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제작자 님들과 일반 유저분들에게 올리는 글
저도 많지는 않지만 자막 제작 여러 차례 했음을 미리 말씀 드립니다.
그래도 돌 던지시면 그냥 맞겠습니다. 제가 시건방진 얘기를 하는 것일 테니까요.
자막 제작 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노가다이고 힘겹다는 사실을 알고 말씀 드리는 것이기에
혹여 나름 열심히 번역하시는 분들의 노고를 잘 모르면서 건방진 말한다고만 생각하지 말아주십사 부탁 드립니다.
제 글 보시고 욕하실 분 많으실 거라 생각하지만 어차피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봉사하는 것이기에
순수하게 봉사하는 마음이 더 두드러졌으면 하는 작은 마음에서 글 씁니다.
1. 서브변환이나 자막 제작자 정보를 smi싱크 초반에 입히는 건 나름 관례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게 하고 있는데 노출 시간을 5초 정도로 정했으면 합니다.
적당한 노출이 아닌 지나친 노출은 자막 제작자들이 가질 법한 '셀프 노고 치하'를 넘어선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예전에 어떤 분은 영화 한창 중반인데 대사가 없는 상황에서 본인이 자막 만들었다고 또 다시 제작자 노출 시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자막 앞뒤에만 입히면 그걸 지워서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봐서 불가피하게 중간에 본인이 만들었다는 정보를 넣었다고 했는데
그렇게 한다고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걸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라서 제가 쓴소리 좀 했거든요.
다른 누구도 아닌 본인이 만든 자막이라고 그렇게까지 '자랑 아닌 자랑'을 하고 싶었는지 묻고 싶었는데
내가 만든 자막 중간에 내 정보를 넣는 게 뭐가 잘못된 것이냐고 오히려 내 덕에 영화 보고 있으니 적당히 닥치라는 투로 댓글을 달더군요.
뭐 제가 감사한 마음으로 도움받아 영화 보는 주제에 저도 자막 만드니 마니 그런 유세는 우스워서 안 하고 말았는데
어차피 봉사하는 개념으로 하는 것이면 그에 맞게 봉사하는 마인드로 해야 맞다고 봅니다.
초반에 지나치게 자막을 노출시키는 것과 심지어 영화 중반에까지 본인이 제작했다고 하는 것은 영화 몰입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적당한 공명심은 자막의 품격을 올려주지만 그게 넘어서면 시각 공해가 될 수도 있다고 감히 말씀 드립니다.
2. 모국어도 잘 모르면서 영어 번역하겠다고 하면 이질감 비슷한 감정도 듭니다. 한글도 제대로 모르면서 영어로 된 영화를 번역한다는 게
죄송하지만 제겐 정말 아이러니 입니다. 사람들이 흔히 틀리는 건 틀릴 수 있다고 쳐도 고등학교 교육 이상 받지 않은 분들을 찾기가
정말 힘든 상황인데 한글 맞춤법을 틀리는 게 참 상식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긴가민가 싶은 것은 국어사전 찾아가면서
저는 번역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꼭 그렇게까지 해주십사 바라는 건 아니지만 서브자막 나올 상황이 아니고 개인이 번역한 영화를 소장용으로 챙겨야 하는 경우는
영화 보는 중간에 끊고 맞춤법 바로 잡느라고 고쳤던 경우도 허다했던 거 같습니다.
3. 우린 아마추어 자막 제작자 입니다. 하지만 가독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극장의 자막은 한 번 싱크에 14자를 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자막은 불가피하게 넘어서는 경우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는 건지 책을 읽는 건지 구분이 안 될 정도면
고문당하는 거 같단 생각도 많이 듭니다. 없을 것 같았던 자막을 찾은 기쁨도 잠시 영화랑 싱크를 맞추고 확인해보니 화면에 2줄로 각각 10자가 넘어가는
자막이 계속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어떡해야 하는 고민에 휩싸이게 됩니다. 정말 번역을 잘 하시는 분은 이렇다고 합니다.
영어를 잘 하는 게 아닌 우리말을 잘 하는 것이라고. 앞뒤 문맥과 정황, 상황판단만 잘 해도 10자 넘어가는 번역을 5자로 줄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간 중간 적당한 <br>태그를 넣어주는 것도 충분히 감사할 수 있는 작지만 가독성에 도움되는 자막 제작의 노력 흔적이라고 생각합니다.
4. 자막 제작자가 아닌 일반 유저들께 드릴 말씀 입니다. 제가 잘은 모르겠지만 재회님이 댓글 달 때 무작위로 포인트를 지급하게끔 만드신 건
시네스트에 있는 분들이 그만큼 서브변환이나 자막제작자들이 몇날며칠을 고생해서 만든 자막에 대해 댓글을 많이 달지 않아서일 거라고 짐작합니다.
포인트라는 반대급부가 있어야 댓글을 달 거라 상상해보면 자막을 만들고 계신 분들 정말 많이 힘 빠질 겁니다. 단순히 '감사합니다' 그 정도의 댓글 이상으로
내가 이 자막 만들기를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날 수 있는 댓글을 다는 건 어렵지 않다고 봅니다. 각자 일이 있고 일상이 있는 분들이 몇시간 짬을 내어
서브 변환하시거나 홀로 자막을 만드십니다. 적게는 3일 많게는 일주일 이상도 걸립니다만 댓글 한 줄 감정 실어서 다는 건 1분도 걸리지 않습니다.
궁금해서 5년 전 페이지를 봤습니다. 직접 제작이든 서브 변환이든 상관없이 게시물에 댓글 하나 달리지 않은 게 정말 수두룩 했으니 지금 이 상황도 많이 좋아진 게
맞긴 합니다. 하지만 이곳이 생긴 지10년을 넘어 20년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는 마당에 상식적인 수준에서 댓글 달아주고 피드백 해주는 게 제작자 포함 많은
시네스트 유저들이 이 곳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작지만 커다란 토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의 대부분 단일 싱크에 14자를 넘어가는데... ;;;;;;;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