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누피가 사랑한 2018년 외국 영화 베스트 10

영화이야기

스누피가 사랑한 2018년 외국 영화 베스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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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신작 영화 보기에도 지대한 도움을 주신 모터킹님, skyhero님, Han York님, 블랙이글님, 자막쥥님, cliche님, 영화이야기 님, 그리고 고전 영화 감상의 르네상스를 꽃피워주고 계신 ummma님, 줄리아노님, 컷&송님, 토마스모어님, 그 외 모든 자막 제작자 분들 모두에게 마음 깊은 감사와 존경을 전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게 뭐라고... 열흘을 고민했습니다. 목록 뽑기의 난감함은 해마다 줄질 않습니다. 이 목록이 나라를 구할 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밥 한 숟갈이 되지 못할 게 뻔한데도, 해를 넘겨 이 짓을 또 하고 있습니다, 제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어느 가족>(원제 '만비키 가족'보다 후진 번역 제목이라 생각합니다만?)을 보지 않고 '2018년 외국 영화 베스트 목록'을 뽑는 것은 '무효'라고 생각했습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지구가 망하는 것도 아닐 텐데 말입니다.

운 좋게, 1월 4일과 5일 이틀 동안 kofa(한국영상자료원)에서 <어느 가족>, <아사코 Ⅰ&Ⅱ>, <통행증>, <행복한 라짜로>를 몰아 봤습니다. 그것도 마누라와 함께요. 기분 좋은 행운입니다. 늦은 김에 미처 못 본 영화 몇 편을 더 몰아 보고 목록을 뽑아 봅니다.

해마다 반복해 드는 생각이지만, 역시 이런 건 취향의 문제입니다. 무엇이 잘나고 못났느냐의 우열이 아니라 좀 더 좋아하느냐 그렇지 않으냐 하는, 그저 개인적 취향의 선택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매편 영화 <델마>와 <유전>은 영화적 완성도가 몹시 높은 작품이지만(그리고 환장하게 재미있지만) 제 취향은 아니라서 뺐습니다. 1946년생 '늙지 않는 소년' 감독의 영화 두 편(<더 포스트>, <레디 플레이어 원>)은 고심 끝에 열 편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두 편 모두 베스트 10 목록에 꼽을 만큼 충분히 훌륭했지만, 제 나름의 선정 기준 때문입니다. 기왕이면 좀 더 작은 규모로 제작된, 새롭고, 첫째도 개성 둘째도 개성 셋째도 개성을 뽐내는 영화를 사랑합니다, 저는.

그런 저런 이유로 <보헤미안 랩소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 <스파이더 맨 : 뉴 유니버스> 등은 제외했습니다. 제가 뽑은 목록 따위에서 빠져도 많은 분들의 사랑을 차고 넘치게 받는 영화니까요. 오랜 시간 저를 고민에 빠뜨리고 결국 목록에서 빠진 영화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2018년 스누피의 추천 영화' 형식으로 따로 포스팅할 예정입니다. 그러든 말든 하시겠지만 말입니다. ㅎㅎㅎ

* 극장 개봉작뿐 아니라 시사회, 예매권, kofa, 서울아트시네마, 영화제, EIDF, EBS 영화, DVD & 블루레이, iptv, 넷플릭스 상영작까지 2018년에 본 모든 영화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 이제 넷플릭스는 '거부할 수 없는 영화 산업의 새 물결'이 된 듯합니다.



(제 블로그에 올린 목록 포스팅 링크입니다) :


https://blog.naver.com/nicemonk/221438884521 





10. 인 디 아일 (In den Gangen, In the Aisles, 2018)
토머스 스터버​


인간은 섬이다. 서로에게 가닿고 싶은. 
"길을 달리던 때가 그리워"라는 브루노의 대사에는 섬세하게 가슴을 치받는 무엇이 있다.



09. 행복한 라짜로 (Lazzaro felice, Happy as Lazzaro, 2018)
알리스 로르바허​


누구냐, 넌? 터벅터벅 낮은 걸음으로 시대를 건너온 정치적 우화.​



08.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カメラを止めるな!, One Cut of the Dead, 2017)
우에다 신이치로

피, 땀, 눈물, 똥, 토사물로 범벅된, 영화에 바치는 아수라장 러브레터!



