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자막 만들기

자막자료실

착한 자막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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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자막의 1차적인 역할은 모르는 외국어 대사를 '통역'해주는 것이지만 영화는 영상 예술이기
때문에 영상을 감상하는 데 최소한의 제약과 최대한의 도움을 주도록 제작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는 번역의 정확성은 논외로 하고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이런 글을 쓸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 참고하실 만한 내용을 말씀 드리는 것이며,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 아닌
절대적으로 제 개인적인 생각이므로 이렇게 하셔야 한다는 기준 제시나 강요는 아니라는 점을
우선 밝혀둡니다.
 

1. 글자 수 줄이기
 
한국영화를 본다고 생각해보시면 대사를 바로 들을 수 있으니 영상에 100% 집중을 할 수가
있지만 자막이 있는, 특히 대사가 많은 영화라면 눈의 촛점은 자막에 맞춘 상태로 정작 영상은
곁눈으로 보고 있음을 느끼실 겁니다. 
 
'한방에'에서는 자막 한 글자당 지속(읽는)시간 기본값을 0.2초로 잡고 있지만 실제로 그 정도는
아니고 사람 눈은 문장을 한 번에 보는 능력이 있죠. 글자 수 줄이기(함축)는 번역자의 능력에
좌우되지만 완성된 자막을 다시 보면 줄일 여지가 많다는 것을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2. 대사 모아쓰기 (줄바꿈)
 
글자 수 줄이기와 같은 맥락인데 아래 1번 그림을 보시면 대사도 많지 않으니 한 줄이 깔끔해
보일 듯 하지만 저 정도만 돼도 시선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이면서 시간이 걸리는데 반해
2번은 보는 순간 내용이 바로 인지가 됩니다.  두 줄의 분량을 맞추려다보니 저는 줄바꿈 해서는
안 되는 곳에서도 줄을 나누는 무리수도 쓰고 있습니다. ^^;
 

위 두 가지 사항은 원대사의 내용을 최대한 전달해야 한다는 번역의 원론과 충돌하는 부분이긴
하지만 서두에 언급한 영상의 감상이라는 목적을 더 우선시 하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막 읽는 시간이 2초에서 1초로 줄어든다면 감상자는 출연자의 표정이나 행동을 자세히 볼 수
있고 더 여유가 된다면 배경과 소품에까지 눈길을 줄 수 있는 것이죠.
 
우리말 영화를 귀로 들으며 영상을 보는 정도에 최대한 근접하는 자막을 - 자막이 영화 감상에
최소한으로 방해가 되는 - 만드는 것도 의미있는 일 아닐까요?
 
 
3. 주석 안 쓰기
 
이 부분은 찬반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지만 영화번역은 외국어를 전혀 모르는 어린이나 노인까지도
보면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막도 영화의 일부분입니다. 티가 안 나게
섞일수록 좋다는 말이죠. 영화에 몰입하다가 자막 때문에 현실로 빠져나오게 하는 일은 가능한
피하는 게 좋습니다. (여기에는 유행어나 인터넷 용어 등의 사용도 포함되죠.) 
 
예를 들어 특정 상표의 포도주를 언급했다고 했을 때 원어를 써주고 주석에 (*이탈리아산 포도주)
라고 쓰는 게 꼭 필요할까요? 그냥 "포도주 한 잔 할래?" 라고 번역해도 극의 흐름이나 대화에 아무
무리가 없을 겁니다.  다만, 정말 대체어가 없거나 극 중 사건의 소재로 언급되거나 우리말 자체도
어려워서 설명없이 이해가 안 되는 경우 등은 판단에 따라 사용할 수 있겠죠.
 

4. 정확한 씽크
 
굳이 설명이 필요없기도 하겠지만 씽크가 들쭉날쭉하면 당연히 안 될 것이고, 출연자의 대사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도 극의 감정 전달에 상당히 중요합니다.  대사가 끝났는데 자막이 안 지워지고
있거나 대사를 천천히 한다고 자막이 미리부터 떠있는 것도 긴장감을 떨어뜨리죠.
"범인은...  그 남자였어!" 라는 대사라면 하나의 씽크로 할 게 아니라 앞과 뒤를 나눠서 대사의
임팩트를 살리는 것도 필요합니다.
 
