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자막을 만듭니다...

자막제작자포럼

누군가는 자막을 만듭니다...

S 줄리아노 15 2585 13

그냥 오늘도 한줄씩 두줄씩 

작업하던 자막을 들여다보며

멍해 있다가 글을 적어봅니다.

(자막 유포에 대한 이야긴 아닙니다)


저는 이곳에서

정말 잘 만들어진 자막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덕분에 많이 배우고 좋은 영화도 많이 보구요.

저는 솔직히 실력도 시간도 부족하여

영화 한편에 수개월씩 걸리는건 보통입니다.

그래서 이곳의 고수님들을 많이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게 된 제작자님들도 많구요.

 

저는 아직도 제가 만든 자막을 올릴때면 얼굴이 붉어집니다. 

듣고서만 만드셨다는 자막도, 며칠 사이에 탈고를 끝내셨다 자막도 보았습니다.

눈부신 속도에서도 높은 완성도의 자막을 만드시는 고수님이 많이 계신걸로 압니다.

저는 그냥 그분들이 부러워서, 표현이 막힐때는

먼산 한번 바라보고 또 돌려보고 또 돌려보고 그러고 있지요.


제게 자막은 꼭 한땀 한땀의 뜨게질 같습니다.

시작할땐 의욕만 앞서고 언제 끝날지도 모르겠고,

중간에는 이게 뭔짓인가 하며 정말 끝이 있는지도 모르겠는...

그러다 보면 또 용케 끝을 내고 편편 올려보기도 하며 신통해 하는...

그런 중수 제작자이지요.


그래서 저는 제가 그래도 그나마 제일 좋아하고 잘안다고 생각하는

고전 영화의 자막을 시간 제약없이 꾸역꾸역 만들고 있습니다.

다양화에 일조하는 척하면서, 이게 영원히 마지막 자막이다 라고 생각하면서...

제가 작업중인 영화에 거의 아무도 관심이 없으실 테니까요.

물론 더 깊은 자신만의 범주에 계신 고수님들도 계시지만요.

(좋은 점은 최신영화와 달리 아무와도 작업이 겹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헐, 섭과 겹친적이...)

그래도 제가 자막제작하는 그 영화에 대한 열정만큼은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바꿔말하면, 그 영화가 더 고수분이 아닌 절 만난게 불쌍하고, 제가 그 영화에 미안한거지만요.ㅋ)


저는 제가 좋아하는 영화 자막을 받아들고 기뻐하다가

너무 엉터리라 생각하고 다시 재작업을 한적이 여러번 있습니다.

제가 최초자막을 만들때도 내 자막이 누군가에게

마음에 안들면 어쩌나 걱정하면서 작업하기도 한답니다.


그런데 어떤 분은 몇시간 만들었다며 툭 올려놓고

보고 싶으면 그냥 봐 아님말고,  내가 만들었으니 그냥 너는 보기나 해

하는 식의 자막도 분명 있습니다. (물론 그 자막밖에 없으니 그걸로 보겠지요)

그런데 심지어는 절반만 만든 자막도 올리고, 최초의 **영화전문 자막제작자라느니

반드시 돌아온다느니 그런 자신감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저와는 비교가 안되는 대단한 능력자 분이신건 맞는것 같은데 

조금만 감상자들을 배려해 주시고 성의를 더해 주시면 어떨까 싶어

조심스럽게 글을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저도 제작자 이전에 감상자이고 좋은 자막을 만나면 기쁘고

문제가 많은 자막을 만나면 실망합니다. 제작자로서는 

자막이란게 대강 만들기도 보통일이 아니란 것도 잘압니다.

하지만

얼마나 이곳의 많은 뛰어난 제작자 분들이 겸손하시고

성의를 다한 자막을 만드시는지 우리 모두 잘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그분들께 더 감사하면서 영화를 감상하고 있지 않습니까?


제작자들은 감상자분들보다 그냥 그 부분에서 약간 더 능력이 있는것 뿐입니다.

옛날엔 몇분들이 다였던 자막제작에 지금은 또 얼마나 새로운 제작자분들이 생겼나요.

저는 저를 포함한 모든 제작자 분들이 경쟁적으로 쫓기듯 영혼없이 작업하지 말고

그 영화에 대한 애정이 먼저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끝까지 감상자들 편에 서있기를 바랍니다.


제가 이런글을 쓸 자격이 많이 부족한걸 알면서도 

두서 없이 길어진 글이, 정말 고수님들과 너무 멋진 작업을

남겨주시는 많은 다른 제작자분들께 송구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그냥 저나 최선을 다하렵니다.

다시 한번 사과말씀 드립니다.


PS: 너무 많은 엉터리 고전자막에 마음이 상했나 봅니다.

