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줄 평을 시작으로.. 씨네스트 소통을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쓰고 나니 이십대 후반 영화지망생의 넋두리로 시작되는 글이네요.

영화이야기

<나쁜놈일수록 잘 잔다> 몇줄 평을 시작으로.. 씨네스트 소통을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쓰고 나니 이십대 후반 영화지…

1 도토리쿵쿵쿵 7 497 0

안녕하세요 씨네스트에 와서 좋은 영화들을 소개받다가 이제서야 처음으로 글을 올립니다.

미천하지만 하스미시계있고 유저님이 '남들은 다들 좋다는데 나한테는 별로인 감독 리스트' 게시글을 쓰신 것을 보았고 댓글에 유저님들이 자신의 영화 취향에 대해 소통하는 댓글을 보다가 방방 타는 애처럼 간만에 신이나서 읽다가 충동적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아 물론 필자인 저는 이제 애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이도 많다고 할 수 없는 서른을 앞둔 스물아홉의 청년인데, 친구들을 만나서는 영화 이야기를 깊게 하지 못합니다. 제가 영화과 출신이 아닌 탓이 있지만.. 부전공으로 영화과 만난 사람들이 그렇다고 영화를 많이 보지는 않더라고요...  영화이야기라고 해봤자 대체로 쿠엔틴 타란티노, 마틴스콜세지 이 선에서 끝이 납니다 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기타노 다케시 좋아했다는게 제일 기억에 납니다.

 (개인적인 추측입니다만 80년대생보다 90년대생 영화과 학생들의 영화 취향이 더 획일화되고 얕을 것 같고 00년생 영화과 학생들은 더 그렇게 될 거라는 짐작을 합니다...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거겠죠..) 

물론 위 네 감독들이 훌륭하지만, 제가 씨네스트를 통해 접하게 된 좋은 고전영화나 숨겨진 예술 영화에 대한 토크는 거의 할 수가 없었습니다, 혼자서 좋은 영화 감상을 소화하는 처지였지요. 따라서 소통한다는게 감독들의 인터뷰집 책을 읽거나 왓챠 어플에다가 영화 한줄평을 하고 팔로우한 사람의 평을 읽으며 영화 교양을 쌓은게 전부인데요. 2013년 당시 왓챠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는 감독은 당연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님이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영화감독의 꿈을 스무살 여름부터 가지게 되어, 봉준호 감독님이나 박찬욱 감독님을 분간하지도 모르는 영화랑 담쌓은 올챙이였고 당시 평균별점이 5점에 가까운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엄청난 거장 같아 보였습니다. 디브이디를 무작정 구입해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님의 영화를 보다가 나라의 부름에 (쒸댕...ㅠ) 입대를 하였고 휴가를 나와서 본 영화가 바로 이 <나쁜 놈일 수록 잘잔다> 입니다. 근데 아키라 감독님의 다른 영화들을 보면서도 종종 느꼈던 것인데, 왓챠 유저들의 좋은 평가를 받는 이 영화가 마찬가지로 재밌어지려는 지점에서 풀이 죽고 지루해지는 것입니다. 세월이 흘러 전역하고 다시 아키라 감독님의 영화를 보았는데, (어릴 땐 아키라 감독님 영화를 왠지 다 보면 제가 나중에 거장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닼ㅋㅋㅋ) 그 때 무릎을 탁 치고 제가 지루해진 연유를 깨달아 이 코멘트를 남겼습니다. 내용은 뭐 이렇습니다.



종종 아키라 영화를 보면 잘라내고 (omit) 싶은 장면의 군더기들이 있다. 이를 테면 설명위주의 전시형 (showing)대사들로 시퀀스가 늘어지면서 서스펜스가 반감되버리는 경우다. 이 영화속에서는 주인공의 정체가 폭로되는 시퀀스인데 이럴 때 히치콕은 어떻게 압축했을까 궁금해진다. 혹은 린 램지가 편집하면 웃기겠다고 키득인다. 그렇지만 애초에 내가 아키라 영화에서 기대한 건 한컷으로도 맥락과 내면을 가시화하는 장관(spectacle)인 기하학적 구도의 쓰임새와 그 안의 움직임들, 그리고 아키라 속 인물들의 과잉적이면서도 즉각적인 감정 표현양상이었다. 그런 기본적인 베이스에 소스라치는 주제적 굳건함이 이 영화에 있다. <천국과 지옥> <거미의 성> <란> 에서도 느꼈던 인간의 안간힘이 넘어서지 못하고 마주하는 일종의 한계적 질서 혹은 자연과의 '간극'이다. 간극의 대상들이 (비)가시적인 거든 (비)물질적인 거든 그 중심엔 인간의 소리없는 절규가 도사린다. 따라서 아키라는 전형적이고 클래식한 , 셰익스피어적인 원형의 이야기를 선호한다. 완성된 듯 미완성의 원형적 이야기는 아키라에겐 선물이었다. 그러한 방법론에선 스필버그가 뒤를 잇는 것 같다. 


이 코멘트를 쓴 게 삼 사년 전일텐데 마지막 줄의 '그러한 방법론에서 스필버그가 뒤를 잇는 거 같다니요..' 왜 이런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납니다... 왓챠에 짧게 영화 코멘트들을 남긴 것의 단점이겠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얘기하자면, 대체로 전 아키라 감독님의 영화 러닝타임이 짧은 영화가 차라리 더 재밌고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전시형 대사가 없고 타이트하게 짜여져서 그런 걸까요 차라리 <거미의 성> <들개> <주정뱅이 천사>가 좋았고 러닝타임이 쓸데없이 길어지는 영화는 재미가 없더군요... 그런데 <란>은 또 예외입니다(러닝타임은 무지하게 긴데 이상하게 아키라 감독님의 영화 중에서 제일 뛰어난 것 같기도 하고요..)


어찌됐든 이제는 네이버 블로그나 씨네스트에 영화만 무작정 보지 말고 더 길게 글을 써보려고합니다.. 제 자신의 양식이 될 것이라 믿으면서 말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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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Comments
19 umma55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앞으로 기대할게요.
1 도토리쿵쿵쿵  
항상 엄마님이 소개해주신 좋은 영화들 많이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S 줄리아노  
저야말로 구로사와 아키라 밖에 몰랐던 일본 영화들에서
그의 영화를 다시 접하며, 예전부터 왜 그렇게 그의 영화가 허전했는 지를
최근에서야 깨달은 지극히 어리석은 한 사람 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이긴 하나, 이제 제게 그는
더 이상 거장이 아니며, 오시마 나기사, 이마무라 쇼헤이와 함께
시간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감독이 되었습니다.

함께 많은 의견들 서로 나누는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1 도토리쿵쿵쿵  
저 또한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이긴 하나, 이마무라 쇼헤이 영화, 마스무라 야스조 감독, 나루세 미키오 감독님이 일본 거장중에서 가장  좋더라고요, 저에게 삼대장이 되었습니다.
19 컷과송  
계속 쓰세요. 가끔 보이면 읽겠습니다.
그리고 네이버 블로그 쓰시면 주소 좀 링크해주세요.
여기는 가끔 들어와서 님의 글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1 도토리쿵쿵쿵  
감사합니다 컷과 송님 블로그도 방문해보겠습니다
19 컷과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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