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레드 히치콕과 존 포드에의 여정 소회

영화이야기

알프레드 히치콕과 존 포드에의 여정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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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비오는 아침, 조조로 우디 앨런의 <레이니 데이 인 뉴욕 A Rainy Day in New York>을 봤다. 

돌아와서 존 포드의 <샤이안 Cheyenne Autumn>을 감상했다.

이 두 편은 기이하게도 현재 나의 맥락에서는 유사 유작으로 좌표화된다.

우디 앨런은 1935년생으로 고령이고 현재 상황에서는 향후 영화를 더 연출할지 의문이라면,

존 포드의 유작 <일곱 여인 7 Women>을 한글 자막으로 감상할 경로가 현재로서는 닫혔다.

데뷔작  <타이거 릴리 What's Up, Tiger Lily?>을 제외한 우디 앨런의 거의 전작인 49편을

감상했다. 위 작품은 1966년에 제작되었고, 그 해는 전술한 존 포드의 유작이 연출된 해다.

알프레드 히치콕은 같은 해 <찢어진 커튼>을 연출했고, 이후 1976년까지 세 편을 더했다.

존 포드의 극중 대사처럼 '누군가 죽고 누군가 탄생했다'는 66년은 68이 아직 오기 전이다.

한 시대가 갔다라는 표현은 마땅찮다. 현대 영화라는 비명도 그다지 의미로 기능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장르를 말하는 것은 어설픈 처사고, 작가주의와 독자 수용 역시 남루한 신화다.

비영화직업군인 평범한 관객이 디지털시네마의 경로로 필름 극장의 시대를 주행하는 데는

거창한 담론이 결여된다. 이전에도 그랬듯이 동일한 1인이라는 불가능성을 붙들고자하는

르네 지라르적 모방의 욕망이 내 안에서 분리되어 경쟁을 구축하고 두 감독을 교차시켰다.

카메라, 내러티브, 영화 이론과 철학 등이 내재될 감독론의 가장 자리에도 접근할 수 없는

관객의 좌석은 영화의 이미지와 보는 이 사이에 관계화되는 긴장의 활력을 즐기는 데 있다.

2019년에 시작한 영화사 여정이나 이전의 감독 정주행에서도 30편을 직진한 경험은 드물다.

알프레드 히치콕 39편, 존 포드 33편을  감상했고, 영상원 DVD 자료로 각 4,5편이 기다린다.

이 편수는 알프레드 히치콕 전작의 70%, 존 포드 전작의 30% 정도의 미진한 근접이다.

지금도 반복되는 사례지만, 외국 감독 성명의 국어 표기는 최초 알려진 이후 수시로 바뀐다.

하지만, 히치콕과 존 포드는 그 역사의 저력으로 인해 거의 공통화된 명명을 받은 수혜자다.

​존 포드와 동년배인 조셉 폰 스턴버그 Josef von Sternberg 는 비영어권의 저주를 받는다.

이번 여정에서 두 감독에게 다가가는 방식을 약간 달리했다.

우선 국내도서 포털에서 '히치콕'으로 검색하면 10권 이상의 도서와 작품론 등이 나오는

알프레드 히치콕을 경유할 때는 1994년 출간 당시 일독했던 <히치콕과의 대화>를 비롯한

어떤 참고자료도 곁에 두지 않았다. 이에 반해 존 포드는 허문영의 기 발표된 글들과 더불어

'존 포드'로 검색되는 국내의 거의 유일한 도서인 태그 갤러거의 <존 포드>를 동반했다.

( 이모션 북스에서 출간한 <존 포드>의 번역은 '수색자' 단락을 비롯 몇몇 지점에서 교정의

미비함이 보였으나, 대체적으로 무난했다. 허문영이 kmdb에 기고한 글들 중 몇몇은 스스로

독서했음을 밝혔듯이 태그 갤러거의 이 책에서 평문의 단초가 가끔 발견된다. )

한 감독을 정주행한다는 것은 그의 기표를 습득한다는 의미가 된다.

알프레드 히치콕은 추락을 거부하려는 안간힘, 해변가 도로를 주행하는 자동차의 위험,

영원히 미성숙하거나 법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맹목화된 인물들(특히 남성)을 진술했다면

존 포드는 모뉴먼트 밸리의 범신론적 외부, 행진과 춤, 불붙이는 성냥, 던지는 행위들,

장례식-결혼식을 비롯한 모든 제례 의식, 주먹다짐 그리고 균열 고립화된 정체성을 말한다.

더불어, 그들이 만들어진 각 작품에서의 이미지는 물론이고, 배우 군단(특히 존 포드)의

면면이나 자주 기용했던 할리우드의 황금기 시절 배우들의 얼굴을 본다. 두 감독에게서

​그레이스 켈리와 모린 오하라 그리고 제임스 스튜어트와 헨리 폰다를 마주함은 반갑다.

