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신기한 장면이 있네요.

질문과답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신기한 장면이 있네요.

1 주댕1212 4 2,256

오랜만에 생각이 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다시 봤습니다.

 

보다가 전에는 눈치채지 못했던 장면이 있었는데

 

이 장면의 의미가 무엇일까 궁금해서 (명확한 정답은 없겠지만) 여쭤봅니다.

 

주인공 모스가 병원에 입원해있을 때에 웰스라는 청부업자?가 그를 찾아와서

 

이 난장판을 해결하고 싶으면 연락하라고 하고 호텔로 돌아갔다가 쉬거를 만나게되지요.

 

둘이 몇 번 문답 후에 모스에게 온 전화벨이 울리자 쉬거는 전화기를 바라보다 가차없이 웰스를 쏴버립니다.

 

그리고 모스와 전화통화를 하며 방이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눈물!을 흘리더라구요.

 

처음부터 끝까지 감정이라곤 없이 본인만의 논리에 따라 사람을 가축 죽이듯 도살하는 싸이코패스가

 

갑자기 왠 눈물을...?

 

웰스와 쉬거가 정확히 어떤 관계인지는 영화에 나오지 않지만 거의 유일하게 쉬거에 대해서 아는 듯한 인물로 나오는데

 

둘 사이에 어떤 끈끈한 관계가 있었기에

 

본인의 논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웰스를 쏴 죽였지만 일말의 슬픔을 느꼈던 걸까요?

 

아니면 영화 내내 죽이고 싶으면 죽이고 살리고 싶으면 살리던 집행자로써의 역할을 방해하는 유일한 인물인 웰스를

 

직접 만나 드디어 결판을 내 버릴수 있을 것이라는 기쁨의 눈물? (이건 좀 무리가...)

 

씨네스트 회원님들의 의견은 어떤지 알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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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 1 주댕1212  실버(2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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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S 맨발여행
조금 난해한 영화여서 다시 봐야 하겠네요.
나무위키에도 관련 내용은 안 나오네요.
1 주댕1212
저 눈물이 계속 신경쓰여서 맘이 편치 않아 단서를 찾기 위해 몇 번을 돌려보며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쉬거의 눈물은 단지 눈이 침침해서 흘린게 아니라

쉬거가 잠깐이나마 인간적인 감정을 느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조금 길 수도 있겠지만 제가 이러한 결론을 내리게 된 과정은 이렇습니다.



영화 내에서 안톤 쉬거를 만난 상대들에게 있어 본인의 죽음에 대한 주도적인 선택권이란건 가질 수 없습니다.

피해자에게 쉬거는 (휴게소씬에서 쉬거의 말을 빌리자면)

1958년에 주조된 동전이 2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1980년에 우연히 찾아온 것처럼 단지 우연히 찾아온 죽음일 뿐입니다.

피해자를 살릴지 죽일지 결정하는 동전던지기 또한 우연한 죽음에 일조하죠.

하지만 이런 쉬거가 단 한번 상대방에게 자비를 보여주는 장면이 있습니다.

쉬거가 눈물을 흘리는 문제의 장면인 쉬거와 웰스가 이야기를 나누는 방으로 돌아가서...



웰스가 이런말을 합니다.

"니가 얼마나 미친넘인지는 아니...? (Do you know any idea how crazy you are?)"

그러자 쉬거는 웰스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듯 이렇게 말합니다.

"이 대화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인가? (You mean the nature of this conversation?)"

웰스가 대답합니다.

"니 본성말이야... 넌 그냥 돈을 가질수도 있다고 안톤... (I mean the nature of you. You... you can have the money Anton.)



그런데 여기서 웰스는 처음으로 쉬거를 쉬거의 first name인 안톤으로 부릅니다.

그와 쉬거가 최소한의 친밀함은 있다는 이야기겠죠.

웰스의 저 대사는 쉬거에게 본인이 어떤 초자연적인 재해같은 우연한 죽음이 아닌

그냥 살인을 좋아하는 미친 살인마에 지나지 않는건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을 겁니다.

표면적으론 돈을 좇아 모스를 따라다니고 있지만

웰스를 살리면 돈가방을 편하게 가질 수 있음에도 웰스를 살릴지 죽일지 문답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웰스에게 미친넘이란 소릴 듣자

상대방의 생명을 쥐락펴락하는 권력자의 모습을 즐기고 있는 자신을 깨달은 것이죠.



그렇게 잠시 고민을 하던 와중에 모스에게 오는 벨소리가 울립니다.

쉬거는 전화기를 바라보며 고민합니다.

웰스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가...

하지만 그는 결국 웰스를 쏴 죽인 뒤 본인이 직접 전화를 받아듭니다.

전화를 하는 와중에 쉬거는 저를 그렇게 고민하게 만들었던 눈물을 흘립니다.

그리고 영화를 통틀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비(!!)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부인을 살릴지 죽일지를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을 모스에게 준 것입니다.

모스가 당장 돈가방을 가져온다면 굳이 부인을 찾아내어 죽이지는 않겠다는 이야기죠.

하지만 모스는 갈데까지 가보자며 거절하고 거칠게 수화기를 내려놓습니다.

전화가 끊기자 쉬거는 이미 시체가 되어 버린 웰스를 바라보며

'난 최소한의 기회는 줬어? 그렇게 미친놈은 아니라고?'와 같은 표정을 지어보입니다.

그리고 잠깐 들었던 감정을 지우고 다시 우연한 죽음이라는 역할로 돌아갑니다...



영화를 여러번 돌려보면서 정말 대사와 행동 하나하나를 코엔 형제가 철저히 계획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휴게소에서 주인장과 나누는 대화라던지 영화가 끝날 무렵에 결국 모스의 부인을 찾아가서 나누는 대화까지

연결해서 말하자면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최대한 줄였습니다만 그래도 너무 기네요...

어쨌든 왜 이 영화가 오스카상을 휩쓸었는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된 계기였습니다.
11 치이
우와~ 너무 좋은 감상평에 다시 보고 싶어졌어요. 땡큐! ^_^
9 나무소년
솔직히 영화를 찍다가 보면 불쑥 나온 애드립이 명장면이나 명대사가 되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영화는 감독만의 것도, 배우만의 것도 아닌 관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예술이 아닐까 싶습니다.
찍은 사람과 연기한 사람과 보는 사람 모두 제 각각의 관점으로 보고, 느끼고, 판단하는 것이지요...
특히 관객은 감독이나 배우가 죽고 난 후에도 계속 새롭게 생성되어 작품을 평가하는 무섭고도 고마운 존재이지요..

조영남이 대작을 시킨 그림을 누군가는 걸작이라며 3000만원을 주고 사갔다지 않습니까?
그래서 조영남이는 지가 화가라도 되는양 나대는 것이구요..
그냥 그런거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깊이 있는 감상평 잘 보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