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브하지 않은 추리물

영화감상평

<나이브스 아웃> - 나이브하지 않은 추리물

15 하스미시계있고 0 1285 2

추리물이다 보니 안보신 분을 위해 스포일러가 될 글은 피해 두리뭉술하게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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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브스 아웃>은 영리한 추리물입니다.

언론에 소개된대로 고전적 추리 스타일을 계승하고 있지요.

쉬운 예로 피터 유스티보프가 주연한 포와로 탐정 영화들을 보는 추억마저 듭니다.


그렇다고 전통을 그대로 계승하는 것은 아닙니다.

추리 소설 장르에 사용하는 각각의 서사구조를 몽땅 이 영화에 쏟아붓고 있으니까요.


세계적인 추리소설가로 막대한 부와 명성을 쌓아올린 할란이 갑자기 죽습니다.

경찰과 브누아 블랑 탐정이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할란 가문의 대저택에 들어옵니다.

사건이 일어난 날 정황에 대해 경찰과 탐정의 취조가 시작되고

할란 가문 사람들 머리 속 생각을 플래쉬백으로 보여줍니다.


반복되는 플래쉬백으로 할란 가문 사람의 알리바이를 보여주는 장면은 전통적인 방법입니다.

그러다가 비교적 영화 초반에 사건의 현장과 범행 관련 인물도 오픈합니다.

범안을 미리 공개하는 방식도 추리 소설 서사에 자주 있는 것이라 별로 놀랍지는 않죠.


이제 탐정의 질문과 피의자의 방어가 이어집니다.

관객은 이 과정에서 전지적인 관점으로 보는 위치에 놓여집니다.

탐정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게 되고 브누아 블랑이 어떻게 이 사건을 맞추는가 추리 과정을 즐기면 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다가 한번 반전이 일어나고 다시 전통적인 범인 찾기가 돌입합니다.

관객은 다시 브누아 블랑과 추리 경쟁을 해야합니다.

즉 전반부는 범인과 사건의 동기를 미리 알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되다가 후반부는 다시 범인 찾기로 바뀌는 것이죠.


하지만 이 영화가 추리 소설 플롯 대잔치라는 형식에 얽매이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를 칭찬할 만한 것은 트럼프 시대의 어두운 자본의 그림자를 보여주는데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과 보수 진영에 대한 이기심을 이 영화는 꼬집고 있습니다.

보수 진영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민 정책을 비판하며  보수진영을 나치로 몰던 인물이 유산 문제와 관련이 되자 얼굴을 싹 바꾸는 장면은 통렬한 비판입니다.


어떻게보면 할란 집안 사람들은 미국 사회의 축소판입니다.

집안의 누군가가 저택의 상속 문제를 거론하며 "이 집은 우리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라고 울분을 토하자

브누아 블랑 탐정이 비웃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애초에 이 집은 파키스탄 재벌에게 구입한 것이다".


여기서 미국이라는 나라가 인디언의 무덤 위에 건설된 것이라는 연상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요?


<나이브스 아웃>은 전통 추리물의 형식을 빌려와 트럼프 정부의 이민자 정책과 자본의 풍경을 맹렬히 비판하는 영화입니다.

놓치면 많이 서운할 작품이니 꼭 챙겨보십시오.


덧붙임) 아무리 그래도 거짓말 탐지기를 자신의 몸안에 달고 사는 마르타라는 인물은 좀 심한 설정입니다.

정말 거짓말을 하면 구토를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이 설정 때문에 저는 마지막에 음식물의 방향이 어디로 향할지 처음부터 짐작했어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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