스트 듀얼>과 <하우스 오브 구찌>를 한 해에 두 편이나 내놓았다. 원래 기대를 안하는 감독이라 부담 없이 봤고 보는 내내 즐거웠다. 두 작품 중에 내겐 <하우스 오브 구찌>가 더 재밌었다.

항간에 이 영화가 너무 길고, 다 아는 이야기를 그냥 정리하는 식으로 보여준다라고 혹평이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그건 스토리만 따라가니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칭찬하는 쪽도 뻔하다. 레이디 가가와 자렛 레레토의 연기가 훌륭하다는 건데 사실 할리우드 배우들 중 그 정도의 연기는 수도 없이 봤기에 그렇게 대단한지 모르겠다.


이 영화는 사실 코미디다. 대사와 상황을 따라가보면 재밌는게 눈에 마구 들어온다. 1978년 밀라노가 이 영화의 대과거다. 운송업계의 딸 파트리치아(레이디 가가)는 구찌 가문의 마우리치오(아담 드라이버)를 파티에서 만난 순간 이 남자를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맹렬하게 들이댄다. 춤을 추다가 먼저 자리를 뜨려는 마우리치오에게 파트리치아가 시간이 되면 황급히 가야하는 신데렐라인가하고 묻는다. 마우리치오는 종이 울리면 개구리로 변하기 때문이죠라는 말을 남기면서 황급히 자리를 떠는데 그의 뒷모습을 보고 파트리치아가 하는 말. '너는 개구리가 아니라 호박마차야'. 이 대사는 신데렐라의 꿈을 이루는 것은 파트리치아 자신이고 마우리치오는 호박마차 같은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넌지시 암시하는데 그녀가 가지고 있는 계층 상승의 강렬한 욕구를 솜씨 있게 보여주는 대사다.


살아 온 환경과 교육 수준이 다르고 그 때문에 구찌 집안은 두 사람의 교재를 반대한다. 이 환경적 격차를 클림트의 그림을 보고 피카소 그림이냐고 묻는 파트리치아의 모습으로 제시하는 것은 너무 뻔한 연출이다. 하지만 길거리에 파는 빵을 사먹으면서 마우리치오가 가게 주인에게 넵킨을 요구할 때 파트리치아는 이미 빵을 입에 넣고 있는 장면이 더 재치있다.

아버지 로돌포 구찌의 반대를 무릅쓰고 마우리치오는 집을 나와 파트리치아와 결혼을 한다. 마우리치오가 셔츠를 다리미대에 올려놓고 다리고 있던 어느 날, 삼촌 알도 구찌(알 파치노)의 전화가 걸려온다. 이 장면을 교차 편집해서 보여주는 장면도 재미있다. 누워서 마사지를 받고 있는 알도와 셔츠를 다리는 마우리치오의 모습이 경제적 격차를 유사 이미지도 대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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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정도의 연출은 저 세월 동안 할리우드에서 맷집을 길러온 감독이라면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해두자.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장면은 영화의 처음과 후반 두 번 반복되는 장면. 즉 마우리치오가 카페에서 일어나 자전거를 새털 같이 가볍게 타고 길을 내려오는 장면이다. 마우리치오가 저격 당하기 직전에 자전거의 활주가 보여주는 아름다운 리듬과 속도감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훤칠한 아담 드라이버가 몸을 꼿꼿하게 세워 삶의 기쁨을 맘껏 즐기는 순간. 그 순간은 수직의 몸이 얼마 뒤에 수평으로 눕기 직전의 시간, 인생에서 찰나와 같은 행복한 시간으로 환상과 같은 느낌을 준다.


이 장면은 오래 전에 봤던 <블레이드 러너>에서 유니콘이 숲 속에서 천천히 달리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하우스 오브 구찌>는 그런 영화적 재미가 넘치는 리들리 스콧의 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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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13 Harrum  
요즘은 기저귀가 좋아서. ㅎ
저 할아버지 언제 죽어요?
우와 37년생이라니...ㄷㄷㄷ
21 장곡  
자세한 설명을 어떻게 자료를 찾아서 하시는지 궁금하네요.
무슨 자료를 이야기 하는지 모르겠네요. 영화관에서 영화 보고 쓴 글입니다.
21 장곡  
그랬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