씽크 조정은 또한 대사를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시간 확보도 감안해야 합니다.  전달 내용이 좀
많다면 대사가 나오기 전이나 후에 조금 더 시간을 확보해주는 게 좋습니다.
 

5. 클리어 씽크 사용
 
클리어 씽크는 대사를 지우는 기능을 하죠.  대사가 연달아 나오면 어차피 다음 대사로 바뀌니
클리어 씽크를 무시하기도 하는데 앞의 자막을 지우지 않고 다음 자막이 바로 뜨면 눈이 그걸
인식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리고 읽는 것도 피곤해집니다. 
 
아시겠지만 씽크에 사용하는 태그  <SYNC Start=168739><P Class=KRCC>&nbsp;  에서
숫자는 ms, 1000분의 1초 단위로 시간을 지정합니다.  클리어 씽크가 있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고 (개인적인 테스트로는) 다음 씽크가 나오기 전까지 200ms(=0.2초) 정도의 시간차가
있으면 보기에 좋은 것 같습니다.  '한방에'에서 [싱크 일괄 이동] - [종료 싱크값 만을 이동]
기능을 이용하여 조정이 가능합니다.
 

6. 자막색(칼라)의 이용
 
동영상 영화가 생기면서 자막을 보고 가장 대단하게 생각한 것이 전화 음성을 노란색으로
표시한 것이었습니다. 처음에 누가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자막계(?)에 혁신을 가져온 것이죠. ^^
전화나 스피커 소리 외에, 독백이나 방백, 해설, 회상 장면, 노래 등에 사용하면 적잖은 효과를
줍니다.
 
저는 여기에 더해서 소리의 원근, 강약에 색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자막의 기본색인 백색에서
흑색으로 갈수록 소리가 멀어지거나 작아지는 것이죠.  (어떤 분은 댓글로 자막계에 한 획을
그으셨다고 칭찬을 해주셨지만 뭐 그건 아니구요 ^^;)
 
이게 왜 필요한가 하면 ;
요즘 일부 DVD 자막에서는 따옴표 또는 이탤릭체로 대신하기도 하는데 화면에 나온 사람이
대사를 안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방 얘기를 듣거나 화면 밖에서 누군가 말을 하는 경우죠.
귀로 들으면 음성이 다르니 구분이 되지만 청각 장애가 있는 분이 자막만 본다면 얼굴이 나온
사람이 얘기하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죠.  이걸 글자색을 통해 시각적으로 구분한 것이기도 하고,
창문밖이나 멀리서 들리는 말소리를 회색톤으로 처리해서 시각적으로도 느낌을 주는 것입니다.
 
안 들리던 말소리가 점점 들린다면 검은색(자막도 안 보이죠.)에서 점점 밝아지면서 귀로 듣는
느낌 - 처음에는 안 들리다가 나중에 무슨 말인지 들리게 되는 - 그대로 자막으로 전달이 가능한
거죠.  '한방에'를 쓰시는 분이 많을 텐데 SMISyncW의 편집 방식이 일반 워드 프로그램 같아서
수정이나 칼라 넣기에 더 편리합니다.  그리고 칼라를 쓰실 때는 '형광색' 계열을 사용해야
화면에서 잘 나타나며 원색을 쓰면 오히려 지저분해 보입니다.
 

7. 기타
 
- 이름, 지명, 고유명사의 따옴표 처리 : 이런 것들은 조사와 붙어있을 경우 쉽게 구분이 안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징가가 아까 출동했어" 를 보면 '마징가'와 '~가'가 붙어있어서 살짝
혼동을 줍니다. 이럴 경우 '마징가'가....  로 하거나 어법에는 안 맞지만 한 칸 떼는 것도
방법입니다.  (* 아래 의견들을 참조하여 처음에만 사용하는 것으로 정리했습니다.) 
 
- 'ㅂ니다' 분리하기 : 이건 철저히 제 개인적인 원칙이니 무시하셔도 됩니다.  소녀시대는
소개할 때 "안녕하세요. 소녀시대입니다."라고 하는데 우리말식이면 "소녀시댑니다."라고 해야
자연스럽죠. 그 앞의 말을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입니다'로 씁니다.
일상적으로는 '형삽니다, 박삽니다'가 맞지만 '형사입니다, 박사입니다'라고 표기하는 것인데
역시 시각적인 이해를 돕기 위한 것입니다.
 