​5세 연상인 존 포드는 아일랜드에서 알프레드 히치콕은 영국에서 태어났지만, 전자가

이민자의 삶을 투영했다면, 후자는 유럽파 감독들의 그것처럼 40년에 할리우드로 이주했다.

두 사람은 표현주의와 몽따쥬가 정착한 이후 자신이 어디에 카메라를 두어야할 지 알았다.

동시에 두 사람은 시나리오를 스스로 작성하지 않았고, 한 사람은 거의 20세기의 공시성에

머물렀다면, 다른 한 사람은 한 나라의 시작과 전쟁 전후를 언급하는 통시성을 주행했다.

두 사람에게 가해진 페미니즘과 인종주의의 비평은 표면에 집착한 오해의 편견에 불과하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국내 서적 권수에서도 드러나듯이 그는 하나의 통합체로서 하나의 숏도

낭비함이 없이 완벽을 기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서스펜스이자 스릴러의 개념에 합당하다.

수회 영화에서도 거론된 프로이드는 물론이고 라캉 등의 입장에서 그는 하나의 교과서다.

​어떠한 빈 틈도 없이 관객을 영화 예술론과 정신분석학으로 몰아넣는데 천의무봉의 경지다.

그에게는 전체를 총괄할 이미지들이 정확히 놓여져있고, 여기에는 가능한 이질성이 없다.

그는 인물 한 명이 곧 하나의 세계로서 그 자신을 불구의 봉합으로서의 회복력에 집중한다.

존 포드는 이에 반해 끝없이 컨텍스트를 대입하려는듯 하면서도 공동체/개인, 도덕/윤리를

교차시키면서 이분법으로 소멸되지 않으며 서사와 관계없는 잉여들을 초월적으로 다루며

가끔은 그것들이 서사를 구축하는데 무관심하거나 그것들보다 상위의 이미지로 도착한다.

이미 분열된 채로 내부로 들어선 인물은 공동체 내부의 흠결을 가까스로 봉합시킨 채 원래의

패배의 자리로 사라진다. 내부에서 외부로 나가지 못하는 인물과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서지

못하는 인물이 교대로 작품을 치장하는 동안 관객은 이름과 장소가 기의화되지 못함을 본다.

허허실실의 작법 하에서 뒤늦게 평가받은 그의 귀환은 포스트 모더니즘의 지류와 결합된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가장 존 포드스러운 작품이 <해리의 소동>이라면, 

존 포드의 가장 알프레드 히치콕적인 영화는 <모감보>다.

7, 80년대 TV 안방극장 그리고 90년대 비디오로 2회 감상한 이후 이번 3번째 관람에서 

알프레드 히치콕은 <서스피션>, 존 포드는 <롱 그레이 라인>이 가장 매혹적이었다.  


관객으로서 두 전대의 고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두 감독에의 여정에 도움을 주신 씨네스트 자막 제작진 분들(특히 umma95님)에게 감사드린다.

각 작품에 대한 짧은 단평은 씨네스트 운영기조에 맞게 해당 제작 자막 아래 덧글로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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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Comments
17 달새울음  
대단하십니다.... 부럽기도 하고 엄두가 안나기도 하고...
2 시네마천사  
존경합니다.
6 하모니코린  
정독을 넘어 숙독을 권하는 글이네요. 혹시 한나래출판사에서 나온 [헐리우드 장르의 구조]책에서 챕터3의 웨스턴 부분을 읽어보셨는지요.
전 기억이 안나는데...(읽기는 했는데... 지나버려서) 대략 그 책에서 언급했던 "장르컨벤셔"에서
존 포드의 작품들을 분석했던 글이 기억나는 송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근데...기억이 ㅎㅎㅎ 좋은밤 보내세요~
S 컷과송  
토마스 샤츠의 그 책은 여러모로, 특히 웨스턴의 지점에 있어서는 이후에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지나칠 정도로 경직된 고전-수정-마카로니 등의 명명화는 기실 존 포드의 웨스턴에서조차 대입될 수 있는 지점이 부재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저작 자체의 관객 접근성과 친화성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초판 이후에 개정판이 나올 정도로 인기가 있었던 책으로 기억합니다.
훌륭한 감독의 영화는 볼 때마다 영화의 순위를 바뀌게 만듭니다.
제 경우는 어떨 때는 존 포드 감독의 <역마차>를 톱으로 올렸다가 다시 <젊은 날의 링컨>으로 바꾸고 또 다른 날은 베스트10에 <도노반의 산호초>를 넣었다가 다시 <일곱 여인>을 넣기도 합니다.
마치 장난감 가게에 가서 이 장난감을 잡았다가 저 장난감을 잡았다 하는 아이가 되버리죠.

글 잘 읽었습니다.
S 컷과송  
저는 님이 1순위로 올리신 <미드웨이> 등 존 포드의 한국 다큐 등을 한글자막으로 보고싶은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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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컷과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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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컷과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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