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ller of Sheep (1978)

영화감상평

Killer of Sheep (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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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ller of Sheep (1978)
Director: Charles Burnett


기성세대에 대한 환멸과 저항으로서의 미국의 6070년대 뉴웨이브 시네마에서는 이상하게도 흑인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진보적 시선을 담는다는 당대의 젊은 백인감독들에게조차, 어쩌면 그것은 당연했으리라.
왜냐면, 흑인 청년들에게는 환멸할 대상, 즉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주류가 된 흑인부모들이 한번도 없었을뿐만아니라,
바로 그렇기에 그들에게 일탈의 기회조차 사회적으로 배제되는것은 자연스러웠테니까.
말하자면 그들 흑인들의 계급적 조건으로 말미암아, 그들은 <보니와 클라이드>의 반사회적 영웅의 낭만성도, <이지 라이더>의 실존적 비극의 허무주의조차 불가능하게 만든다.
어쩌면 이 영화는 미국 뉴웨이브 이후, 그것으로부터 혹은 헐리우드로부터 가장 대척점에 있는 영화일 것이다.

영화에는, 백인이 단 두 명이 나온다. 주류스토어의 노년의 여자와 도축공장의 관리인으로 보이는 중년 남자.

여자는 아마도 그곳 흑인 게토까지 밀려온 비주류의 백인일테지만 가계 주인이고, 남자는 아마도 도축과는 무관한듯 하얀와이셔츠를 입고있는데,

그는 쇠꼬챙이를 쇠봉에 하나씩 메달고 있다. 흑인 게토 지역의 주류가 누군지를 알 수 있다.

영화 초반, 주인공 스탠이 도살장에서 일을 마치고 나가면,

다음샷에서는 거대한 도축공장의 전경이 점프컷으로 한컷 한컷 보여지는데 여기에 외화면의 사운드이펙트로 아이들의 동요소리가 겹쳐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다음샷에서는 스탠의 아내가 아이들을 찾듯 두리번거리는 클로즈업이 이어진다.

스탠, 아내, 아이들, 한 흑인 가족이 사회 속에 처한 현실을 이토록 잔인한 은유로 보여주는 샷들은 섬뜩하고도 놀랍기 그지없는 숏들이다.

또한, 동네 아이들이 하릴없이 마당에서 물구나무를 설 때 이어지는 샷은 도살장에서 쇠꼬챙이에 양을 거꾸로 메단 모습이라던가,

놀러온 아내의 친구가 임신했다고 배를 쓰다듬을 때 이어지는 샷은 양을 도살하는 장면이 삽입된다. 몽타쥬된다.

이때의 양도살장면들은 은유로써 삽인된것인가?
몇 분 되지도 않는 양 도살 장면들이, 어떤 딱딱 떨어지는 내러티브 속에 어떤 인물의 행동이나 감정이 극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삽입되었다면,

그때의 그것은 명백히 그 인물의 감정이나 상황에 대한 은유로서 기능한다고 얘기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이 영화는 어떤 사건이나 극을 이끄는 동력으로서의 인물들의 욕망이나 행위가 전혀 없다.

영화는 줄거리를 추릴것도 없이, 아이들이 공터나 길에서 노는 장면들이나, 어른들이 하릴없이 않아서 이야기하는 것들, 일상들을 아주 느슨하게 이어붙인게 영화의 전부이다.
이렇기에 인서트숏으로서의 은유는 마치 영화전체를 등가로 교환하는 이미지처럼 보이게 한다.

물론 작은 사건들이 있긴하지만 그것들은 극의 어떤 진전도 만들어내지 않는다.
수표 사기를 친 돈으로 가계에 보탬을 될 요량으로 중고모터를 구입하지만 이내 그것을 떨어뜨리고,

모처럼만에 떠난 가족여행은 얼마 가지도 못하고 이내 타이어가 펑크가난다. 모든 시도는 실패로 돌아가고, 실패는 곧 일상이 된다.
마치 때되면 도살될 우리 속 가둬진 양들처럼, 그들은 어떤 극적인 삶도 모험도 허락되지 않는다.

영화 속 아이들은 누구도 학교에, 어른들은 누구도 직장에 다니지 않는듯 보인다. 뛰노는 아이들과 무언가 하기에는 너무도 가난하고 무료하고 무기력한 어른들.

백인 중산층 가정의 살뜰하고 따뜻한 온기는 어디에도 없다. 어떤 희미한 꿈도, 범죄에 대한 욕망도, 시스템에 대한 의심도, 흑인들간의 어떤 연대도, 그 무엇도 없는 도살장 풍경.

온순한 양들에게 남은건 무기력과 무료함 뿐이다. 가끔, 이들에게 한 줄기 평화처럼 다이아나 워싱턴의 'this bitter earth'가 흐르지만, 오히려 일상의 비의는 더욱 부각된다.
 


70년대 가난한 흑인민중들의, 그들 일상의 정치성을 담은 리얼리즘 카메라의 걸작이다. LMDb*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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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Comments
17 o지온o  
이런 영화 좋아합니다.
소개 감사해요. ㅋㅋㅋㅋ
12 리시츠키  
즐감하시길~~
18 umma55  
정말 훌륭한 영화였습니다.
12 리시츠키  
영화 속의, 마치 장면전환 하는듯한 양 장면들을 다 덜어내도 멋진 영화일거 같아요~ 촬영이 좋으니.
암튼 제게는 아름답기도, 무섭기도 한 영화였습니다~
17 주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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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리시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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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주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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