07. 플로리다 프로젝트 (The Florida Project, 2017)  

션 베이커​


무니, 무니, 무니! 
가난의 무게를 천진난만의 가벼움으로 상쇄하는 영화적 마술.



06. 콜럼버스 (Columbus, 2017)
코코나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해져, 비로소 '공간'은 '장소'가 된다. 
눈에서 가슴까지, 필름으로 지은 안식처.



05. 쓰리 빌보드 (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 2017)
마틴 맥도나​


눈물과 웃음, 분노와 거짓말이 배어 나오는 수많은 상처들, 흉터들.



04. 어느 가족 (万引き家族, Shoplifters, 2018)
고레에다 히로카즈


고레에다 월드의 마지막 성찬. 산다는 것은 더 높이 오르는 게 아니라 더 깊이 들어가는 것. 
다시 날을 벼리고 돌아온 그의 세계가 익숙한 듯 새롭다. 그래도 이제는 그 세계와 이별해야 할 시간.



03.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Visages, Villages, Faces Places, 2017)
아녜스 바르다​


진짜와 가짜, 극과 다큐의 경계를 넘나들며 
'영화란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답하는 바르다식 상상력의 놀이터.



02. 로마 (Roma, 2018)
알폰소 쿠아론​


넷플릭스의 '자유로운 돈'과 한 명의 천재가 개인의 기억으로 인류 문화에 공헌하는 방식.
멕시코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나는 거기에 있었고 클레오와 함께 (135분 동안) '로마'를 살았다.




01. 카우보이의 노래 (The Ballad of Buster Scruggs, 2018)
에단 코엔, 조엘 코엔


무비/시네마/필름의 경계를 허물어 하나로 뭉뚱그리는 연금술.
서부극 형식에 녹인 인간 희로애락의 오디세이. 
코엔 형제가 영화로 들려주는 이야기의 세계를 여행하려면 몸뿐 아니라 머리와 가슴 모두를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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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Comments
16 이스라필  
리스트에 있는 영화들 너무 좋네요 ^^
전 패터슨, 팬텀 스레드, 셰이프 오브 워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도 좋았어요
14 스눞  
이스라필 님의 영화 취향이 저랑 비슷하신 모양입니다. ㅎㅎ
반갑습니다!

본문에도 썼듯이, <팬텀 스레드>,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 <콜 미 바이 유어 네임>도
베스트 10 목록에 넣기에 손색 없을 만큼 좋았지만,
규모가 크고 유명 배우들이 나오는 스튜디오 대작들보다
작은 규모의 개성 강한 작품들을 골라 보려 했습니다.

물론, 넷플릭스의 전폭적인 제작 지원을 받아 만들어진 <로마>나 <카우보이의 노래>가 독립/저예산/인디 영화인 건 아니지만
위의 세 작품들보다 상대적으로 개성이 강한 영화라 생각합니다.
B급 감성의 A급 영화 중 올해 최고작은 아마도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가 아닐까 생각하고요. ㅎㅎ
14 스눞  
<패터슨>은 2017년 극장 개봉작이라 2018년 영화 목록에 후보로 올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몹시 사랑하는 영화입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

https://blog.naver.com/nicemonk/221325379159
13 이쁘니6  
2018베스트에서 <만비키 가족>을 빼느니,
차라리 지구가 멸망하는게 낫다고 생각이 들었다가.....

.........그래도 지구를 구하자는 심정으로,
영상자료원가서 저도 표끊고 보았네요 ^^;;
14 스눞  
그렇죠? <만비키 가족>을 보지 않고 목록을 뽑느니 역시 지구가 망해야.... ㅋㅋㅋ

엇! 지금 보니 얼핏 봤던 이전 댓글과 내용이 조금 바뀐 것 같습니다. ㅎ 나중에 정성껏 댓글 달아야지 하고는 이제야 키보드 앞에 앉아 있거든요.
아무튼, 제가 <만비키 가족>을 보던 시간에 kofa에 계셨다니 몹시 반갑습니다.

