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제26회 부산영화제 후기

영화이야기

2021년 제26회 부산영화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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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하스미 시계있고 님의 부름에 덧글로 하려다가 글이 길어졌다.


마지막으로 이 게시판에 글을 썼을 때 '꼰대 선비질'이라는 투의 조롱을 받았는데, 여전히 내 글은 변함이 없다.


모두 영화에 대한 나의 무지와 나태, 천박한 글쓰기 탓일게다.


씨네스트는 언제나 영화제이며, 영화제를 가지 않아도 80년대 혹은 90년대초반의 씨네필들을 볼 수 있는 드문 공간이다.


중국의 천안문, 독일 통일, 소비에트 연방 붕괴에 대한 무수한 사회괴학의 논문과 의견들을 매일매일 급박하게


흡수했던 가열찬 흥분을 영화 안에서 다시 찾을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그 시기의 동배들이 이 공간에 있음이 지금을 따뜻하게한다.


회원님들의 자막으로 영화를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 이 즐거움이 오래 지속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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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방문 마지막날 11일에 모 중고서적 체인점에 누군가 들뢰즈와 푸코에 대한 영문판, 한글판 서적 등을 

40여권 판매한 것을 알게되었다. 그리고 이틀 뒤에는 대전 지역의 누군가가 영화 서적을 10 여권 판매했다.

긍정을 제외하고서 그들이 자신의 방면에서 진저리치고 물러남으로 그 책들이 소장되지 않았음을 우려했다.


그들은 어디까지 다다를 수 있었을까 그리고 왜 저 책들은 책장에서 삐져나와 공중의 판매처로 유입되었을까?

대학시절까지 새 책을 구입한다는 것이 거룩한 행사였던 과거의 내가 거기에 투영되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에 열정이 아닌 시공을 '투자'할 수는 위치란 이 나이에도 가끔 부럽다.

영화제 오기 전에 영화글쓰기를 떠난 몇몇과 만났었고, 영화제에서는 취업 전선에 뛰어들 씨네필을 처음 만났다. 


제1회 때부터 항상 영화제에는 누군가와 함께였다. 올해 처음으로 혼자가 돼 보았다.

촬영감독 유영길의 회고전 갤러리를 볼 때도, 오시마 나기사의 유작 <고하토> 예매의 긴 줄에도 누군가 같이 있었다.

내가 영화에 관심이 있는지 궁금해진 올해, 별도의 객기가 영화제 관람으로 이어져 불필요한 부산행을 양산시켰다.

극장 안에서 두리번거리면 항시 보였던 얼굴만 아는 사람들을 이제 거의 볼 수 없었다. 

그들이 영화를 더 이상 보지 않게된 이유를 문답함은 비열한 자기 혐오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작년의 황폐함보다는 들썩거림이 없지 않았지만, 홈페이지에는 티켓거래 게시판이 없었고

매표소 인근에 있어야할 영화표 판매 칠판 역시 설치되지 않았다. 

백화점 내부에는 앉을 자리가 폐쇄되었고, 오히려 영화의 전당 인근에는 잠시 기다리면 앉을 자리가 생겼다.

덕분에 관람 중간 빈 시간에 책을 읽을 수 있었지만, 책의 속내는 가벼운 일독을 허가하지 않았다.

내 앞자리, 거리에 놓인 <드라이브 마이 카> 포스터를 배경으로 사진 촬영하는 관람객들의 들뜸만 머금어졌다.


사라진 해운대역 뒤쪽에 해리단길이 생겨 그 쪽 카페로 갔었지만, 밤은 착석을 허가하지 않았다.

영화제 트레일러 영상은 몇년째 동일하고 앞으로 변경되지 않을 듯 추정된다. 

영상 속 한 마리 갈매기는 가끔 분간되지도 않았고 어우러짐이 없는 獨으로서의 동일시를 유발시켰다.


감상했던 일곱 편의 영화는 무난했고, 대개 작품은 일종의 의리와 집착으로 교환되었다.

저들과 함께 늙어간다는 것이 영화제 내내 혼자라는 것을 겨우 참을 수 있게 했다. 

아래 글에서 과거 버릇처럼 저들에게 얼마나 다가갔었던가를 오랫만에 습관처럼 적는 이유다.

일곱 편 중 두 편에서 배우 팀 로스의 환갑을 볼 수 있었고, 또다른 두 편에서는 도살을 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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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히만 아일랜드>는 미아 한센 러브로 다가서는 개인적인 다섯번째 걸음이다.

영화사적 선배 감독의 정처, 썬글라스의 기호화, 영화 액자 안밖의 도움닫기는 섬 밖으로 빠져나감을 허락하지 않았다.

관객이 보는 밖의 영화는 종결되지만, 안의 영화는 현명하게도 엔딩되지 않는다. 다다를 수 없는 것이 예술인 법이다.



< 카우 > 는 안드레아 아놀드에 대한 다섯번째 접촉인데, 그의 초기 단편들이 궁금해졌다.

