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즈 와이드 셧]의 21분 삭제장면은 없다

영화이야기

[아이즈 와이드 셧]의 21분 삭제장면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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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열 번 가까이 봤다. 터무니없이 적은 횟수이다. 필자는 한 영화를 심도 있게 분석하고 해석하고 이해하려면 적어도 열 번 이상은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필자를 묘하게 빠져들게 한, 이 영화를 둘러싼 각종 논란에 관해 반드시 해야 할 이야기가 있어 이 글을 쓴다. <아이즈 와이드 셧>을 두고 벌어진 음모론 논란이 바로 그것이다.


<아이즈 와이드 셧>은(이하 아이즈) 1999년 발표된 스탠리 큐브릭 연출, 톰 크루즈/니콜 키드먼 주연 영화이다. 상업적으로 대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많은 이에게 호평을 받은 스탠리 큐브릭의 유작이다. 그러나 영화가 상영되기 전 감독이 갑작스레 생을 마감했고, 워너브라더스 측에서 영화를 멋대로 편집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제의 논란이 시작되었다. 

감독의 공식적인 사인은 심장마비였지만 일부 음모론자들은 암살을 주장했고 워너브라더스가 영화에서 문제가 될 만한 장면들이 있어 일부 신을 삭제했다고 말했다.

그러한 신빙성은 있어 보이지만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의 원천은 유튜브의 이 영상에서 시작된 게 아닐까(시작된 건 아니더라도 논란을 확산시킨 건 분명해 보인다) 싶다. 


https://youtu.be/DPh9McMkV2I 


이 영상에 나오는 '데이빗 윌콕'이라는 사람의 말에 따르면 카발(어둠 조직)이 영화에 등장하는 빨간 망토의 목소리를 더빙하고 원래 존재했던 21분 분량을 삭제하는 등의 일을 했고 그 이유는 큐브릭이 일루미나티의 비밀을 폭로했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필자가 지금부터 이 음모론자의 허무맹랑한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해 보겠다.


우선 이 사람의 말에 따르면 난교 모임의 리더 빨간 망토가 초반의 앨리스(니콜 키드먼)와 함께 춤을 춘 헝가리인이라는 것인데, 이 추측은 사실이 아니다. 빨간 망토는 '레온 비탈리'라는 배우가 맡았다. 헝가리인은 '스카이 더몬트'이다. 레온 비탈리는 이 영화뿐 아니라 다른 스탠리 큐브릭 작품들에도 출연한, 감독과 친분이 있는 사람이다. 이 사람의 인터뷰 영상들을 보면 빨간 망토의 '더빙되었다는' 목소리와 인터뷰하는 목소리가 똑같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위 사진을 보면 헝가리인과 얼굴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에 검색하기만 해도 알 수 있는 사실을, 데이빗 윌콕이 본인의 상상으로 무리한 추측을 한 것이다. 


또 앨리스가 빌(톰 크루즈)처럼 컬트 의식에 참가했다는 것과, 데이빗 윌콕의 주장은 아니지만 앨리스가 빌의 목숨을 구한 가면 쓴 여자였다든가 나중에는 컬트 모임에 아이를 제물로 바친다든가 톰 크루즈가 여장하고 난교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삭제되었다든가 하는 소문들은 모두 억측에 불과하다. 


워너브라더스가 편집했다는(카발이 아니다) 장면은 어떤 장면 하나를 통째로 뺀 게 아니라 작중 등장하는 난교 부분이 너무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검은색 망토 입은 인물 두 명을 배치해 가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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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이다. (원래는 앞의 두 인물이 없다) DVD는 물론이고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에서 볼 수 있는 <아이즈>는 모두 무삭제판이다. 

물론 이 영화에도 삭제 장면은 존재한다.

해군 장교에 대한 앨리스의 기억과 연관된 휴가 장면, 앨리스와 헬레나가 승마를 하는 장면 등이 실제로 제작진이 찍은 사진으로 존재하고 웹사이트에 돌아다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말한 빌의 여장 장면 등과 연관은 없어 보인다. 그런 것들은 어디까지나 근거 없는 소문에 불과하다.


앨리스가 빌을 구해준 가면 쓴 여자라는 터무니없는 주장도 있는데, 이것은 영화를 보기만 해도 오류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황당한 주장이다. 애당초 앨리스와 가면 여인의 외관부터 다르다. 목소리는 니콜 키드먼이 아닌 케이트 블란쳇이 담당했다. 


마지막 장면에 헬레나가 비밀 조직에 납치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것은 영화가 그 뒤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영영 알 수 없는 부분이다. 영화는 빌과 앨리스의 대화로 막을 내린다. 

