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노리고 있다 (Midnight Lace , 1960)
감독 : 데이비드 밀러
출연 : 도리스 데이, 렉스 해리슨, 존 개빈
마이나 로이, 나타샤 패리, 로디 맥도웰
허버트 마샬, 존 윌리암스
가끔 원제와 전혀 다른 우리나라 개봉제목을 보면 오히려 원제보다 훨씬 영화에 맞고
더 나은 제목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내일을 향해 쏴라' 같은 것이
전형적인 그런 영화이고 '사랑과 영혼'도 그렇습니다. 1960년 도리스 데이가 주연한
'누군가 노리고 있다' 역시 원제인 'Midnight Lace'보다 훨씬 영화에 잘 어울립니다.
이 영화는 '보이지 않는 살인범'에게 쫓기는 한 여성의 공포를 다룬 스릴러입니다.
1960년에 만들어진 고전이지만 역시나 '히치콕 시대'에 만들어진 스릴러는 자연스레
히치콕 영화와 비교하게 되면서 품질의 차이를 느끼게 합니다. 오드리 헵번의
'사례이드'나 윌리암 와일러의 '필사의 도망자' 정도가 히치콕 영화를 능가하는
작품정도로 생각되고 상당수 영화들이 그에 못 미칩니다. 그건 60년대 수많은
007의 아류작같은 첩보물들이 007의 격에 훨씬 못 미친것과 같죠.
'누군가 노리고 있다'는 소재 자체로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다만 전문 스릴러
팬들의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하는 영화입니다. 안개가 자욱히 낀 런던, 영국남자와
결혼한 재산가 여주인공, 그녀에게 들려오는 죽음의 협박 목소리와 전화, 그 사실을
믿지 않고 바쁜 남편에게 관심을 끌기 위해서 벌이는 투정이라 생각하는 경찰.
그렇지만 계속해서 발생하는 사건과 그녀의 주변을 둘러싸고 서성이는 사람들.
충분히 관심있는 소재지요. 그리고 스릴러 다운 '반전'도 있습니다.
그 '지극한 정설적 스릴러의 공식'이 나오기 때문에 오히려 '반전이 반전이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드는 영화입니다. 영화에 범인이 누군지 흐트러트리기 위해서
등장하는 사람들. 등장하는 장면과 비중만 봐도 '난 사실 범인이 아니에요'라고
얼굴에 써붙이고 나오는 느낌입니다. 억지로 그들을 등장시키기 위해서 이야기를
만들기도 하고. 특히 '가정부'의 아들이 괜히 '백조의 호수' 발레공연에 나타나서
시비를 거는 장면은 다소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마치 '이봐 나도 범인처럼 보이는
남자로 만들어줘. 나도 미끼가 되어야지'라고 항변하듯이.
저는 이 영화의 결말을 보면서 '범인'보다 그 범인을 도와준 '공범'의 역할에서
오히려 반전의 기미를 느꼈습니다. 그 부분은 범인을 예상한 관객이라도 흘려
넘어갈만 했습니다.
ps1 : 20대 절세미남 존 개빈이 관심을 가지기에는 도리스 데이의 외모가 너무
평범하고 더구나 너무 늙어보이기까지 합니다. '존 개빈'은 은근 연상녀
상대 많이 하는 꽃미남이네요. '사이코'의 자네트 리, '그늘과 양지'의
수잔 헤이워드, '슬픔은 그대 가슴에'의 라나 터너 등. 클라크 게이블이나
캐리 그랜트, 존 웨인, 게리 쿠퍼 등이 딸 뻘 되는 여자들과 로맨스 라인을
형성할때 이 미남 청년은 연상녀들만 상대한 셈입니다.
ps2 : 애초에 도리스 데이는 히치콕 영화에 출연한 경험이 있습니다. 히치콕의
'비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영화 '나는 비밀을 안다', 그 영화는 그다지
호평을 받지 못했지만 도리스 데이의 '켓 세라세라'는 아주 유명한 노래가
되었죠.
ps3 : 은근 바보같던 경찰이 알고 보니 그래서 바보인척 하고 '중요한 역할'을 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늦게' 나타나는 것은 여전하군요. 범인이
언제 등장할지까지 알고 있었음에도.
ps4 : 62년 개봉당시 광고를 보면 '범인이 누군가 말하지 말라'라는 당부가 있습니다.
그런데 80년대 TV 방영시 조선일보 영화소개 칼럼에서 정영일씨는
'범인은 XX다'라고 공개해버렸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추카추카 10 Lucky Po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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