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바이 몬티 헬만~, 헬로 자크 투르뇌르!

영화이야기

굿 바이 몬티 헬만~, 헬로 자크 투르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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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화의 전당 시네마 테크 특별전이 몬티 헬만에서 자크 투르뇌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 해 4월 입원 중에 몬티 헬만의 부고를 듣고 퇴원하자마자 그의 영화들을 다시 챙겨봤습니다.

개인적인 추모 영화제를 한 것인데, 11월이 되어서야 몬티 헬만 특별전이 영화의 전당에서 열려 무척 기대를 했습니다만, 실망이 더 컸습니다.

일단 편 수로 얼마 안되는 몬티 헬만의 영화들이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전작이 상영되지 않았습니다. 그 중에는 1964년 작품인 <광란의 비행>은 제쳐두더라도 때늦은 마카로니 웨스턴 <China 9, Liberty 37>(1978), 1988년작 <이구아나>를 정말 보고 싶었는데 많이 아쉽더군요.


전작이 아니라면, 몬티 헬만의 영화는 <복수의 총성>(66), <바람 속의 질주>(66), <자유의 이차선>(71), <닭싸움꾼>(74)만 보면 됩니다. 한 작가의 영화를 모두 다 봐야 한다는 전작주의자들 내지 작가주의 숭배자들에게만 의미 있는 영화들이 있으니까요(이번에 무료로 상영된 <갈 수 없는 길>(2000) 같은 작품도 나름 의미 있는 작품이긴 하지만 작가 개인으로서 회한이 더 묻어있는 작품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전작이 수급이 안되니까 이해할 수 없는 방법을 썼습니다. 헬만이 조금이라도 참여한 작품들이면 긁어모아서 특별전에 상영을 한 것입니다. 헬만의 필모를 보면 어떤 감독이 영화를 만들다가 죽으면 땜빵으로 영화를 완성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를 '필름 닥터'라고 불렀는데 저는 그의 이름이 Hellman이라서 그런지 왠지 이런 경력이 재밌었습니다.


아무튼 그런저런 영화까지 다 가져오니 폴 버호벤의 <로보캅>(87)도 상영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원래 몬티 헬만이 만들기로 했으나 제작자가 SF를 만드는 헬만은 상상이 안간다면서 폴 버호벤에게 메가폰을 맡긴 영화입니다. 그래도 헬만은 이 영화에서 오토바이 씬 등 도시 장면을 몇몇 장면을 찍었는데 이 과정에서 버호벤이 엄청 헬만을 싫어했습니다. 문제는 헬만 자신도 어느 부분을 찍었는지 기억을 못하는 영화입니다. <지옥의 사자들>(79)은 거의 완성된 상태에서 마크 롭슨 감독이 사망하자 눈사태 장면 등 몇 장면에 관여를 했고 톰 그리스 감독의 <무하마드 알리>(77)도 감독 사망 후, 사운드 등 몇 부분에 참여한 영화입니다. 1963년작 <테러>는 로저 코먼의 영화인데 여러 감독이 이 영화를 조금씩 찍었습니다. 헬만도 촬영 장에서 하루 정도 영화를 찍었지요. 이런 영화들은 헬만의 영화 스타일과 무관한 작품들입니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전작을 상영 못할 바에 차라리 앞에 소개한 몬티 헬만의 주요 작품을 상영하고 나머지는 '로저 코먼의 자식들과 몬티 헬만'이라든가 '몬티 헬만과 뉴 할리우드 로드 무비', '몬티 헬만과 모던 웨스턴' 등의 기획이 더 의미가 있었을 것입니다. 몬티 헬만의 영화를 다루면서 B급 영화의 제왕 로저 코먼은 언급할 가치가 있고, 몬티 헬만의 대표작인 <자유의 이차선>을 다루면서 <와일드 엔젤스>(66), <이지 라이더>(69), <베니싱 포인트>(71) 등의 작품과 비교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히 <자유의 이차선>은 <이지 라이더>의 반대 편에서 만들어진 영화라서 더 그렇지요. 헬만이 만든 서부극은 전통 서부극과 다른 실존주의 서부극이었습니다. 이 영화들과 모던 웨스턴의 성격에 대해 비교해보는 것도 뜻 깊은 것이었을 겁니다. 


