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공연 실시간 랜선 중계한 '램버트·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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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공연 실시간 랜선 중계한 '램버트·LG아트센터'

우리나라 관객들을 위해 영국 런던 현지에서 온라인 생중계된 영국 현대무용단 램버트 신작 ‘내면으로부터’의 한 장면. LG아트센터 제공

무대 예술은 모든 공연이 유일하다. 같은 배우·가수가 같은 프로그램으로 공연해도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내일은 또 다르다.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가 따라갈 수 없는, 순간에서 영원으로 빛나는 매력을 지닌다.

 

그런 무대 예술이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변화를 강요당하고 있다. 더는 관객이 마음 놓고 극장을 찾아올 수 없는 상황에서 무대 예술의 영상화와 온라인 중계가 유력한 대안으로 모색된다. 그러나 관객과 교감 없이 모니터 속에 갇힌 공연은 무대 예술로서 그 생명을 잃은 것이라는 비판과 반대 목소리도 크다.

 

이런 갈림길에 선 무대 예술계에서 영국의 세계적인 현대 무용단 ‘램버트’가 과감한 시도를 했다. 공연 등으로 인연 맺어진 영국·스위스·칠레 8개 극장과 우리나라 LG아트센터 등을 통해 영국 돈으로 10파운드쯤인 티켓값(한국 1만5000원)을 낸 이들만 단 한 번, 되감기 없이 볼 수 있는 ‘라이브 공연 랜선중계’다. 국가별 시차를 고려해 세 차례 무대가 열렸는데 우리나라 관객이 한국 시각으로 지난 24일 저녁 8시 영국 런던 사우스뱅크 지역에 자리 잡은 램버트 스튜디오 현지에서 벌어진 공연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접했다.

비록 화면을 거쳐야 했지만 서울에서 8900여㎞ 떨어진 런던에서 펼쳐진 춤판이 발산하는 에너지는 강렬했다. 벨기에 현대 무용의 르네상스를 이끈 안무가로서 무용수 신체를 극한까지 몰고 가는 역동적이고 강렬한 안무로 유명한 빔 반데키부스가 안무·연출한 ‘내면으로부터(DRAW FROM WITHIN)’가 그 주인공이었다. 출생, 성장, 죽음 등 한 인간이 성장하는 과정에 맞춰 다양한 이야기를 스무명 남짓 무용수들이 풀어냈다. 이들은 때로는 현장 보도를 하는 기자 역할까지 맡으며 적지 않은 대사를 쏟아냈다. 자막을 제공했을 법한데 램버트측은 작품 이해에 자막까진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직관적으로 받아들여도 충분하다는 그들의 자신감만큼이나 무용수들의 춤과 연기는 선 굵고 뚜렷했다. 여성 무용수가 남성 무용수를 거꾸로 안은 모양으로 출산을 표현하는 장면 등이 압도적이었다.

LG아트센터 제공

화면 속 무용수 움직임은 극장에서라면 보기 힘든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포착될 정도로 실감나게 전달됐다. 100여년 역사를 지닌 램버트가 얼마나 높은 기량을 갖춘 무용단인지 알 수 있었다. 절정의 경지인 무용수 춤솜씨보다 더 감탄스러운 건 그들의 현란한 움직임을 화면 속에 막힘없이 집어넣은 영상화 솜씨였다. 화물 반입구부터 루프 탑까지 5층 스튜디오 전체를 뛰어다니며 춤을 춘 무용수들을 단 다섯대만의 카메라로 촬영했는데 마치 롱 테이크 한 편으로 만든 영화처럼 느껴질 정도로 역동적이면서도 정교했다. 영화감독이자 사진작가로도 활동하며 18편의 영화를 만들어 7번이나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한 빔 반데키부스의 정교한 연출 덕분에 가능한 화면이었다.

 

이처럼 램버트는 코로나 시대 무대 예술이 ‘비상구’로 택한 온라인 공연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모범적으로 보여줬다. 하지만 갈채가 나오는 커튼콜 대신 영상팀 이름이 잔뜩 들어간 엔딩 크레딧을 보는 순간 ‘이것은 공연인가. 영상인가’라는 의문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매체가 무대를 대체할 수는 없다”던 어느 배우의 단언이 떠올랐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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