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자막 스타일

영화이야기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자막 스타일

1 프레데릭 3 320 2

일단 전 취미로 자막을 몇 개 만들었었는데 (미니시리즈, 영화 등)

저 역시 선호하는 게 변하게 되면서 자막 스타일도 변하더라구요.


영어의 뉘앙스를 최대한 살리려고 직역에 가깝게 해석했었다가,

그게 속독력이나 자연스러운 한국어에 여러 제약이 걸리게 되자,

점점 의역화하게 됐는데. 물론 그 와중에 작가가 쓴 단어나 감정 같은 건 빼지 않으려고 해요.

(예를 들어, '내가 뭘 어떻게 해야하지?' 가 '어쩌라고?' 한마디여도 충분히 전달되고 한국어 대화랑도 어울리더라구요)


그래서 개인적인 선호로 몇 개 짚어보았어요


1. 고유명사 살리기

전 고유명사를 최대한 살려요. 영화제목, 술이름, 배우이름 등.

대사에서 꽤 많이 나오는 것들인데, 이게 배경지식이 있는 분들에겐 상당한 재미요소를 주는 것임과 동시에,

배경지식이 없는 경우는 갸우뚱 할 수 있는데, 후자라 하더라도, 극의 정황상 충분히 추측될 수 있다고 생각돼서요.

정황에서도 파악이 어려운 경우엔 주석을 간단하게 표시하는 걸 좋아해요. (물론 주석도 많이 생략화하게 되었지만)

예를 들어 어느 로맨스 영화의 그 캐릭터 이름을 언급하는데, 그냥 '멜로 여주인공' 이렇게만 하면,

너무 뻔한 노래가사에 맛깔이 전혀 안 산다고 생각해요.

술 이름도 그냥 '칵테일'이라고만 해버린다면, 그 술을 언급한 캐릭터의 성격이 묻혀진다고 생각해요.

이 사람이 그 술을 택한 이유가, 도수가 높아서일수도, 사람들이 잘 안 고르는 이상한 이름의 술일 수도,

여러가지 재미요소가 있거든요.


2. 적당한 욕설

사실, 한국에 비해 미국은 f*** 을 굉장히 많이 쓰더라구요.

근데 이게 'ㅆㅂ'로 적어버리면 굉장히 과격한 뉘앙스가 돼버리는데,

사실 미국에선 적당히 과격하고 적당히 흔히 쓰이는 그런 정도라서.

그 선을 잘 살리면서, 맛깔스럽게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생각하는데요.

안타까운 건 한동안 한국에선 이게 전부다 '젠장, 제기랄'로 퉁쳐버렸다는 건데, 너무 재미없잖아요.

젠장이나 옘병, 정도 선에서 할만한 시시콜콜한 씬도 있겠지만,

바람을 목격하거나, 매몰차게 차였거나, 정말 극대노, 분노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경우는 과격한 욕설이라고 뭐 거부감까지 들겠습니까 싶어요.

그런 경우엔 전 과한 욕설도 좋다고 생각해요.

공감할 수 있는 분노의 상황에서의 욕설은 카타르시스 같은 유머를 주는 요소거든요.

물론, 저도 '옘병' 정도의 조금 순화된 욕설을 요즘엔 쓰는 편이구요.


3. 서로 반말, 서로 존대

노인과 꼬마가 아닌 이상은, 전 가능한 상호 반말/존대를 써요.

그리고 처음엔 서로 존대하다, 서로 맘이 깊어지고 나서 (또는 잠을 잔 후)는 서로 반말로 바꾸는 편이에요.


4. 지나친 축약은 no

자막은 대충 의미만 전달하고 빨리 넘겨야 한다는 논리만으로, 지나치게 대사를 줄이고 빼버리는 건 전 싫더라구요.

엄연히 작가의 의도를 훼손한다고까지 생각해요. 물론 no, no, no, no 를 아니를 4번 쓸 필욘 없지만,

디테일한 형용사 수식어가 많이 나오는 대사를 단 하나로 '좋다'로 해버리는 건, 미적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요.


5. 반전요소 또는 빵터지는 대사는 가능한 배우의 입모양에 맞춰서.

어순이 다르다보니 이게 자막에 미리 나와버리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이걸 가능한 그 순간에 맞춰서 넣으려고 해요. 몇 초의 정적이 있는 경우라면 더더욱요


6. 어색한 문어체 화법

'하는 걸세' '한다네' 별로 좋아하지 않는 어투예요.

아무리 노인이어도 한국에서 저런 말투를 쓰는 분을 본 적이 없어요.

'하거라' 정도는 괜찮아요.



물론 이것도 전부 취향 차이라 각자 다르겠지만, 여러분들은 어떤게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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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14 몬테  
자막 제작 관련해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프레데릭 님의 내공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3 AEEE  
저는 간략하고 말의 맛이 살아있는 게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원칙들도 물론 있겠지만 저 대원칙 아래에서 융통성 있게 적용할 문제라고 봐요. 영상 번역에서 축약을 못 하고 말의 맛을 못 살리면 세부 기술적인 부분들을 세련되게 처리한다고 해도 그 센스가 빛을 보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1 프레데릭  
'하다고 생각했던 거 같기도 해' 뭐 이런 건 충분히 축약해도 되지만,
디테일한 형용사나 시적 표현, 은유법, 고유명사 등을 다 없애버리는 건 전 좀 불쾌하기까지 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