아무래도 2019년에 kofa에서 종종 스치듯 만나뵐 수 있을 것 같네요.
이쁘니 님뿐 아니라 여기 계신 분들 중 누군가는 자주 그곳에 가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ㅎㅎㅎ
13 이쁘니6  
글쓰고, 수정하고, 소심하고, 이상하고, 제가 좀....ㅎㅎ

<만비키 가족> 클라이막스 때, 안도 사쿠라양의 클로즈업 씬을 함께 보았네요.
무슨 스파이들 접선하는거 같은데...... 시네스트 회원님들 코파에서 몰래몰래 자주뵈요~^^
14 스눞  
웬걸요. 저도 종종 댓글 수정하곤 하는 걸요. ㅎㅎㅎㅎ
하나또 이상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모르겠지만, 제게는 언제는 편하게 댓글 달아주셔도 됩니다.
그러면 제가 더 감사하지요. ㅎ

안도 사쿠라 양의 마지막 클로즈-업 씬은 정말 관객들과 세상 사람들 모두를 씹어먹을 듯 강렬했습니다.
<백엔의 사랑> 때도 그랬지만, 그때보다 한층 눈빛 연기가 성숙해진 듯 합니다.
그 장면을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이쁘니6 님과 함께 봤다니, 정말 기분이 좋고 동지애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ㅋ

감사합니다!
:-)
저도 12월 초부터 리스트 작성을 시도하다가 결국 포기했습니다^^
언급 안하신 영화 중에서 몇 편을 고른다면..
작년에 왕빙의 <사령혼>, 정성일의 <천당의 밤과 안개>를 봤다는게 가장 기억에 남네요.
웨스 앤더슨의 신작 <개들의 섬>,  폴 슈레이더의 복귀작 <퍼스트 리폼드>, 프레드릭 와이즈먼의 <뉴욕 라이버러리에서> 같은 작품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클레어 드니의 <렛 더 선샤인 인>, <하이 라이프>를 비롯해서 여성 감독들의 영화들 <어떤 여인들>, <베스턴>, <로데오 카우보이>도 좋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무시했지만 라즐로 네메스의 <선셋>도 제게는 심금을 울리는 작품이었네요.
최근에 아무 기대도 없이 <레토>를 봤는데 올 해가 시작되자마자 본 수작이어서 올 해도 좋은 영화 많이 볼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괜히 이래저래 댓글로 여러 영화들을 거론했네요.
스눞님도 작년처럼 올 해도 좋은 영화 많이 보시고 베스트 리스트를 또 올려주세요.
14 스눞  
게시글에 달린 하스미시계있고 님의 댓글을 보면서 늘상, 님의 해박한 영화 지식과 광범위한 영화 편력 그리고 깊이 있는 관점에 놀라곤 합니다.
제가 감히 끼어들지 못하고 감탄하며 보기만 하고 있는데, 그런 분이 이렇게 댓글을 남겨주시니 몹시 영광입니다.

<사령혼>과 <천당의 밤과 안개>를 인상 깊게 보신 모양입니다. 저는 아깝게 관람 기회를 놓쳤습니다.
<카페 느와르>를 본 후에 극영화 감독으로서의 정성일 씨에게 크게 실망했지만, <천당의 밤과 안개>는 다른 결의 다큐 영화가 아닐까 해서 보고 싶었거든요.

댓글에서 얼핏 주목해야 할 여성 감독들에 대해 언급하신 내용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제게도 역시 <어떤 여인들>과 <로데오 카우보이>는 깊은 잔상을 남긴 영화입니다. <렛 더 선샤인 인>도 좋았고요. <개들의 섬>은 손 꼽아 기다리다가 극장으로 달려가 "역시 웨스 앤더슨!" 하면서 두 번이나 봤습니다. 2018년에 극장 상영을 놓치고 가장 아쉬워했던 영화가<뉴욕 라이브러리에서>였습니다. 다운로드 서비스를 통해서라도 보려고 마음 먹고 있습니다.

<레토>가 그리 좋으셨다니 무성한 소문이 헛말은 아닌 모양입니다. 궁금하던 차였는데 당장 극장에 가서 봐야겠네요. 라즐로 네메스의 <선셋>이 하스미시계있고 님 심금을 울렸다 하시니 꼭 구해봐야겠다 싶습니다. <퍼스트 리폼드>도요.

