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인듯 퀴어아닌 영화 모리스 (Maurice, 1987)

영화감상평

퀴어인듯 퀴어아닌 영화 모리스 (Maurice, 1987)

사실 퀴어영화를 접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본디 영화를 워낙 좋아해서 어린 시절에는 평론가도 꿈꿨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장르도 많이 가리게 되고 스스로 부족함을 많이 느끼게 되더라구요.

어느날, 박찬욱 감독의 신작이라고 아무 정보없이 무턱대고 '아가씨'란 영화를 보는데 처음엔 많이 놀랐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철이 들었을까요.

혐오로 시작해서 점차 그들의 감정이 이해가 되더라구요.

이 계기로 퀴어영화도 큰 거부감 없이 보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무지했음을 많이 느꼈네요.


​< 모리스 Maurice, 19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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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에 개봉한 영화 '모리스'는 E.M. 포스터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하여 1987년 처음 세상에 공개되었습니다.

개봉된 해, 제 44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주연을 맡은 휴 그랜트(리즈시절 20대 모습은 정말 어마어마 하더라구요)와 제임스 윌비가 남우주연상 공동수상,

감독인 제임스 아이보리는 은사자상을 안는 영예를 얻었던  세계적으로도 이미 인정받은 작품입니다.

(포스터에 있듯이 제임스 아이보리는 '전망 좋은 방',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으로도 유명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성애적 성향 때문에 국내 개봉은 되지 않은 안타까운 작품입니다. (아무래도 영화 속 시대처럼 당시 한국 사회도 감당하기엔 벅찬 사랑이었나 봅니다)

DVD로 개봉 몇 해 전에 먼저 출시가 되었지만 아예 개봉을 하지 않았더라면,

저는 이런 좋은 작품 만날 기회가 없었을지도 몰랐겠네요.

영화관 상영은 놓쳤지만 vod 최근 개봉작을 탐색하다 이렇게라도 만날 수 있었던게 행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화 자체는 대체로 느슨한 편입니다. 아무래도 80년대 작품이다보니 클래식하다 못해 올드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하지만 그 덕에 어수선하지 않아 오히려 더 몰입이 되었던 것 같아요.

영국 특유의 그 우아함이 고스란히 전해지거든요.

​또 캐릭터들간의 감정선이라던가 서로의 감정을 느끼는 장면('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많이 생각나요),

동성애를 금기하던 시대적 상황에서 두 주인공의 감정의 변화, 특히나 이상적이면서도 매우 현실적인 결말...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퀴어장르로서의 거부감도 좀 덜했지 않나 싶네요.

영화 자체가 명화거든요. (평론가 이동진 씨도 '제임스 아이보리는 원작이 있는 작품을 명품스럽게 만든다'고 언급)

아무래도 시나리오화 하다보니 원작과 약간 다른 점은 있어요.

​ - 주인공 모리스는 건장한 흑발의 남성인데 휴 그랜트가 클라이브로 이미 캐스팅되어있어, 무명의 금발 배우였던 제임스 윌비가 모리스로 확정 (클라이브는 원래 왜소하고 병약한 설정)
 - 클라이브의 기숙사는 원래 1층

 - 클라이브의 심경이 변화하는 계기

 - 모리스가 육체적 사랑에 대한 갈망을 느끼는 사건


등등 바뀌거나 없는 부분도 있어요. (모리스를 금발 배우로 택해서 오히려 클라이브와 더 조화롭기도 했죠)

엔딩에서 모리스와 클라이브의 대화가 이 영화의 전체 내용이라해도 과언이 아닌데,

상영판에서는 모리스 대사 부분이 조금 짤린거더라구요.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덕에 삭제씬에 대해 알게되었는데 짤린 부분이 있었으면 훨씬 더 좋았을 것 같았어요. (추후에라도 감독판 블루레이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 ㅜㅜ)

스포일러때문에 말씀드릴 순 없지만, 영화로는 만날 수 없는 짧은 에필로그도 있었구요. (궁금하신 분은 댓글 남겨주세요)

이 영화를 남성간의 사랑이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사랑, 어느 아름다운 청춘들의 사랑으로 본다면 손가락 안에 꼽힐 만한 멜로/드라마물인 것 같아요.

어쩌면 아직까지 닫혀있는 사회때문에 그런 세상속에서 문을 열고 뛰쳐나오라고 모리스가 손 흔들며 부르는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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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24 umma55  
원작자 E. M.Foster가 아마도 모리스나 클라이브 중 하나였을 거 ㅌ아요.
그 역시 케임브릿지를 나온 게이였으니까요.
사후 1970년대가 되서야 커밍아웃 된 사람이지요.

요즘 퀴어영화에 비하면 표현이 약하죠.
인간 대 인간의 사랑으로 승화된 소설원작을 무척이나 영화로 잘 만든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1 아썸월드  
맞습니다.
E.M. 포스터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꾸렸다고 하더라구요.
실제로 케임브리지 대학 재학 당시 동문을 좋아하기도 했다고 하구요.
당시 엄격한 사회 규제 때문에 E.M. 포스터는 정말 친한 친구들한테만 커밍아웃을 했고,
그가 죽고 난 후에 아웃팅이 된거라네요.
최측근만 알고있었다지만 그가 쓴 글들을 읽어보면 아마 유추할 수도 있었을 듯 해요.

지나친 선정성에 신파가 난무하는 요즘 영화들에 비하면 확실히 수작이 맞는 것 같습니다.
1 아썸월드  
p.s.
모리스는 실제 모델이 있네요!
에드워드 카펜터 와 조지 머릴 이 모리스와 알렉의 실제 모델이라고 합니다.
카펜터는 어디서 들어본 적은 있는데 E.M. 포스터가 이 두 사람을 보고 모리스를 썼다고 합니다.
16 o지온o  
닫혀있는 사회라는 말은 맞는 듯, 맞지 않는 듯 한 느낌이에요.
어떤 사실에 있어 그걸 수용할지, 하지 않을지 하는 문제에서
언제나 한 가지 의견만이 있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없을 듯 하고..
그런 사실 중에서 동성애라는 문제는 특히 더 그런 듯 합니다.
반대할 수도 있죠.
싫어할 수도 있고..
그런데 그 정도가 인간 이하로 보는, 죽이고 싶다는 감정선까지는 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이해해 주지는 않더라도, 반대하더라도, 싫어하더라도..
그정도만 하면 되는 문제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아썸월드  
네, 의견이 통일하다고 해서 그게 건강하거나 열린 사회라고는 할 수 없죠.
다만 영화 속 시대에서 100년도 넘은 지금,
개인의 자유를 중요시하는 시대임에도 여전히 그 시대와 비슷한 모습이라는 것이 그저 안타까웠습니다.
그렇다고 반대의 생각을 존중하지 않는 건 아니랍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1 하우아디  
재개봉했을때 인상적으로 봤던 기억이 있네요.
의견 잘 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