- 영화 중의 외국어에는 괄호를 쳐서 구분 되도록 합니다.  외국어를 쓴다는 것은
여러가지로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이 제3국인이었다는 증거에서부터
외국어에 유창하다는 설정, 다른 사람은 모르게 대화를 하는 경우, 또는 출연자들끼리
말이 안 통하는 상황, 못 알아듣는 상황 등등이 있겠죠.  이걸 그냥 일괄적으로 번역해서
표시하게 하면 외국어 자체를 구분할 수 없는 감상자가 볼 때 위의 상황들을 완전히 놓치게
되는 경우가 생길 것입니다.
 
 
* 댓글 내용 중에서 추가
 
- 의성어 남발 : 청각장애우를 위해 모든 소리를 표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 오...  으악!'
이런 건 자막으로 써놓으면 정확한 뉘앙스도 전달이 안 되고 상황을 좀 가볍게(?) 보이게 하는
느낌도 있으므로 완전히 안 쓸 수는 없겠지만 가능한 줄이는 게 좋겠습니다.
 
- 글자 번역 : 화면에 나오는 글자들이 무의미하게 나오는 경우는 사실 없으니 가능한 대로
표지판, 간판, 신문 기사, TV 자막 등도 번역하도록 합니다. 다만 내용이 너무 길거나 대사와
겹치는 경우는 판단에 따라 줄이거나 생략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위의 원칙들을 제가 그동안 자막 제작을 하면서 깨닫기도 하고 스스로
이러면 좋겠다라고 생각한 내용들입니다.  틀린 내용이나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좀 더 '착한 자막'을 만들기 위한 참고 사항으로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Comments

10 천리무봉
잘 봤습니다 자막 만드시는 분들 정말 대단하세요
GIVE 100 MP 1 fsdaffsd
자막을 이용하는 이용자 입장에서는 그저 문맥에 맞는 조화롭고 정확한 번역과 싱크 정도면 충분하고 감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제작자 개인적 입장에서 특별히 애착이 가는 자막이라면 본문의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시더라도 그렇지 않다면 기본만 하셔서 노고를 아끼시거나 한 작품이라도 더 하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제작자님의 노고를 생각해도 울화가 치밀 정도의 터무니없는 부정확한 번역에  저급한 워딩, 문장이 전부 따로 노는 폭탄자막에 데여서 자료실을 찾았다가 정확한 번역의 착한 자막을 얻고 너무나 행복해진 이가 몇 자 남기고 갑니다
1 유소년
우와, 정말 자막 만들기의 바이블이네요.
1 런너스
확인합니다
10 lukey
자막에 마침표(.) 넣는 거 아닙니다.
자막에 쉼포는 되도록 자제 해야 합니다.  어쩌구 저쩌구 며, 어쩌구 저쩌구, 머머 면, 이거" 이런 식으로 며, 면, 그래서, 등등에 쉼표는 없어야 합니다.
그리고 되도록 2줄로 만들 돼, 한 줄을 건너 뛸땐 쉼표을 안 붙이고 쉼표 대신의 기능을 합니다.
자막은 눈으로 말하는 겁니다.
아무리 잘 번역 된 자막도 싱크가 안맞으면 그건 자막이 아닙니다. 그냥 대사 번역본이죠.
4 조현석
물론 퀄리티 높은 정확한 자막이 최선이긴 합니다만 예전 뭣 모를 때 자막 편집 작업을 해보니 영화 한 편에 길게는 8시간 걸렸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만큼 고된 작업이었고 정신적으로도 상당히 힘들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그러니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제작자분들의 고충을 생각해서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길~
1 copy아기
좋은 내용 올려 주셨어 감사합니다..ㅡ ㅡ..
1 한냐냐
자막만들기용 프로그램은 뭐 쓰시나요? 찾아보니 무거운 영상편집툴만 잔뜩이라 하사양 노트북유저는 난감합니다...ㅡㅡ;;
S MacCyber
자막계를 은퇴(?)한 지가 오래 되어서 최신 제품까지는 잘 모르겠고요. ^^;
(질문게시판에 올리시면 자세한 답이 올라올 겁니다.)  과거에는
한방에, SMISyncW 등이 가볍게 쓸 수 있는 도구였습니다.
요즘은 Subtitle edit 가 대세인 것 같고요.
감사합니다. 이런 숨은 이유가 있음을 알게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