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sseurs And A Woman (按摩と女, 1938)

영화감상평

The Masseurs And A Woman (按摩と女, 1938)

13 리시츠키 4 135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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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맹인 안마사 도쿠와 도꾜에서 온 의문의 여인, 그리고 역시 도꾜에서 온 사내를 오가며 유머와 사랑의 미묘함을 4:3풀스크린 화면에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이를 표현한, 감독의 철저히 양식화된 화법의 미쟝센과 블록킹은 전례없는 미학적 완성도와 인물 간의 거리와 감정을 완벽하게 창조해낸다.

실내 장면은 모두 다다미숏으로서, 카메라는 거의 풀샷으로 고정되어있고 인물(들)은 그 프레임으로 들어와 연기를 하고 극을 진행시킨다.
실내에서 공간을 이동하고 싶다면, 앵글이나 사이즈는 바뀌지 않고, 수평각의 풀샷으로 그대로 측면 이동을 한다. 혹은 그 풀샷에서 그대로 90도 회전한다.


보통의 헐리우드영화가, 씬의 시작을 롱샷이나 풀샷의 설정샷이나 마스터샷으로 시작하여 이후에는 미디엄샷과 클로즈업샷으로 샷을 다량으로 쪼개어 인물의 감정과 공간을 쪼개 극을 전개한다면,
이 영화는 씬의 시작에서 중간 끝 모두를 이 다다미숏 하나로 일관한다. 그렇다고 이 상태로 롱테이크를 찍는다는게 아니라, 이 상태 자체를 삿/역샷으로 삼는다.
물론 180도규칙의 위반이니 인물의 위치는 다음샷에서 뒤바뀌어 순간 당황스럽지만,
숏의 길이도 길고 각각의 인물도 이미 극의 진행의 쌓임으로 누군지 알게되므로 이런한 편집으로도 독자의 혼동은 금새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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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자왈 "잠시 씻고 올게요(목욕). 도쿠씨는 어때요?"                                       그리고 컷이 통채로 180도 바뀐다. 도쿠왈 "함께 말인가요?"



아마도 헐리우드 편집이라면, 녀자가 카메라 앞으로 걸어나오면서 "잠시 씻고 올께요" 대사를 하면 동시에 카메라는 패닝으로 회전하거나 달리샷 혹은 스테디캠으로 따라가다가,
녀자가 "도쿠씨는 어때요?"라고 했을때 그녀를 전경에 도쿠를 중경에 놓고 투샷으로 잡은다음, 토쿠의 미디엄샷으로 잘라들어가서 "함께 말인가요?"라며 컷,
다시 녀자의 미디엄샷 반응샷으로 커팅, 다시 그의 클로즈업, 그녀의 클로즈업으로 번갈아가며 찍었을것이다.

이처럼 적극적인 컷의 분할, 사이즈의 변화와 앵글높이의 변화로써 인물 내면의 감정을 편집으로 더욱 극적으로 보여줄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많이 봐왔다. 헐리우드 영화의 너무 도식적인 사용의 고민없는 연출을 숱하게 보아왔다.


그러나 감독은 이 씬처럼, 헐리우드 불가시편집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면서도 창조적인 샷을 만들었다.
인물과 인물 사이의 관계의 역동성을 공간의 삼경(후경에는 녀자/중경에는 꼬마/ 전경에는 도쿠) 속에서 특정 인물의 이입됨없이 입체적으로 연출했다.

아마도 감독의 연출 의도는, 인물의 움직임과 다다미샷의 풀샷을 통해 이 둘의 감정을 최소한의 컷팅으로 보여주려 했을것이다.
전경의 도쿠는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고, 원경의 그녀 역시 그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 둘의 마음을 알기에는 너무 어린 꼬마가 중경에서 그들의 감정을 중화하고 있다.
도쿠는 그런 마음을 그녀를 통해 확인하고 싶어하는데, 드디어 그녀가 카메라쪽으로 걸어나온다. 바로 이 순간 도쿠의 기대는,
그녀의 블로킹과 다다미샷의 180도 회전을 통해 부인되고, 그녀가 다시 오르쪽으로 프레임-아웃함으로써 거절은 완성된다.

영화 속 주요인물인 꼬마와 삼촌, 손님들의 실내에서의 모든 샷 구성 역시 이러하다.
인물과 인물을 그리고 공간을 컷팅함으로써 헐리우드가 주는대로 독자가 받아먹는 주입식 연출이 아니라,
공간 속 인물들의 자유로운 구성으로 공간과 인물들의 상호작용을 독자 스스로가 씬의 의미를 구성하고 참여시키는 민주적 방식으로 연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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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외 샷 역시, 일관된 프레이밍과 블로킹으로서 연출된다. 그중 백미는, 도쿠가 도꾜녀자를 안마하러 찾아가는 씬인데, 이 씬은 녀남 만남을 예외적으로 주관적 촬영을 통해 그 긴장감을 더욱 높이고있다.
실제 씬의 쇼트는 14개이고 (녀남이 만나는 쇼트는 12개), 상황은 이렇다. 서로에게 호감을 갖은 두 남녀가 길에서 마주친다. 그러나 도쿠는 맹인이다. 영화 속 가장 멋진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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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 카메라의 풀샷으로 녀자가 카메라 앞까지 걸어와 서서 정면을 응시하면, 정확히 180도 역샷의 그녀의 시점샷으로 중경에서 도쿠가 걸어오고있다.
다시 커팅되고, 전경의 그녀는 중경까지 뒤로 물러서는데 이때 렌즈의 심도는 탈초점된다. 도쿠는 맹인이고 연정을 품는 그녀는 탈초점으로 신비화된다.

