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 영화제 예매 성공하셨나요?
매번 영화제 예매 기간이 되면 피를 말리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보고 싶은 영화는 많은데 손가락은 왜 그리 느리고 덜덜 떨리는지...
이번에 대략 18편 정도를 예매했습니다. 정작 보고 싶은 영화는 다 튕기고 별로 좋아하지도 않은 감독은 왜 그렇게 착착 달라붙는지 모르겠네요.
일단 제가 노렸던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의 <메모리아>는 운좋게 성공. 2019년 <시너넘스>로 눈여겨 보고 있는 나다브 라피드 감독의 신작 <아헤드의 무릎>은 다른 날짜로 두 번이나 예매를 했습니다.
올해 올해 베를린 황금곰상 수상작 <배드 럭 뱅잉>, <텐저린>(2015), <플로리다 프로젝트>(2017)로 요즘 한참 뜨고 있는 <션 베이커>의 신작은 이 감독을 별로 안좋아하기에 볼 생각이 없었는데, <메모리아> 한 편만 보고 오기 뭐해서 잡았는데 덜컥 걸렸습니다.
내키지 않는 감독으로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2011) 아스가르 파르하디도 둘째 가라면 서러운데 <히어로>가 그냥 들어왔습니다. 정말 관심 없는 파올로 소렌티노의 신작 <신의 손>도 악수를 청해서 잡아버렸고요. 제가 정말 싫어하는 감독이 잉마르 베르히만인데 그럭저럭 좋게 보고 있는 미아 한센 로베 감독이 <베르히만 아일랜드>란 영화를 만들었다기에 볼까 말까하다가 그냥 누질렀는데 이것도 잡아버렸습니다.
1939년생인 이탈리아 마르코 벨로키오 감독의 <마르크스 캔 웨이트>는 그간의 '의리' 때문에 고른 작품입니다. 영화제에 인간만 아니라 짐승들도 스크린을 채울 권리가 있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서(이런 생각을 왜 하고 자빠졌는지..) 소가 나오는 안드레아 아놀드의 <카우>, 말이 나오는 클린트 벤틀리의 선댄스 영화제 화제작 <자키>도 선택했습니다. 일종의 구색을 맞춘 셈이지요.
<와일드 보이즈>(2017)로 세상을 놀라게 한 베르트랑 만디코의 <애프터 블루>는 노리고 골랐는데.. 다른 사람들이 안노려서 쉽게 겟 했네요.
그리고 조안나 호그의 <수베니어: 1>,<수베니어:2>를 골랐습니다. 1편이 워낙 좋은데 1,2편 붙여서 상영한다고 하니 안 고를 수가 없지요. 그리고 원작 빨로 <패싱>도 선택했습니다.
정작 놓친 영화는 칸 영화제 대상을 받은 쥘리아 뒤쿠르노 <티탄>, 부르노 뒤몽의 <프랑스>, 그리고.. 레오스 카락스의 <아네트>. 수입된다고 하니 참아야죠. 폴 버호벤의 <베네데타>는 원작이 너무 강렬해서 보고 싶었는데 야외 상영으로 딱 한번만 한다기에.. 건강을 생각해서 참았습니다.
정말 정말 보고 싶은 것은 하마구치 류스케 스페셜. 하마구치 감독의 올 해 베를린 심사위원 대상 <우연과 상상>과 칸 영화제 각본상 <드라이브 마이 카 > 연속 상영 후, 봉준호 감독 + 하마구치 감독의 대담이 이어지는 말그대로 스페셜한 프로그램이라 일찌감치 포기했습지요.
근디.. 기적이 벌어졌습니다. 마눌님이 문자를 보냈습니다. '일사천리로 움직여서 겨우 잡았어. 잘 봐~' . 이게 꿈인지 생신지.... 암튼 벌써부터 배가 부르는 영화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