이 특별전에는 동의대학교에서 주최하는 포럼도 있었습니다. 서울 아트시네마의 김성욱 프로그래머와 동의대 트랜스연구소의 이나라씨가 발제를 했는데 김성욱씨의 내용은 경청할 만한 것이었습니다(로드 무비를 하나의 제한된 장르로 설명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지만요). 하지만 이나라씨의 발제는 너무 엉성했습니다. 몬티 헬만에 대한 자료를 훓어보면 누구나 하는 이야기 수준의 내용이었으니까요. 게다가 이 분은 예전부터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은 추상화, 신비화 시키는 성향이 있는데 내용의 빈약함을 이상한 방식으로 포장을 하더군요. 더욱 깨는 것은 토론자로 나온 김이석 교수의 말이었습니다. 몬티 헬만의 영화를 이번에 처음 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영화과 교수들이 영화를 안본다는 것은 공공연한 소문이었는데 그것을 본인 입으로 확인까지 시켜줬습니다. 다른 토론자로 나온 구형준 평론가도 쓸 데 없는 질문을 하더군요. '왜 현재는 몬티 헬만 같은 영화를 못 만들까요?'. 이런 질문에 대답을 해야하는 김성욱씨가 안스러워 보였습니다.


굳이 비교를 한다면 너무 초라한 장례식에 참석하다보니 고인에 대해 미안한 마음마저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자크 투르뇌르 기획전은 정말 라인업부터 훌륭합니다.


자크 투르뇌르는 유명한 영화 감독인 모리스 투르뇌르의 아들입니다. 아버지가 영화 감독이다보니 어려서부터 영화판에서 이런 저런 것들을 익혔습니다. 무성영화부터 만든 모리스 투르뇌르는 그에게 영화의 초기 문법을 가르쳐준 셈이지요. 하지만 도제 기간이 너무 길어지다 보니 그의 능력이 발휘되는 데에는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그가 정작 빛을 발휘하게 되는 것은 RKO의 유명한 B급 영화 제작자 발 류튼을 만나고나서부터입니다. <캣 피플>,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 <레오파드 맨> 등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하는 때입니다. 그러니까 그에게는 두 명의 아버지가 있었다고 해도 될 것입니다. 모리스 투르뇌르가 생부이면서 그에게 영화를 가르쳐 준 사람이라면, 그의 개성을 발휘해서 그를 새롭게 탄생하게 하는데에는 발 류튼이라는 뛰어난 정신적 아버지가 있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공포 영화 외에도 <과거로부터>와 같은 최고의 느와르, <베를린 익스프레스>와 같은 뛰어난 기차 영화, <패시지 계곡>, <내 왕관의 별들>과 같은 웨스턴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만들어 냅니다.


자크 투르뇌르는 프랑스 태생으로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따라 미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영화를 찍었습니다. 영화사가 앤드류 새리스에 의하면 그가 미국 영화에 남긴 것은 '프랑스식 고상함'이었다고 합니다. 그게 최선일 경우에는 <그레이트 데이 인 더 모닝>에서 처럼 파스텔조의 우아한 웨스턴을 만들어내지만 최악의 경우 <화염과 화살>애서 처럼 활기가 없는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고 합니다. 만약에 영화 감독을 서사에 치중하는 감독과 영상미에 치중하는 감독으로 나눈다면 투르뇌르는 후자에 속합니다. 그의 영화는 이번 특별전의 제목처럼 '그림자와 빛의 거장'이라고 불릴만큼 시각적으로 아름답습니다.


투르뇌르는 늘 영화에서 빛을 중시했기에 그의 영화를 찍는 카메라 맨들이 힘들어했던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빛과 그림자는 모호함의 세계이기도 합니다. 투르뇌르의 영화가 서사적으로 모호한 것은 그가 초자연적 존재를 정말 믿었기 때문입니다. <악령의 밤>과 같은 영화를 찍을 때에는 마녀로 알려진 존재들과  만나서 인터뷰를 하고 자신도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호언장담까지 하기도 했습니다 


현존하는 최고의 감독인 페드로 코스타가 자크 투르뇌르를 정말 좋아했고 그의 많은 작품에는 투르뇌르의 그림자가 보이기까지 합니다. 페드로 코스타는 투르뇌르의 어떤 영화를 좋아할까요? 정말 궁금했습니다.

