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의 시 (Ballad of a Soldier, 1959)

영화감상평

병사의 시 (Ballad of a Soldier, 1959)

13 리시츠키 9 137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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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그리고리 추흐라이

 


풀프레임 필름의 최고 장점은 어떤 사이즈의 숏을 구사해도, 그 형식만으로도 독자가 인물(들)에 대한 감정 이입이 쉽다는 것이다.

더구나 풀프레임 클로즈업샷에 흑백영화라면, 빛과 어둠의 농담이나 강약에따라, 거기에 바람까지 분다면, 그 차체만으로도 독자들의 감정의 일렁임은 매우 깊을수밖에없다.

영화 후반, 소년과 소녀가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의 만석의 기차 실내 : 해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빽빽한 침엽수립이 앙각으로 촬영된다.

커팅되고 카메라는 평각의 미디엄샷에서 롱렌즈로 촬영된 객차 안 군인들과 민간인들의 빽빽한 사이를 헤집고 트랙-인하여 원경의 소년과 소녀에게 천천히 다가간다.
프레임 내 오직 두 사람만 투샷으로 바스트샷되면 카메라는 움직임을 멈추면서 동시에 모든 주변 소음은 소거되고 서정적인 스코어가 삽입되고,

동시에 전경에는 안개 혹은 기차의 증기가 둘을 마치 디졸브하듯 커팅한다. 두 사람만이 롱렌즈의 측면 대접사로 프레이밍되면 강력한 역광 조명이 둘을 비춘다.

다시 대접사로 둘을 한 컷씩 병치시키고 -바람이 몹시 분다, 소녀의 대접사 컷에서 소년이 프레임-인하여 들어와 투샷을 만들면 둘의 포응으로 씬을 매조짓는다.
이처럼 헤어짐을 예비하는 둘만의 낭만적이고 순수한 마지막 사랑은, 풀프레임으로서 화면가득 가장 따뜻하고 아름다운 미학으로 둘을 감싸안는다.


영화는 시나리오 작법서의 용례집이라 할 만큼, '소년이 엄마를 만나러 3일간의 휴가를 간다'는 메인플롯을 설정하고,

그 여정에서 소년이 소녀를 만나 헤어지고 만나기를 반복하고, 장애물들은 심기와 거두기를 통해 소박하고 재밌는 반전을 만들어내는데,

주제나 내용 또한 소비에트 해빙기 영화의 새로운 서사를 말하는 듯 전개된다.

특히, 소년과 소녀가 화물칸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소녀는 소년을 보자마자 맥락도 없는 두려움으로 지나치게 경계를 하는데,

이는 마치 스탈린시대의 영웅주의와 전체주의에 대한 (군복으로 표상되는) 어떤 남성성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를 보여주는 듯하다.

이는 기존의 소비에트 전쟁 영웅 서사를 온몸으로 부정하는 몸짓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 스탈린은 죽었고 해빙기가 왔으니 둘은 화해를 하고,

소년과 소녀가 함께 이동하며 새로운 서사의 에피소드들을 전개하는데, 목발의 군인과 아내의 신파, 어려운 자를 돕는 소박한 서민들의 모습,

부정한 부녀에게의 도덕적 비판, 모성으로서의 어머니의 모습 등 평범한 일상과 인물들로서의 소비에트 해빙기 영화들의 윤리적 이상이나 순수, 정치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럼에도 혹은 그럼으로써,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의 나레이션에서 보듯 지나치게 관념적인 프로파간다와 고리타분한 계몽을 떨쳐내지 못한다.

이는 <학이 난다>도 마찬가지인데, 내면화된 검열은 아직 여전히 빙하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병사의 발라드>는, 타르코프스키의 <이반의 어린시절>만큼의 절대적인 미학은 아닐지언정,

소년과 소녀의 소박하고 순수한 사랑만큼이나 촬영과 조명, 내용에 있어 아름답기 그지없는 사랑에 대한 소품이자 로드무비이다. *LMDb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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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Comments
7 bbelele  
림 라이트 좋아요
13 리시츠키  
림 라이트가 배우 이름인줄 알았습니다~ 덕분에 검색해봤네요~~ㅎㅎ
7 bbelele  
ㅎㅎ 영화 용어가 부르는 말이 많죠... 아직도 글을 읽다 보면 모르는 용어들이 불쑥불쑥 나옵니다
24 umma55  
제겐 소품 이상의 감흥이었어요.
당대 소비에트 영화들, 사랑합니다!!
13 리시츠키  
소품이라고했던건, 연애 얘기가 좀 너무 짧아서 아쉬워서 그런거지,
저 역시 엄청 즐겁게 본, 매우매우 사랑하는 영화랍니다~

(많이는 안 봤지만) 소비에트 영화들과 동유럽 영화들이 진짜 리얼띵 시네마같아요!!

추카추카 10 Lucky Point!

20 암수  
미장센 감별사...리시츠키님의 눈에 띈 작품이네요...기대가 됩니다...
13 리시츠키  
제가 4:3 풀프레임 비율의 흑백영화를 가장 좋아하다보니, 걍 대충 끼워맞춘 감상글 입니다~ >,<
거기에 바람도 불고 비도 오고, 기차도 나오고...... 좋네요^^
근데, 뭐 소년소녀 사랑이야기가 이쁘고 아름다워서 보셔도 후회없을 영화일겁니다. 강추!!
13 소서러  
시네마토그래피 캡쳐샷들... 레알 미쳤네요..ㅎㄷㄷ^^
예전에 숨겨진 영화라고 들었는데 체코, 폴란드가 아니라
소련 영화였군요. 조예 깊고 일목요연한 평론글 고맙습니다.
빨리 봐야겠어요!
재미난 리시츠키 글 자주자주 뵙고 싶습니다.
13 리시츠키  
숏바이숏이랄거도 없지만, 위의 다리 폭파전의 6개의 샷들이 담긴 시퀀스(영화 거의 후반부)를,
직접 영화로 보신다면 영화의 리듬이 참 아름답다고 느끼실거 같네요.
모든 기차의 기적소리나 객차 내 주변소음은 모두 소거되면서 소년소녀 둘만이 남으면
카메라가 점점 트랙-인(track in)하면서, 둘만의 시간을 만드는 편집의 리듬이나, 사운드, 조명, 클로즈업, 증기(혹은 안개)를 통한 컷전환 등이 참으로 멋지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샷은, 둘의 포응에서 다시 트랙-아웃(track out)하여 둘의 미디엄샷으로 전환하면서 동시에 기차플렛폼으로 시공간 전환하는 장면도 소박하지만 멋지고요.
암튼 이 시퀀스의 리듬이 둘의 사랑만큼이나 참 이쁘더라구요.
글고 위 침엽수림 샷은, 나중에 소년이 소녀와 헤어지고 다시 기차에서 홀로 그녀를 회상할때 이중노출로 다시 의미를 반복하고 환유한답니다(위의 마지막 두 샷들).

암튼 과장되고 알맹이 없는 졸문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암수님이나 줄리님, 소서러님의 한줄영화평도 늘 잘 읽고 있습니다.
공감가는 평들 참 많았는데(<가까이서 본 기차>의 감상은 거의 저와 100% 일치합니다), 요즘 제가 시간이 넘 없어서 댓글도 못달았지만요 >,<;;

암튼, 코로나는 개나 줘버리고, 재미난 영화들 많이보시고, 소개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