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ll We Meet Again (また逢う日まで, 1950)

영화감상평

Till We Meet Again (また逢う日まで,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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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이 타다시, 연출 (1950)


영화는 멜로드라마의 플롯과 코드를 따라가며, 남녀간 사랑이 더해가는 시퀀스와 그에따른 장애물들을 제시하고,
끝내 예정된 이별 -독자는 예의 클리셰로서 기차에서의 남녀의 헤어짐을 추측하게한다.
하지만 감독은 이 클라이막스에서, 사랑하는 남녀의 이별. 신파 멜로드라마의 플롯을 비틀어버린다.


다소 심심한 앵글로서 진행되던 영화는, 클라이막스에서 타지마와 케이코의 마지막 만남은

교차편집과 사운드브릿지로서 보여주는데, 둘의 만남은 어긋나고, 어긋남은 그들에게 곧 죽음을 의미한다.
타지마는 그날 아침 입영날짜가 하루 앞당겨지는 전보를 받게되고, 때마춰서 형수는 유산을 한다
(타지마의 형은 일본군인으로서 동아시아를 침략한 가해자이지만, 영화 속에서는 단지 전쟁에

동원됐다는 이유로 죽는다고 표현된다). 그래서 타지마는 약속장소에 나갈 수 없게되고,

역에서 기다리던 케이코는 폭격으로 사망한다. 딸의 생사가 궁금한 케이코의 엄마는

타지마를 만나러 가는길에 그와 다시한번 엇갈리고, 그녀의 영문도 모른채 기차를 타고 입대한 타지마는 전장에서 죽는다.
입영통지서가 가져온 이 모든 엇갈림. 사랑하는 남녀가 만날 수 없는 엇갈림, 유산을 하는 엇갈림,

생사를 전해들을 수 없는 엇갈림, 전장으로 내몰리는 엇갈림. 이는, 독자에게 시대와의 부조화. 젼쟁의 비극을 응시하게 만든다.


그러나 영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영화의 가장 놀라운 지점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타지마를 태우고 전장으로 떠나는 기차가 밤의 어두운 소실점으로 사라지며 페이드아웃되던 영화는,

1945년 가을로 시간을 점프한다. 에필로그.

영화의 첫장면은, 전장에서 폭격으로 다리가 절단된듯한 어떤 한 남자가 목발을 짚고 타지마의 집을

수평으로 지나치며 시작했다. 이 에필로그의 시작 역시, 영화의 첫장면과 완전히 겹쳐진다.
존포드 식의 남성중창이 경건히 울리며 타지마의 독백이 시작되는데, 그는 마치 살아있다는듯이

시점샷으로 그의 집주변을 둘러보듯 한번 패닝하고는 이어 유영하듯 트랙-인하여 집 안으로 들어선다.

마치 전쟁이 끝나고 무사히 귀향한 병사처럼, 그는 마당을, 현관을 지나,

존포드 식의 바람이 불어 커텐이 날리는 거실을 지나, 이층의 자신의 방, 문을 연다. 그는 유령처럼 디졸브되어 이동한다.
영정사진이 된 케이코가 그려준 그의 초상화 앞에, 케이코의 엄마가 추모를 하고,

형수가 화환을 놓고, 가족 모두를 전장으로 몰아넣은 아버지에게 그는 트랙-인으로 다가간다.

평온한 일상으로의 삶을 희구하는 "유령"인 타지마가 읊조리던 독백과는 반대로,

에필로그의 쇼트들은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장례식이 치뤄지고 있는중이다. 영화를 다시 처음부터 복기해보면,

영화 진행 내내 그의 감정과 생각을 보이스오버로서 들려졌었다(영화 속 죽은자를 연상시키는 쇼트들이 몇 개 있다).

그러나 결국, 이제, 그는 죽지않았던가. 죽은 자의 독백, 이로서 영화는 시간을 다시 처음으로 되돌리고

독자를 영화 속 공간과 인물들에 다가가게하여 영화를 다시 추체험하게 한다.

멜로드라마에서 시작해, (동아시아 식민지배의 맥락은 빠졌지만) 추모와 반성을 촉구하는 영화적 제의. *LMDb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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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21 에릭카트먼  
해석력이 정말 탁월하시네요~~
저는 정말 아무생각없이 보다 눈물 찔끔 흘렸는데 ㅎㅎ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13 리시츠키  
마지막의 에필로그를 죽은자의 시점샷으로 볼수도 있을거 같은데요,
그렇다면 영화는 이제부터, 멜로드라마의 감상주의가 아니라, 전쟁의 비극을 마치 관객이 체험하게하는듯 하더라구요.
물론 이러한 감독의 비판적 시선이 일본 자국내에서만 통용되는 한계는 분명하지만요.
어쨌든 영화 첫장면 목발장면에서 사실 감독이 뭐하자는거지 하면서봤는데, 중간은 멜로드라마로 아주재미나게 보다가, 결말과 에필로그에서 좀 놀랬네요.
부족한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 암수  
제가 보고느낀 부분에 대해선 "동감"을 제가 보지못한 부분에 대한 해석에는 "감탄"을 해봅니다...
아주 멋진 해석이십니다..
남주인공이 유령이 되어 집안을 들어가고 계단을 올라가는 샷은 참 좋더만요...
그녀의 사랑과 영혼이  담긴 그의 그림과 조우하면서..그둘의 사랑은 그렇게 불완전하게나마 이루어지는듯 합니다,,,
13 리시츠키  
영화가 제법 많은 층위를 가져서 다양한 해석이 나올듯도 한 영화 같습니다.
특히, 영화 보면서 저는 영화 내내 남자 주인공의 보이스오버의 톤이 약간 어색했는데,
에필로그의 독백에 이르러서는, 저는 혹시 유령이 과거를, 사랑하는 여자를 회상하는게 아닐까 생각했었습니다.
끝내 전쟁으로 죽었지만, 여자를 찾는, 구천을 떠도는 유령이 되어서요.

저역시 에필로그에서 암수님 말씀처럼 계단을 오르는 샷이 아름다우면서도,
죽어서라도 둘의 사랑을 이루어지게 만들어줬다는 말씀에 절대 공감하네요.
비록 온라인이지만 멋진 영화를 함께 보았다는 생각도 들어 기분 좋습니다~~
21 에릭카트먼  
오카다 에이지의 독백이 어색한 것은 저도 느꼈는데
자료실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신인이라 발 연기를 한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만...
표정 연기 같은 것도 좀 어색했구요 ㅎㅎ
같은 신인급이고 한참 어리지만 연기 경력이 있는 쿠가 요시코와 비교해 봤을 때도 말입니다 ㅎㅎ
13 리시츠키  
오카다 에이지의 독백이나 연기가 다들 좀 이상하셨군요~~ㅋ
저는 배우의 개성과 감독의 의도된 연출법이다라고 생각했드랬죠~
암튼 말씀처럼 그런것이 오히려, 영화의 의도치않은 층위를 하나 더 만들었을 수도 있었겠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