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H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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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평 : 질서 그리고 질서
추잡한 국내 정치색을 무지하게 소환하자면, 빨간 신 'The Red Shoes'은 결코 분홍이어서는
안된다. 혹은 전작 <내가 가는 곳은 어디인가>, <검은 수선화>에서 본편까지 연속되는
여성 인물의 중심화가 그다지 신뢰될 수 없는 착하게 지도되어야하는 혹은 억제되어야하는
욕망으로 편성될 때 본편 역시 이같은 반 페미니즘적 노선 밖으로 한발도 넘어서지 않는다.
본편에서 단장은 자신의 고집대로 마지막 공연을 진행하거나, 인물과의 첫만남에서부터
자신이 '말'을 할테니 듣기만하라는 언어적 남근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빨갱이의 금기화 !
흥미롭게도 본편에는 더 이상 감독의 후방성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할리우드의
뮤지컬 장르가 그러했듯이 본편에서도 명확한 후방이 존재하는 데 그것은 백스테이지,
즉 어떻게 공연 예술이 제작되는가에 대한 과정으로서의 무대다. 전시 하에서 언제나
현장보다는 후방으로 잠입하여 이상향의 이데올로기를 주입함으로서 반전 의식 이상의
인간 존재론을 추구했던 감독의 세계가 전작과 본편에서 고립된 장소성으로 비극화된다.
뒤집어 말하자면, 여기에는 굳이 젠더가 요구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성별 이분법이
아니라, 한번 신으면 죽기 전에 결코 벗을 수 없는 빨간 색의 무용 신발은 그간 혼돈을
본질화했던 고전 서사를 계승함으로서 스스로를 경외하는 것을 쉬지 않았다. 거기서
버려져야할 것은 웨딩 드레스, 수녀복에 이어 붉은 신발로 연속된다. 연습실의 거울을
통해 인물의 출입을 먼저 확인하거나 인물이 부재한 채로 공연이 강행되는 엔딩과도
같이 질서의 부재를 능히 감당할 수 있는가라고 묻는 것이 점점 더 명령처럼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