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란다스의 개 제발 보지 마세요" 봉준호 신신당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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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란다스의 개 제발 보지 마세요" 봉준호 신신당부, 왜?

안내상, ‘플란다스의 개’ 캐스팅 불발 사연도 뒤늦게 화제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 페이스북 캡처

“그 작품(‘플란다스의 개’)이 프로그램에 포함되지 않아 너무 기뻐요. 제발 보지 마세요!”

 

영화 ‘기생충’으로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 등 4관왕을 거머쥔 봉준호 감독의 말이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지역 관객과 대화하던 도중이었다.

 

그곳에선 ‘봉준호: 경계를 넘어’라는 제목의 특별전이 개최돼 봉 감독이 그동안 만든 영화를 상영했다. 오스카 시상식 직후 열린 봉 감독과 관객들의 대화는 미국의 유명 영화평론가 스콧 펀다스가 사회를 맡아 진행했으며, 입장권이 사전에 매진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기생충’은 물론 ‘마더’, ‘옥자’, ‘설국열차’ 등 봉 감독의 대표작들이 미국 관객들한테 선을 보였으나 그의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2000)는 프로그램에서 빠졌다. 진행자 스콧 펀다스가 ‘플란다스의 개’를 소개하려 하자 봉 감독은 “그 작품이 프로그램에 포함되지 않아 너무 기쁘다”며 “제발 보지 말라”고 외쳐 객석의 폭소를 자아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플란다스의 개’(2000) 포스터.

봉 감독은 왜 그랬을까. 그가 2000년 장편 상업영화 감독으로 데뷔하며 내놓은 ‘플란다스의 개’는 이성재, 배두나, 변희봉 등 유명 배우가 출연했지만 서울 시내에서 약 5만7000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영화계 인사들은 “그(봉 감독)에게는 아픈 역사일 것”이라고 말한다.

 

비록 흥행 면에선 참패했으나 평단의 반응마저 차가웠던 것은 아니다. 언론과 비평계에서 극찬을 받고도 되레 관객에겐 철저하게 외면받은 영화들을 뜻하는 일명 ‘저주받은 걸작’ 중 하나로 꼽힌다.

 

‘지구를 지켜라’(장준환 감독), ‘사랑니’(정지우 감독), ‘고양이를 부탁해’(정재은 감독) 등이 봉 감독의 ‘플란다스의 개’와 더불어 저주받은 걸작으로 통한다.

 

한편 ‘플란다스의 개’와 인기 배우 안내상 간의 악연도 새삼 눈길을 끈다. 안내상은 봉 감독과 연세대 동문으로 신학과 84학번인 안내상이 봉 감독(사회학과 88학번)보다 선배다.

 

안내상은 2013년 한 토크쇼에 출연해 “봉 감독 입봉작이 ‘플란다스의 개’인데 그때 연극하며 살기가 힘들었다”며 “후배인 봉 감독이 영화를 한다길래 전화를 해 ‘나 할 거 없느냐’고 물었더니 봉 감독이 난처해 하면서 ‘없다’고 하더라. 전화를 끊는데 갑자기 서러웠다”고 털어놓았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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