추천 영화와 귀한 댓글 감사합니다. 한참 모자란 글 읽어주셔서 고맙고요.
네네, 하스미시계있고 님도 좋은 영화 더 많이 보시는 멋진 2019년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20 큰바구  
좋은 추천영화들 잘 적어놨습니다 감사합니다.
14 스눞  
역시 영화든 책이든 노래든 모든 게 취향의 문제라 생각합니다. ㅎ
제가 고른 영화들이 큰바구 님 취향에 맞을지 모르겠습니다.

댓글에서 늘상 뵙는데, 이렇게 댓글 남겨주시니 감사합니다!
:-)
49 iratemotor  
이곳에 글도 쓰시는군요, 스눞 님^^
작년 말 각종 영화제 및 올해 초 오스카에서 노미네이트 됐던 '패터슨', '플로리다 프로젝트', '쓰리 빌보드', '팬텀 쓰레드', '셰이프 오브 워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등은 제외하고
(패터슨이 제일 좋았습니다만 ㅎㅎ)
3월 이후에 본 것 중 10년이 지나도 내 머리, 가슴에 남을 것 같은 영화는
'로마', '콜럼버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이 세 편이더군요.
'어느 가족'은 아직 못 봤는데 느낌상 이것도 추가될 것 같아요^^ ('행복한 라짜로'도 넷플에 올라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 무소식이네요. 한국영상자료원을 가야 하는 건지 ㅎㅎ)
리스트 잘 봤습니다 ㅋ
14 스눞  
당연히 이곳에 올려야죠. 작년에 본 영화 중 상당수를 여기 고마운 회원님들 덕분에 보게 됐는 걸요. 베스트 목록을 뽑으면 블로그에 올리면서 꼭 이곳에도 올려야겠다고 마음 먹고 있었습니다. ㅎ

<패터슨>은 정말 희한한 개봉 날짜 때문에(2017년 12월 23일인가 개봉한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 리스트에서도 증발해버렸습니다. 정말 좋아하는 영화라 원고를 쓰기도 했는데, 정작 2017년 목록에는 끼지 못하고(목록 뽑을 당시엔 개봉 전. 그런데 저는 모터 님 덕분에 미리 봤다는 ㅎㅎ), 2018년 목록을 뽑을 때는 이미 2017년 영화가 돼 버려서 아예 후보 목록에도 못 넣었습니다. ㅠㅜ 저도 그게 몹시 아쉽습니다.

역시...! <콜럼버스>를 뽑으실 줄 알았습니다. 수많은 2018 베스트 10 목록을 봤지만, <콜럼버스>를 고른 사람은 모터 님과 저뿐일 것 같습니다. 왠지 모를 찐-한 동지애를 느낍니다. ㅎㅎㅎ <로마> 너무 좋았습니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도요. 야마고에 씨(엉겁결에 튀어나온 배우의 본명)와 함께 그만 울어버렸습니다. ㅋㅋㅋㅋ

<행복한 라짜로>는 정말 묘-한 영화입니다. 아마도 <어느 가족>처럼 모터 님도 재미나게 보실 거라 짐작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모터 님 베스트 10 목록도 해마다 보고 싶네요. ㅎ

지난 한 해 정말 감사했습니다.
2019년도 잘 부탁 드립니다!
함박웃음.
1 겜블러리  
단 한편도 보지 못했네요. 일본영화에 대한 편견이 심한 편이라, 일본영화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른 영화는 첨음 접하는.. 기회가 닫는대로 한번 도전을 해봐야 하겠네요. ^^
14 스눞  
댓글 감사합니다! 저도 일본영화에 대한 나름의 편견이 있었지만(지금도 조금 있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이번 영화는 예외로 해도 될 만큼 좋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영화 감상은 결국 취향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만... ㅎ

즐거운 감상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
1 푸른곰팅이  
리스트의 영화 다사 찾아 봐야겠어요 ㅎㅎㅎ
14 스눞  
댓글 감사합니다!
영화 감상은 개인 취향의 문제인지라, 제가 뽑은 영화들이 푸른곰팅이 님을 즐겁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