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오디션 방송 논란…“공정성 향한 대중문화 판타지 무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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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오디션 방송 논란…“공정성 향한 대중문화 판타지 무너져”

시청자 투표로 아이돌 그룹을 만든다는 취지의 엠넷 예능 ‘프로듀스X101’의 투표 조작 의혹에 이어 같은 제작사가 방영한 예능 ‘아이돌학교’에서도 출연자 공정성 논란이 일면서 팬들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분노가 커지고 있다. 프로그램 제작사와 기획사 등의 이해관계에 따라 아이돌 연습생의 간절한 데뷔 기회가 짓밟혔다는 것이다. 경찰은 조작 의혹과 관련된 연예기획사 5곳을 압수수색하고 해당 방송 피디의 계좌추적에 나서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 투표조작 의혹으로 불거져 선발 내정자 의혹까지 번진 오디션 프로그램 논란

 

‘프로듀스X101’의 투표 조작 의혹이 불거진 건 아이돌 멤버를 최종 선발한 지난 7월19일 생방송에서 득표수의 변화에 일정한 패턴이 발견되면서다. 시청자들은 이날 인터넷커뮤니티에 1위와 2위, 3위와 4위, 6위와 7(8)위, 10위와 11위의 득표 차이가 모두 2만9978표로 같은 값이 나왔다고 투표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140만명이 넘는 시청자가 참여한 투표해서 우연치고는 너무 부자연스러운 결과라는 것이다. 연습생의 표 차이는 2만9978인 경우가 5번, 7494 또는 7495인 경우가 4번 반복됐고, 20명 연습생의 득표수가 모두 7494.442의 배수였다는 점도 드러났다. 방송 제작진은 이후 ‘전달과정상 오류’라고 해명했지만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방송에 나온)득표율을 정리해 보면 소수점 둘째자리가 0 아니면 5뿐”이라며 “반올림하면 나오는 숫자는 0과 9 사이에서 다양해야 한다”고 반박해 의혹의 불씨를 키웠다.

 

뒤이어 같은 방송 제작사의 예능 ‘아이돌학교’에서도 공정성 의혹이 일었다. 해당 방송은 3000여명의 아이돌 연습생을 대상으로 예선 2차 실기시험을 진행했는데 선발된 41명 중 상당수가 2차 실기시험에 참석하지 않고도 본선 무대에 올랐다는 것이다.

아이돌학교 본선에 진출한 이해인씨는 지난7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3000명 오디션에 관해서 처음에 참석하지 말라는 요청을 받은 것이 맞다”며 모든 출연자가 예선에 참석한 것이 아니라고 증언했다. 그는 이어 경연 당일 갑자기 룰이 바뀌는 등 공정하지 않은 경쟁이 이뤄졌으며 숙소에서도 제대로 된 인권을 보장받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본선에 진출한 다른 연습생도 지난12일 유튜브 방송을 통해 “아이돌학교 오디션을 체육관에서 했는지 몰랐다”며 “갑자기 작가에게 연락이 와서 아이돌 학교에서 출연을 하지 않겠냐고 해 출연하게 된 경우”라고 말했다. 그는 “촬영도중에 면담을 하며 제작사가 ‘전속계약을 하지 않겠냐’고 했지만 퇴소 후 연락이 없었다”라고 했다.

 

◆ 경찰 ‘프로듀스X101에서 엠넷 다른 오디션 프로까지 수사 확대“

 

투표조작 논란에 따라 엠넷은 지난 7월 ‘프로듀스X101’ 제작진에 대한 경찰수사를 의뢰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같은달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 사무실과 문자투표 데이터 보관업체 등을 압수수색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프로듀스 101 관련 피디들을 조사한 데 이어 기획사를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들 일부를 불러 조사하고 있다”며 “현재 피디 계좌를 들여다봤는데 추가적으로 연결계좌나 상대편 계좌도 보겠다”고 했다. 경찰은 조사 대상을 당초 ‘프로듀스X101’에서 전 시즌으로 확대했으며 또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인 ‘아이돌학교’와 관련해서도 같은 의혹 수사에 나서겠다고 전했다.

◆ “우리 사회의 공정성 결핍을 채워주는 대중문화 속 판타지도 무너져”

 

이번 투표조작 의혹 사태와 관련,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해 대중들이 열광한 부분은 공정함에 대한 갈증이었는데 그런 것들이 사라져 많이 실망한 것 같다”며 “대중문화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연예계라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가진 잘못된 악폐들이 분장을 한 채 비춰졌다”고 꼬집었다. 그는 “대중문화 안에도 우리가 생각하는 공정함이 실제 있지 않다는 걸 느끼게 됐다”면서 “이번 팬들의 분노 뒤에는 젊은 층이 갖고 있는 공정한 기회에 대한 바람들이 반영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사진=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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