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1983)
톨스토이의 단편 <위조지폐>의 모티브를 각색한 브레송의 마지막 영화.
주인공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한 장의 위조지폐를 통해 세계의 악을 지배하는 돈의 이미지를 가장 명징하게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돈이 신의 자리를 대신해버린 현대사회에서 은총이나 계시는 존재하지 않으며 구원 역시 불가능하다. (2011년 제6회 시네바캉스 서울 )
브레송은 자신의 마지막 영화를 이 세계에 악이 만연해 있다는 관념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그 악의 중심에 있는 것은 '돈'이다.
지폐가 건네지는 손들의 클로즈업(파편화된 인간 신체와 특권화된 지폐)은, 인물들에 대한 돈의 지배력을 가장 명징하게 보여주는 이미지이다.
모든 것은 한 장의 위조지폐에서 시작된다.
사람들 사이를 돌던 지폐는 아무 것도 모르는 순결한 주인공의 손에 들어가, 그에게서 일자리와 명예, 결국은 아이와 부인까지 앗아간다.
우연에 의해 죄없이 감옥에 갇히는 주인공 이본이 톨스토이적인 인물이라면, 자신만의 정의를 내세우며 절도행위를 정당화하는 루시앙은 도스토예프스키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돈(현대의 신)의 지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은 동일하다.
루시앙은 사회적 정의를 무시함으로써 돈의 권위를 비웃으려 하지만 그의 시도는 실패하고 만다.
그에 비해 이본의 저항은 처음엔 소극적이지만(명예를 주장하기 위한 무위), 나중엔 자신의 의지로 살인을 저지르고 그 부대행위로 돈을 강탈함으로써
돈/신의 의지를 앞질러서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간다.
여기에 더 이상 시골사제나 잔다르크의 성스러운 죽음은 없다.
이제 죽음은 악마적인 세상에서 인간이 자신을 증명하는 방법인 동시에, 인간을 거부해버린 배반의 신에 대한 반대증명이다. (김은아)
한글자막은 없는 것 같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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