만약 논란의 삭제된 21분이 존재한다면 그것을 봤거나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터인데,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정말 카발이 삭제해버린 것일까? 그렇다면 데이빗 윌콕이라는 사람은 어떻게 21분의 정체를 알고 있었던 것일까? 21분이 존재한다면 빨간 망토 역시 헝가리인이어야 한다. 


필자가 오랜 기간 <아이즈>의 각종 논란과 삭제된 21분을 찾아 헤맨 결과, 비록 많이 부족한 정보로 얻어낸 결과이지만, 개인적인 시각으로 판단했을 때 문제의 21분은 존재하지 않는다. 데이빗 윌콕의 전혀 설득력 없는 주장과 음모론자들의 억측이 창조해낸 일종의 괴담에 불과한 논란거리가 아니었나 싶다.

필자는 처음에 21분이 존재하기를 바랐다. 앨리스도 의식에 참여한다니 얼마나 솔깃한 이야기인가. 그러나 이 영화가 전체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와 상징들과 철학적 주제의식 등은 일루미나티와 음모론을 말하려는 것이 아닌, 결혼에 관한 모순과 현대인의 억압된 욕망을 표현하려 한 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도 이러한 소문들이 신빙성을 얻게 된 이유는 영화 자체가 불완전해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이즈>의 다소 난해한 스토리는 감독이 여태껏 관객에게 선사한 <샤이닝>, <시계태엽 오렌지>, <풀 메탈 자켓> 같은 기승전결이 뚜렷한 기존의 작품들과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속 시원한 결말을 보여주기보다 어딘가 완결되지 않은 듯한 인상을 주며 마무리된다. 그리고 이런 불완전성이 이 영화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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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20 highcal  
본문 내용과 관계는 없는 얘기지만, 음모론이라는 단어가 나와서....
음모론(멜 깁슨과 줄리아 로버츠 주연 영화 Conspiracy Theory의 타이틀과 같은 용어입니다. 그 영화는 봤는데 아이즈 와이드 셧 저 영화는 아직 안 봤네요)이라는 용어는,
CIA가 자신들이 음지에서 행하는 더럽고 추악한 행위들(대표적인 게 마약 딜링으로 돈 버는 건데요)을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도록 막고, 입막음하려고 만들어낸 전술적 용어입니다.
이 내용은 CIA 요원이었던 사람의 내부폭로를 통해 나온 것이고 유튜브에서 잘 검색해 보시면 그 사람이 말하는 게 나옵니다.
희끗한 단발머리에, 50대 정도의 다부진 체격의 남성, 정장을 입고 의자에 앉아서 인터뷰하는 장면이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헐리우드는 거의 CIA에 의해 움직여져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죠.
이것도 과거 브래드 피트의 발언과 벤 애플렉, 다니엘 레드클리프, 멜 깁슨의 발언이 있는데, 찾아보면 다 나오죠.
멜 깁슨과 브랜든 프레이저가 90년대 시점에 왕성하게 활동하다가 갑자기 스크린에서 사라졌던(근래 복귀하고 있죠) 원인도 이런 상황과 연관이 있는 걸로 돼 있습니다.
즉 CIA 요원들이 헐리우드 내부에 정식 직원들로 등록돼 활동해 왔다는 것이고, 그들의 검열과 지휘 하에 영화가 나온다는 것은 그간 미국에선 아는 관계자들은 아는 내용들이었단 것이고...
이제 시대가 변해서 우리 같은 일반인들도 어느 정도 그런 정보를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 CIA는 거의 해체 상태인데요. CIA는 아니지만 비슷한 3 letter agent에 속하는 워싱턴 DC의 FBI의 건물의 입구가 사용 불가 상태로 돼 있는데 주류 언론이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지요.
근래 멜 깁슨과 브랜든 프레이저의 반가운 복귀 소식은 주류 언론들에서 입 싹 닫고 있는 위 상황과 통합니다. 참고로 미국, 유럽 주류 언론들이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하는 카발의 손아귀에 있어 왔습니다.
CIA가 바로 카발(굉장히 광범위한 개념의 용어이고, 깊게 들어가면 정말 깊은데 눈앞 일상생활들이 이 세상의 전부인 걸로 알고 살아가는 소시민들에겐 받아들이기 쉽지 않습니다)의 행동대장 역할을 그간 해 왔던 것이고요.
26 장곡  
진정한 매니아십니다.
자세한 설명이 봐야겠네요.
17 바앙패  
이렇게까지 대단하십니다.
37 Rookie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