만약 그가 <캣 피플>,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 <과거로부터>를 언급했다면, 살짝 실망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그가 언급한 투르뇌르의 최고작은 <내 왕관의 별들>이었기에 정말 기뻤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투르뇌르의 영화이기 때문입니다(하나 더 언급한다면 <패시지 계곡>도 포함하겠습니다). 


이번 투르뇌르 특별전에는 투르뇌르가 미국에서 만든 첫 영화부터 AIP에서 만든 유작까지 주요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못 보시는 분들은 씨네스트 보물 창고를 두드려 보십시오.

주요작품에 <내 왕관의 별들>까지 챙겨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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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Comments
3 Lowchain232  
이구아나는 2014년쯤 블루레이가 나왔습니다. (https://www.blu-ray.com/movies/Iguana-Blu-ray/101928/, 다만 인코딩 문제인지 화질이 구리다고 합니다.)
이 영화에 대해서 아는 분이 허먼 멜빌 같다고 칭찬 하더라고요.
다만 블루레이만 나왔지 필름 구하기가 원체 힘들었나 봅니다. 한동안 네거티브가 유실되었다는 소문도 있었더라고요.

몬테 헬먼은 알려진 세 편만 봤는데 특유의 무드라던가 '복수의 총성' 결말이 참 충격적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여러모로 불운한 경력의 감독였던것 같아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구아나>와 <China 9, Liberty 37>는 이미 봤습니다. 제가 본문에서 말하는 것은 스크린으로 보고 싶었다는 것이지요.
3 Lowchain232  
아 그랬군요. 여튼 개인적으로는 유작이 된 갈 수 없는 길은 한국어 정보가 거의 없어서 어떨지 궁금하긴 했습니다.
18 암수  
여전히 영화의 전당을 홀로 전세내시다시피 유유히 맛깔난 영화기행을 하고 계시는군요...부럽습니다...
저도 예전엔 이런 기획전 하면 4~5편 정도씩은 보곤 했는데..
집이 부산에선 살짝 떨어져있는데다 나이가 한살한살 먹어가니 멀리까지 와서 보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네요..
몬티 헬만 감독전은..패스했습니다..전작중 몇편이 빠져 있고.. 볼만한 영화는 다 본 상태라... 곁다리걸친 영화들은 첨부터 관심도 없었구요..

투르뇌르 감독전도 2~3편 정도는 챙겨보고 싶은데...<위치타>가 빠진건 좀 아쉽네요..
투르뇌르 감독 영화의 백미는 40년대 RKO 호러부터 시작해서 50년대 초중반(악령의 밤 ,57년작)까지가 아닌가 합니다..
그중에서 안본작품 중 몇편 골라서 봐야것어요..
저는 영화를 스크린으로 봐야 뭔가 본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이미 본 영화라도 큰 화면으로 볼려고 노력하지요. 감독이 맨 처음 생각한 포맷으로 영화를 본다는게 영화에 대한 예의처럼 느껴집니다. 투르뇌르의 작품도 조명과 컬러를 스크린으로 보니 가슴이 벅차네요. ㅎㅎ
18 암수  
ㅎㅎ 집에 조그만 노트북으로 볼때 평작이었던 작품이 스크린으로 볼때 걸작중에 걸작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부지기수죠..
스크린의 마법..
저도 그 느낌을 너무 좋아라 합니다..
1 굳디  
안녕하세요. 구형준입니다.
자막을 찾으러왔다가 우연히 글을 보게됐네요.

먼저 저도 짧게 참여했던 헬만 포럼에 대한 죽비 감사합니다.
저는 동시대 영화의 영토에서 헬만의 흔적이 어디에 어떻게 기입되어있는지 개략하고 그에 대해 김성욱선생께 질문드리고자 했는데
변명이지만 준비할 시간이 워낙 짧았고, 당일에 긴장을 많이 해서 두서없이 말한 것 같아 안그래도 찜찜하던 차였습니다.
여하간 코멘트 감사하고, 앞으로 영화를 보고 말을 나눌 때에도 상기하게 될 것 같습니다.

투르뇌르에 대한 재밌는 얘기도 잘 읽었습니다.
겨울 따뜻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S 컷과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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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Jerei  
예술계에 한 획을 그은 전설을 잃는 것은 언제나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저는 블랙잭의 히트작을 보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새로운 세대가 어떤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냈는지 항상 기대합니다. 두렵지만 제가 좋아할 것이라고 낙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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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restissimo  
부산이 멀어 못 간게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