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 * *

 

감 독 : 임복지
주 연 : 악화, 채종한, 진성

aka. The Master and the Kid
      Shaolin Master and the Kid
      Fury of the Shaolin Master

우리나라에 비디오로도 출시된 <아들을 동반한 무사>는,아마도 저 유명한 미스미 켄지의

<아들을 동반한 검객>에서 제목을 비슷하게 따왔나봅니다. 설정 또한, 미스미의 영화에서

그대로 따왔고요. 아들 대신, 조카를 데리고 복수극을 떠나지만 말이죠. 그러나 조카가 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결말에서 조카가 삼촌을 달구지에 넣고 끌고가는 장면은, 미스미 영화에

대한 조크 같습니다)

더구나 이야기의 허술함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영화 초반, 몰살당한 가족의 아빠가 죽기전

마지막 유언으로 엄마를 찾아달라고 주인공에게 부탁을 하지만, 영화 결말에서, 최종 보스를

죽인 이후에도, 엄마와 조카가 상봉한다는 설정은 없습니다. 정말 의아한 게 이 부분인데,

그냥 아무 이유도 없이, 악당도, 조카도, 주인공도, 그 누구도 엄마를 찾지 않습니다. 조카의

엄마의 존재는 아무 이유없이 내러티브에서 사라졌습니다.

아무래도 시나리오 없이, 걸작의 설정만 가져와서 액션씬만 주구장창 촬영하다가, 결말에 이르러

내러티브의 걷잡을 수 없는 사태에까지 이른게 아닌가 싶습니다. 다 찍고 나니, 도저히 말이 안된다

싶은 감독은, 중간에 엄마와 아들의 물놀이하는 꿈 장면을 삽입합니다. 그럼에도 내러티브의 심각한

하자는 수정이 안되는 것이였지요.

이야기의 허술함이 이쯤되면, 인물의 심리나 내면에 대한 묘사 역시 기대해서는 안되겠지요. 인물들은

장르 컨벤션의 기능대로만 움직이고 행동합니다. 그것은 오직 액션씬을 위해서만 기능합니다. 가끔

주인공의 감정을 보여주고 싶다면, 판에 박힌 감상적인 스코어와 배우의 슬픈표정, 그리고 이것을

포착하는 줌인의 남발. 그러니 주인공이든 악당이든, 그 누구에게도 감정이입될 여지는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이 말도 안되는 이야기의 B무비는 묘한 매력을 뿜어냅니다. 어설픈 작가는 오마주하고,

훌룡한 작가는 홈친다고 했던가요? 오프닝의 악당의 폭행장면은 마리오 바바의 음울한 컬러조명을

그대로 답습합니다. 영화의 매 씬마다의 스코어는, 레오네의 <옛날 옛적 서부에서>의 모리꼬네의

스코어를 그대로 무단 복제하며, 때론 괴이한 변주로서 삽입합니다. 더구나, 대결 장면의 미쟝센과

편집은 서부영화의 그것과 대단히 닮아있습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하이브리드한 베끼기의

결과로서의 영화는, 동양의 디제시스적 공간을 괴이하게 엉켜버린 사이키델릭한 시공간으로 만들어버립니다.

그럼에도 가끔 삽입되는 그 순박하고 신파조의 건전가요풍의 노래가사들은, 대단히 폭력적인 장면들과

묘한 대조를 이룹니다. 복수를 위해 악당들은 주인공에게 심문을 당하는데, 그 방법이 좀 잔인합니다.

허리를 꺾거나, 어깨를 꺾어서 자백을 받아내거나, 목메달아 죽입니다. 특히, 찬바라나 무협영화에서의

싸움장면에서의 그 과장된 폴리 사운드는 잔인함을 더욱 배가 시킵니다. 또한 주인공의 맞수로 나오는

검은 옷을 입은 킬러는 비정하고 잔혹하기 이를데 없는 캐릭터입니다. 돈 보다는 살인을 즐기고,

죽어가는 자의 눈 앞에서 그의 여인을 폭행하기에 이릅니다. 외화면으로 보여지는 그 장면은 꽤나

정서적으로 수.위가 매우 높습니다.


이야기의 정교함이나, 인물의 심리는 전혀 아랑곳 없이, 거의 싸움장면만으로 구성한 이 영화는, 오히려

그런 무책임함과 대범함으로서 B무비의 막가파 미학을 보증하는 것이기도 할 것입니다. B무비 좋아하시는

분들은 감상하시기를...

https://fsharetv.co/movie/tie-bu-jin-ying-episode-1-tt0187040
https://www.youtube.com/watch?v=tjl4CB6veDc&t=134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