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시민이 겪어낸 ‘오월의 광주’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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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시민이 겪어낸 ‘오월의 광주’ 재해석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 창작 뮤지컬 ‘광주’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 소재로 제작
폭동으로 몰아가려는 군사정권 맞서
광주시민 항쟁·민주주의 열정 등 표현
고선웅 연출… 총 38명의 배우 무대에
10월 9일 대학로 아트센터서 막올라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 창작 뮤지컬 ‘광주(City Of Light)’가 10월 9일 개막한다. “우리들의 사랑, 명예, 이름, 우리를 잊지 말아주십시오”라고 외쳤던 1980년 5월 전남도청 시민군의 민주주의를 향한 마지막 호소를 무대에서 되살린다. 사진은 광주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현장에서 극중 일부를 미리 선보인 동영상의 한 장면. 제공 라이브(주), 극공작소 마방진

‘광주(City Of Light)’는 올가을 기대작이다. 역병이 덮친 공연계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초연되는 창작 뮤지컬이다.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의미를 담아 만들어졌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로 시작하는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을 광주광역시가 특별한 문화콘텐츠로 확장하기 위해 벌인 프로젝트 결과물이다. 그만큼 대한민국 현대사에 피로 새겨진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이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광주’에 거는 기대가 큰 건 특별한 소재만큼이나 화려한 제작진 덕분이다. ‘조씨고아-복수의 씨앗’, ‘낙타상자’ 등 높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작품을 발표해 온 흥행사 고선웅이 연출은 물론 창작집단 안필단과 함께 극작을 맡았다. 고선웅은 이미 ‘푸르른 날에’, ‘나는 광주에 없었다’ 등의 연극에서 오월의 광주를 정면으로 다룬 바 있다.

또 지난해 창작 오페라 ‘1945’에서 고선웅과 좋은 호흡을 보여준 작곡가 최우정, 섬세하고 아름다운 움직임을 만들어 내는 뮤지컬 ‘팬레터’, ‘귀환’의 안무가 신선호가 힘을 합쳤다. 민우혁, 테이, 이정열 등 배우 총 38명이 오르는 무대는 뮤지컬 ‘벤허’를 만든 이성준 음악감독의 13인조 오케스트라가 풍성한 선율로 뒷받침한다.

‘1980년대 광주 시민이 군부 정권에 대항, 민주화를 요구하며 발생한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인 민주, 인권, 평화의 보편타당한 가치가 담겨 있다’는 이 작품은 당시 광주 시민 이야기를 특별한 영웅이 아닌 평범한 시민이 겪어낸 역사의 전개 과정으로서 새롭게 해석하고 창작한다. 제작사가 사전 공개한 줄거리는 ‘1980년 5월, 독재자 죽음을 틈타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는 모종의 시나리오를 짠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광주 시민을 폭도로 몰아 진압하고 정권 찬탈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것. 이에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폭력시위를 조장할 목적을 띤 특수 군인들이 광주로 투입된다. 그들의 이름은 ‘편의대’. 각종 모략을 일삼는 편의대와 민주화를 향한 시민들의 순수한 의지가 충돌하는 가운데 광주는 점점 고립되어 간다’는 내용이다.

문제의 편의대가 당시 실재했는지 아직 진상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김용장 전 미군 501정보여단 방첩부대 군사정보관은 지난해 5월 신군부가 광주 시민을 폭도로 만들기 위해 사복군인들을 광주 시내에 침투시켰다고 증언한 바 있다. 또 1979년 10월 부마항쟁 때 편의대로 활동했다는 특수전사령부(특전사) 대원 양심 고백도 나온 상태다.

이 밖에도 실제 5·18민주화운동 역사를 참조해 만들어졌다는 극중 인물은 모두 촘촘한 나름의 이야기를 가지고 무대에 오른다. 특수부대 공작요원 격인 505부대 편의대원 ‘박한수(민우혁·테이·서은광)’는 광주 현장 혼란을 일으키라는 밀명을 받고 투입되나 보통사람들의 순수함과 민주주의에 대한 열정에 감화된다. 관객은 ‘박한수’의 변화하는 감정선을 따라 5·18민주화운동의 전개 과정을 되돌아보게 된다. ‘박한수’와 편의대원 뒤편에 선 인물은 505부대 특무대장 ‘허인구(이정열·박시원)’. 시위 진압 명령을 철저히 따르는 군인이다.

반대편에선 야학교사 ‘윤이건(민영기·김찬호)’이 ‘박한수’를 변화로 이끈다. 시민군을 조직하고 지휘하는 인물이다. 또 항쟁 방향을 놓고 상황실에서 시민들과 함께 대자보와 전단을 만들며 치열한 논의를 이어갔던 황사음악사 주인 ‘정화인(장은아·정인지)’은 최후의 항전까지 마이크를 들고 광주 시민 목소리를 전파한다.

이 밖에도 자신의 신념에 투철한 야학교사 ‘문수경(정유지·이봄소리·최지혜)’, 파괴된 일상을 딛고 대의를 위해 일어서는 청년 ‘이기백(김대곤·주민진)’ 등 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몰아가려는 군사정권 계략에 굴하지 않는 시민 모두가 주인공이다. 천주교 사제 ‘오활사제(서현철·이동준)’는 참상을 목도하고 항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시민군 내부에선 열혈 시민군과 평화파 대표 등 다양한 군상이 대의를 놓고 갈등하며 이들 사이에는 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변질시키기 위한 편의대원들이 숨어든다.

‘광주’는 전폭적인 현지 지원을 받은 작품답게 예고 영상은 격동의 현장 전역에서 촬영됐다. 또 모든 배우는 연습에 앞서 국립 망월동 5·18 민주묘지, 옛 전남도청 등 사적지를 답사했다. 연출가 고선웅은 26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예전부터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작업을 여럿 해왔는데 이번에는 뮤지컬 자체로서 ‘광주’를 관객이 거부감 없게 감상하는 데 제작 초점을 맞췄다. 역사적 사실도 중요하나 어찌 됐든 대중과 호흡하는 작품이어야 하는 만큼 시민이 슬픔을 딛고 일어서는 내용에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극으로 방향을 잡았다”며 “역사적 사실의 규명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뮤지컬 자체로서 완성도를 추구하는 것이 40년이 지난 광주 항쟁의 본질을 이야기하기에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우정 작곡가의 훌륭한 음악을 만나면서 이야기가 단단해지고 뮤지컬로서 밀도도 완벽해졌고, 이성준 음악감독의 빼어난 편곡을 거치면서 정말 좋은 작품으로 완성됐다”며 다가온 개막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10월 9일부터 11월 8일까지.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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