겨우 방목을 긍정한다해도 거기에는 마치 CCTV와도 같은 카메라가 들러붙는다. 그것은 내칠 수 없는 객관적 형틀이다.

자연주의적 카메라는 수미상관을 예고하고 기어이 관객은 그 끝을 능히 인지함에도 자신이 카메라임을 통각한다.

전작 4편 중 <폭풍의 언덕>에 인접해있고, 내내 사육장에 울려퍼지는 음악들의 디제시스화가 처절하게 가학적이다.



<마르크스 캔 웨이트>의 마르코 벨로치오에 대해서는 감상한 바가 깊지 않다. 겨우 5편을 더듬었을 뿐이다.

영제의 뜻은 '맑스는 나중에' 정도로 번역되는데, 이는 곧바로 <주머니 속의 주먹>과 <굿모닝, 나잇>을 상기시킨다.

사진으로 남겨져 가족들의 추억담으로 묘사되는 인물의 공허한 존재감은 표면적인 시대성 외부 타자화의 부채보다는

다큐멘타리-구술-영화가 인물을 주체로 구성해낼 수 있는가에 대한 자괴를 '오고가며' 발생시킨다.



<썬다운>은 미셸 프랑코에 대한 첫 입문이다. <크로닉>을 비롯한 어떤 작품도 보지 못했다.

헐떡거림으로 시작한 영화는 카메라가 정면의 태양을 응시할 수 있는가라는 기술적 난제를 반복한다.

죽음들이 번들거리고 결말은 태양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이자 허위인 밤에 인물을 산보시킨다.

호텔과 감옥 이후에 병원이라는 공간이 최소화되는 것은 현명하지만, 동시에 카메라의 무력함 역시 반증한다.



<일층 이층 삼층>은 난니 모레티에 대한 열 두번째 행보다. 전작 다큐 <산티아고, 이탈리아>가 궁금했다. 

첫 각색 그리고 드라마라는 화술 모두 21세기 이후 감독의 작법에의 친밀함을 배가시킨다. 집이라는 장소에서

길거리로 나갈 수 있는 인물의 자격에서 탈락한 난니 모레티 자신을 비롯한 소멸된 인간이라는 틈새가 내내

서사 안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그것이 허구와 허위를 작성했는가를 고심할 즈음에 카니발과 떠남이 부여된다.



<링귀, 모녀는 용감했다> 상영 전에 감독의 짧은 영상 인사와 '감사합니다'가 먼저 전달되었다.

다른 영화에서는 부가되지 않았던 인사말에, 왜라는 질문보다 그의 현재 모습을 목도함에 묵직해졌다.

마하마트 살레 하룬에의 방문은 2013년 부산에서의 <그리그리>까지의 4편으로 중지되었다.


영화제 번역 제목에서 '모녀는 용감했다'는 모순적이게도 적절하면서 동시에 적정하지 않다.

여전히 아버지들은 죽거나 폭행당해야 하지만, 드라마의 층적은 전작들보다 두꺼워지기를 거부한다.

오프닝의 굴러감의 굴레에서 이탈이라는 엔딩은 골목길 내부의 방황으로 간단히 전달된다. 

기다림과 응징 그리고 길찾음의 순간들은 적어도 기적으로서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인지는 동의되지 않는다.



<프랑스>의 브루노 뒤몽의 장편 전작 중 <꽥꽥과 잉여인간>을 아직 보지 못했다. 본편은 11번째 조우다.

노골적으로 본편은 전작 <잔다르크>의 현대화를 표방하거니와 이는 <까미유 끌로델>의 연장이라기보다 이탈이다.

'진짜 눈물의 공포'를 탐미하면서 동시에 비난하려는 어조가 인물을 자꾸만 중앙에 배치하기를 고집 반복할 때

친숙한 소격효과의 거리두기조차 고루해졌음을 진술한다. CG의 배경화가 아닌 배경의 CG화가 심란해지면

무수히 종결되었어야할 지점들의 강요된 연속성에 점점 더 지치고, 배우의 눈동자에 건조유발의 안약을 들이붓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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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카페에서 커피를 만들고, 다른 누군가는 무거운 택배를 분류하며, 다른 누군가는 미래를 결정해야한다.

예술에의 무지는 오래 지속되고, 관심만으로는 다가설 수 없는 경계선 앞에서 왕도는 뒷걸음질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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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저랑 세 편이 겹치네요. <카우>, <마르크스 캔 웨이트>, <링귀, 모녀는 용감했다>.
18 암수  
영화를 사랑하시는 마음....오랜기간동안의 영화봐오기가 글에 뚝뚝 묻어나네요...
예전..1920년대부터 나름의 영화탐방 계획하에 영화를 보고 계시다는 걸 얼핏 글로 본것 같은데..
최근 영화들도 참 많이 보셨네요...미아한센러브, 아놀드. 모레티,뒤몽까지 거의 섭렵을 다하셨구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