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경비원, 1992 *LMDb 8.0 : 괴물의 …

한줄 영화평

지옥의 경비원, 1992 *LMDb 8.0 : 괴물의 …

13 리시츠키 2 241

지옥의 경비원, 1992 *LMDb 8.0 : 괴물의 역습, 혹은 나는 어떻게 불안을 멈추고 살인을 사랑하게 되었나.


첫장면부터 기요시는 태연하게 설정샷 하나없이, 여주인공 나루시마의 얼굴 접사 하나만을 보여주며, 이를 대도시 아침의 러시아워라고 뻥을치며 시작한다. 이때 나루시마의 눈은 넋이 나간듯 사팔뜨기의 모습을 하고있는데, 그녀의 시선은 외화면의 바깥풍경을 보는지, 프레임 너머를 보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 병행되는 쇼트는 살인마 후지무라의 운전하는 양 손을 보여준다. 둘의 첫 출근의 시간은 같다. 말하자면 그녀의 사팔과 몽롱함은 살인자의 망상증을, 그의 양 손은 살인자의 손을 암시하는데, 둘은 결국 같은 운명의 위치이며 하나의 존재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어지는 숏은, 이 둘을 바라보는 인사부의 효도 상의 시점샷이고 이는 직부감샷이다.


영화는 대도시 오피스 빌딩을 중심으로, 일본의 90년대 거품경제의 몰락과 일본인들의 공포를 그리고 있다. 말하자면 낮잠이나 자며 음모를 일삼는 효도 상은 프랑켄슈타인 박사이고, 망상증의 스모선수 살인마 후지무라는 그의 창조물인 괴물이다. 새로 생긴 미술매입부서는, 효도 상의 매도차익이 실현된 후 괴물에 의해 모두 제거되며, 라스트걸인 나루시마만이 살아남는다. 왜냐면 그녀는 괴물과 함께 귀걸이 한 짝을 나눠 낌으로서, 훗날 <지옥의 경비원/경비녀(おんな)>가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물론 최후의 승자는 효도 상이고, 그는 미술품 경락을 통해 다시한번 거품경제를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비정한 자본주의의 모습은 괴물의 살인을 통해 그려지는데, 재미난건 이 살인의 스펙타클에 동원되는 기요시의 오마주 혹은 패러디, 혹은 조크가 영화의 매 쇼트 마다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상에서 계단을 내려가 지하실로 향하는 나루시마의 이동은, 르누아르, 안토니오니의 유럽예술영화의 미장센과 미국의 호러영화의 컨벤션으로 뒤섞어버리는 것이다. 특히 괴물의 모습은 외화면의 사용과 부감과 앙각의 앵글, 표현주의적 조명으로 재현되는데, 이는 랑의 <엠>의 피터 로레의 표정, 비네의 <올락의 손>의 손, 무르나우의 <노스페라투> 몸짓을 그대로 따르고있다.


이렇게 거품경제를 바라보는 기요시의 시선은, 화이트칼라 계급의 위선과 무능을 그리고 노동자계급의 그 폭락의 두려움과 쾌락의 내면을 괴물을 통해 드러낸다. 물론 괴물의 그러한 사투로도 끝내 자본주의라는 진짜 괴물은 살해되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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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1 에릭카트먼
네???
아니 이런 으마으마한 해석을
취존 인정합니다 ㅋ

후지무라 -> 후지마루
13 리시츠키
망상증은 저인거 같습니다~ 암튼 취존 감사합니다ㅜㅜ
역시 시네스트에서 젤 맘이 넓으신 분~카트만님~ 엉엉

세 글자 그리고 후지마루!! 근데, 넘 꼼꼼하셔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