설정샷의 객관적샷으로 롱샷이 이어지면, 도쿠가 그녀를 지나치게 되는데, 감독은 이 장면에서 180가상선을 넘는것을 일부러 보여준다.
관객에게는 방향감각을 알려주고, 반대로 극 중 도쿠의 방향감각은 엉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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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쿠는 씬의 첫 쇼트에서의 그녀의 위치에 정확히 서서, 언뜻 지나친거 같은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이제 도쿠의 시점샷(혹은 녀자의 시점샷)으로 전경의 그녀는 그의 앞에서 다시 뒤로 조금 물러난다.
뒤로 물러나 탈초점된 그녀와 반대로 정초점된 도쿠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뭔가에 홀린듯 헷갈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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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뒤로 물러난 그녀의 거리만큼 도쿠의 샷에서도 그는 그 거리만큼 뒤로 물러나 있다. 바로 이 쇼트부터 렌즈의 초점길이는 롱렌즈에서 점점더 짧은 렌즈로 바뀌기 시작한다.

롱샷의 설정샷에서부터 180도 뒤바뀐 공간으로 다시 뒤로 걸어들어가는 녀자와 그녀와의 거리만큼 그녀를 쫓으려는 도쿠는 앞으로 다가온다.
그녀는 계속 뒤로 물러서고, 그가 그녀를 찾으려 앞으로 가면 갈수록 렌츠의 초점길이는 더욱 짧아지기에 공간은 더욱 확장되어 도쿠는 그녀를 찾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재밌는건, 감독이 이 씬을 컷을 분할하여 연출하였기에 시/공간의 점프는 언제나 일어나는데, 그래서 마지막 쇼트에서 도쿠를 골려주던 그녀가 유유히 사라지려하자 도쿠의 맹인 친구들이 어느새 나타나 그녀를 가로막아 버린다.



이처럼 감독은, 서로에게 호감갖는 남녀의 아슬아슬함을 그들의 거리로써 시각화하고, 동시에 렌즈의 초점거리를 조절함으로써 벌건 대낮에도 도쿠의 방향감각을 상실케 만든다. 동시에
둘의 시점샷 교환을 통해서도 서로의 눈 앞에서도 만날수없게 만드는 정초점과 탈초점의 대비는, 렌즈의 심도를 통해 맹인으로서의 도쿠의 시력을 말그대로 시각화하고,탈초점된 그녀는 신비화된다. 또한 동시에 이 씬의 이 둘이 만나는 장면은 모든 사운드가 소거되는데, 대화와 음악만이 소거됐다는게 아니라, 주변소음까지 모두 소거하여 마치 이 둘의 만남은 더욱 미스테리하고 모호하지만 낭만스럽게 묘사된다.


감독은, 1938년의 기술적 한계를, 이처럼 배우의 움직임과 시점샷, 렌즈, 고정카메라의 프레이밍을 통해, 녀남의 마음을 아슬아슬하게 장난과 유혹 사이를 오가는 완벽한 연출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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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없어 그만쓰지만 이외에도, 강가에서 녀자가 도쿠의 옷을 입혀주는 사랑스런 장면이나
녀자가 꼬마의 삼촌을 만나러갔다가, 비가와 우산을 쓰고 다시 도쿠를 만나러가는 시적인 장면,
엔딩씬에서 도쿠의 시점샷으로 녀자가 탄 구르마를 아련히 보여주는 장면은 정말 모두가 명장면들이다.

 



시미즈 히로시의 <안마와 여자>는
단순하면서도 완벽한 플롯으로 서정적인 영상과 완벽한 형식미를 갖춘 절대 걸작이다. *LMDb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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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20 암수  
늘 보고싶었던 영화인데 리시츠키님의 감상평을 보니....

이제는 무슨 수를 내든 꼭 봐야것습니다...
다행히 유투브에 영문파일은 있네요...감사..
과하지 않으면서도..남녀간의 미묘한 사랑의 감정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을 듯 하네요...
13 리시츠키  
댓글내용 확인
20 암수  
자막도 있었네요..^^
영상까지...감사감사
20 암수  
<안마와 여자>와 더불어 시미즈 히로시 최고의 걸작이라 일컬어지는 <벌집의 아이들>......예전에 기획전에서도 놓쳣고
이번에 영화의전당에서 상영하는데 3번중 2번은 놓쳤고 마지막 한번 남은 상영 봐야되는데
시간이 도저히 날 것 같지가 않아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