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22살에 만든 단편영화

영화이야기

그가 22살에 만든 단편영화

13 소서러 2 974 1


도박장에서 딴 이득금 + 여자친구의 신용카드 + 아버지가 마련해놨던 뉴욕대 수업료 만 달러 (잘해보라고 2백 달러 더 주심) +  

지인 셰인 콘랜드한테서 6000달러에 빌린 파나비전 카메라와 피셔 카메라 돌리 + 폴의 지인이 

디즈니 부지에서 만난 스트리트 웨어 브랜드 "후레시자이브" 직원의 어머니에게 즉석에서 받은 500달러짜리 수표 

(폴이 당좌예금 계좌가 있는지 모르겠어서 자금을 본인이 다룸) + 쾌청한 하늘 아래 캘리포니아의 산 고개 "테혼 패스"의 값싼 식당 임대

+ 운용 경험 미숙 및 완벽주의로 1주에서 6주 주말로 연장한 촬영기간 우연한 동시적 행위 교차에다가 

정서의 처소를 영 못 찾는 자무쉬와 마멧, 브레송 스타일에 대한 시네필의 혈기 

+ 윌리엄 홀든의 중저음 보이스를 연상케 하는 "필립 베이커 홀"이라는 중견 배우 히든카드 

= 오올.. 뭐야? 20대가 만든 것 치고는 숙련된 장인의 향기가 느껴지는데? 



몇 년만에 다시 봐도 나른히 아이러니를 음미하게끔 만든 새내기의 첫스푼 맛이 구수히 느껴지네요^^

12월 25일에 공개된다는 샌퍼낸도 밸리 컴백작 기대하는 바입니다. 제목은 난감한 음란성 떄문에 번역되는 일 없겠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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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3 리시츠키  
역시 천재들은 이십대부터 싹수가 남다르군요.
폴이 대학 때려치우고 만든 영화인가요? 이정도 연출실력이면 대학에서 배울게 없었을게 당연하네요 ㅋㅋ

공간의 밀도가 엄청납니다. 그 공간을 계속해서, 담배와 커피의 커팅으로 샷을 전환시키는데,
그 건조함과 냉정함에서~~~~~예쓰!!!~~~~~ 결말에서의 그 불안과 세상의 불가해함에서~~~~~ 으아아아아아아~~~~~~!!!
거기에 다시 이어지는 킬러의 괴이한 유머에서~~~ 흐흐흐흐흐!!!~~~ 다시, 마지막에 지폐 뒷면의 백악관에서~~ 헐!!
(영화의 전체 스토리는 물론이고 지폐 뒷면의 백악관 쇼트와 자신의 단편영화 제작비를 둘러싼 빚은, 어떤 자기 참조, 상호텍스트의 조크 같습니다ㅎㅎ)

다만, 필립 베이커 홀은 존재만으로도 아우라가 대단했고, 나머지 배우들은 정말 좀 아니였네요ㅋㅋ
<하드에잇>이 이 단편의 확장판이었군요. 캐릭터 이름도 똑같고, 암튼 뭐 훌룡합니다!!

영화는, 90년대 시네필들의 어떤 공기, 소위 '포스트 느와르'적 기운이,
모니터로 유튜브 저화질로 보는데도, 마치 다시 그때로 시간을 되돌려놓은거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언급하신 감독들 외에, 타란티노도 생각나고, 특히 아오야마 신지의 <헬프리스, 1996>가 무척 생각났었네요.

아니 이런 멋진 단편들, 저번의 <스케이터데이터>도 그렇고,
혼자만 보지말고 많이 좀 소개시켜 주세욥!! ^^
13 소서러  
허약한 내실 폭로와 아버지와 아들을 충족하는 관계를 보니
광합성 쬐어가는 원뿌리가 느껴지더라구요.
이게 자신이 앞으로 보여줄 프로세싱의 시작이라는 선포하듯이요.
예나 지금이나 총명한 머리를 가진 감독님이라는 건 참 부정할 수가 없어요. ㅋㅋ
졸지에 신혼여행 국밥집 차린 신랑의 대사 몇 개가 좀 요즘 기준으로 웃프기는 해요.^^
"내 모욕을 받을 거야, 내 분노도..가만 두라는 뇌세포는..".ㅋㅋ
폴의 데이트 경험에서 우러나온 대사는 아니기를..ㅎ
선글라스로 가린 그 익숙한 중견배우도 마초스런 감칠맛을 잘 살려주시네요.

그나저나 <스케이터데이터>를 다시 기억해주시다니
일념일동 소생시켜주시네요^V^ ㅎㅎㅎ 흐뭇한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