(저 자막으로 몇 십년간 수십만명이 이 영화를 감상했다니...) 

애꿎은 투덜거림에 존경하는 제작자님들, 너무 괘념치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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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Comments
S 맨발여행  
자막을 만들 실력이 안 되는 제게는 다들 고마운 분들이죠. 줄리아노님께도 감사합니다.
17 본시리즈  
글 잘 읽었습니다. 아울러 감사드리며 추천드립니다.
23 캬오o  
줄리아노님같은 분들이 여기에 모여계셔서 사이트가 유지될 수 있는거지요~
다른 입문단계의 아마추어들에게 계속 귀감이 되어주시길^^
47 CaMillo  
줄리아노님의 자막, 언제나 내용에 충실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 왔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자막 부탁합니다.
29 슐츠  
너무 겸손하신 말씀입니다.
줄리아노님의 자막으로 몇 편의 영화를 감상한 입장에서, 님의 어휘구사와 매끄러운 번역에 수없이 감탄했었더랬죠.
저는 천성이 게을러서인지 자막 하나 만드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는 편이거니와 그걸 검증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
올리는 탓에, 뒤늦게 오역이나 싱크 어긋남, 오류 등을 발견하고 부랴부랴 수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튼 저같은 어설픈 번역자 보다는 줄리아노님 같은 장인정신을 가진 제작자분들이 더 많이 계시기에....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답니다.
26 마른가지  
너무 많은 엉터리 고전 자막에 너무 마음이 상했나 봅니다
제가 좋아하는 줄리아노님 하지만 이 말은 꼭 해야지 싶어 올립니다
10년 전만 해도 영어 자막 구하기도 쉽지 않아 귀로 듣고 자막 올리는 사람
좀 있어습니다 지금도 그런 자막이 제작자 정보가 삭제되어 올려지고 있습니다
과연 줄리아노님께서는 영문 자막 없이 듣기로만 얼마큼 정확하게
번역하실지 의문이 듭니다 대충 만드는 사람도 있지만 남을 위해서 힘들게 듣기로만
자막 만든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아 주셔서면 고맙겠습니다
3 따띠  
뭐 종종 오역 수준을 넘어서는 고전영화 자막들을 보면 저도 참 안타까울때가 많긴 합니다.문제는 이렇게 한번 한글자막이 존재하면 이후에 다시금 만들어지지 않는거겠죠

아무튼 매번 줄리아노님의 글에 댓글을 달지만 덕분에 좋은 영화들 좋은 자막으로 많이 봤습니다.언제나처럼 조용히 묵묵히 응원을 보냅니다.

그럼 좋은 주말 되시기를...
6 불짜장  
글을 읽으면서 또 한번 느끼는거지만..
다시 한번 자막 만드시는 분들의 노고에 응원과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11 현이아빠  
자막제작자들이 힘들면서 계속 작업을 하는 이유는
줄리아노님 말씀처럼 영화에 대한 열정이지요!
그저 대충 만들어서 올리는 사람도 분명 있지만 그런 분들은 오래 못 가기 마련이고요.
여기 씨네스트에서 어느정도 오래 활동하시는 분들은 모두 다 그런 열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열정이 없으면 왜 돈 안되고, 시간 뺏기고, 빡세고, 각광 받지도 못하는 이 일을 왜 하겠습니까?
어찌보면 오타쿠같은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나름 보람있는 일이라 생각을 합니다!

그 열정 항상 잊지 마시고 계속 좋은 자막 부탁드립니다!
29 써니04  
님 같으신 분들 덕에 숨겨진 보석처럼 귀한 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는 이들이 생겨나게 되죠.

그 열정에 감사할 따름이네요.
S 반딧불이™  
구구절절 와 닿는 글이네요 ^^  언제나 줄리아노님을 응원합니다.  화이팅!
S dudghkdldirl  
그렇죠..항상 감사드립니다.
전 번역하고 타자까지 칠려면 넘 힘들어서 그냥 가끔 노가다 자막만 만드는데
여기 고수님들 보면 존경스럽죠...
30 써써니니  
이런 좋은 글을 이제서야 보다니..괜스레 죄송하네요.
참 생각이 깊은 분이라는 걸 또 느끼네요.
27 블루와인  
저 역시 이제사 이 글을 본 것에 죄송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자막이라는 작업이 요즘은 sub이니 srt 니 워낙 많다보니 얼마나 힘든 작업인줄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은건 사실인거 같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그냥 너는 짖어라.. 하고 하는 수 밖에...
줄리아노님께 한없는 응원과 지지를! 보냅니다~
37 Rookie  
줄리아노 님의 자막으로 지나간 명작들을 즐길 기회가 많았습니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