꺽인 꽃.Broken Blossoms Or The Yellow Man And The Girl 1919 (D W 그리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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꺽인 꽃.Broken Blossoms Or The Yellow Man And The Girl 1919 (D W 그리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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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ken Blossoms Or The Yellow Man And The Girl, 1919


감독 D.W. Griffith

출연 Lillian Gish, Richard Barthelmess, Donald Crisp, Arthur Howard, Edward Peil Sr., George Beranger, Norman Selby


중국의 선교사 챙 후안은 부처의 가르침을 서구에 전파하기 위해 런던으로 온다. 포부는 원대했으나, 그가 직접 마주한 런던의 현실은 그 가르침을 받아들이기에는 더없이 피폐하다. 선교는 커녕 무력감과 아편에 취해 하릴없는 나날을 보내던 중 그는 작은 가게를 열게 된다. 어느 날 그의 가게 창문에 작고 아름다운 소녀의 모습이 비친다. 소녀는 권투 선수인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며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는 루시 버로우다. 챙 후안은 한눈에 루시에게 빠져든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아버지에게 학대당하던 루시는 집을 뛰쳐나와 챙의 가게 안에서 쓰러진다. 챙은 루시를 가게 2층에 머물게 하면서 극진히 돌보고, 루시는 챙의 사랑 안에서 꿈같은 시간을 보낸다. 그 사이 딸이 사라졌음을 알게 된 루시의 아버지는 그녀가 중국인 가게에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챙이 가게를 비운 사이 들이닥친 아버지는 루시를 끌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는 또다시 루시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루시는 결국 숨을 거두고 만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챙은 루시의 집에 찾아가 그녀의 아버지를 죽이고 루시를 가게로 데려온다. 슬픔을 이기지 못하는 챙은 루시의 시신 앞에서 자신 또한 죽음의 길을 선택한다.


영화학에서 D.W. 그리피스가 차지하는 명성은 약간 과장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반박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 (그리고 전 세계의) 영화는 그리피스의 여러 기여가 없었다면 완전히 다른 무언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 물론 가장 유명한 영화는 스토리와 편집을 다루는 그 뛰어난 솜씨로 기억되는 「국가의 탄생」과 「인톨러런스」다. 그러나 1919년에 제작된 「꺾인 꽃」도 그의 수작들 가운데 하나이며 분명히 그의 가장 아름다운 영화다.


「꺾인 꽃」은 메리 픽포드를 멋지게 담아낸 윌리엄 보딘의 「스패로우」와 함께 당시 할리우드의 ‘소프트 스타일’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는 글래머 사진의 가장 궁극적인 형태였다. 촬영기사들은 배우들의 아름다운 용모를 아련하게 표현하거나 돋보이게 하고 강조하기 위해, 파우더 화장과 특수조명을 사용하고 렌즈에 기름을 바르거나, 스튜디오 천장에 비치는 커다란 거즈 천을 매달아 놓는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꺾인 꽃」에서 불멸의 아름다움을 지닌 릴리언 기시의 얼굴도 바로 이런 방식을 통해 천상의 것과 같은 사랑스러운 빛을 발하며, 그 빛은 화면의 다른 모든 요소를 압도해버린다.


「꺾인 꽃」이 지닌 아름다움은 직접 경험해봐야만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 수 있다. 기시와 그 멋진 상대 배우 리처스 바셀메스는 안개와 좁은 골목길을 비추는 음산한 불빛과 신비롭고 ‘동양적인’ 세트로 표현된 런던 풍경 속을 유령처럼 미끄러지듯 지나다닌다. 이 영화에 담긴 금지된 사랑이라는 단순한 이야기는 조지프 스트린저가 만들어 낸 신비롭고 매력적인 무대 디자인을 통해 완벽하게 완성된다. 「꺾인 꽃」은 다른 어떤 영화와도 다른 고유한 개성을 지니고 있다.


기시와 그리피스는 함께 한 작업들을 통해 미국 영화계에서 가장 좋은 결실을 맺었다. 두 사람은 「인톨러런스」와 「국가의 탄생」, 「폭풍 속의 고아들」, 「웨이 다운 이스트」와 수십 편의 단편영화를 함께 만들었다. 이들의 공동작업은 몇몇만 언급한다면 스콜세지와 드니로, 구로사와와 미후네, 레오네와 이스트우드의 관계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사실 그 두 사람은 다른 모든 감독과 배우의 관계를 평가할 때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관계다.


그리피스는 일상적인 스토리와 누추하면서도 사치스러운 무대 사이에 완벽한 균형을 잡아냈다. 당시 자기능력의 정점에 올라있던 그는 서로 겉도는 내용과 형식을 조절할 줄 아는 기량과 자신감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꺾인 꽃」을 추진하는 힘이자 영화사에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게 한 것은 바로 그러한 일상적인 것과 특별한 것 사이의 긴장감이다.


 

Comments

4 씨네시민
정말정말 수고하셨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