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오동 전투...

영화감상평

봉오동 전투...

21 박해원 12 411 0 0

또 시기적절하게 국뽕 영화 하나 배출했나 했는데 생각보단 괜찮았다. 여전히 감성적 통쾌함을 지향하고 편향적인 맛은 있지만 연출적으로나 교훈적으로나 고생한 흔적은 보인다. 반일감정을 앞세워서 마냥 날로먹은 수준은 아니라는 것. 

하지만 말 그대로 생각보단 괜찮았을 뿐 수작은 아니었다. 예상대로 각색은 농도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중구난방이고, 국가를 초월한 하모니를 이끌어내고자 택한 전개 방식은 오글거리고 작위적이기 그지없으며, 일본의 만행을 맞받아치는 조선인들의 자세는 거의 모세에 가깝다. (부처나 예수는 살생한 적이 없기 때문에 패스) 전자의 경우 당시 우측에서 좌측으로 읽는 조선의 필기 방식을 깡그리 무시한 걸로 시작해서 무기의 고증 오류, 드라마틱함의 극에 달하는 극적 연출 등을 들 수 있고, 하모니 부분에 있어선 진보 성향이 짙은 일본인 배우 두명을 섭외한 건 높이사나 정작 영화내에서는 그리 와닿지 않는, 당시로선 시대착오적인 위아더 월드 방식의 평화 조성법을 고수했다는 게 못내 아쉬웠다. 일본인을 대하는 조선인의 태평양같은 마음씨의 경우 다시 한편 편향성에 대해 언급해야 하는데... 까놓고 말해서 당한만큼 돌려준다고 포획한 일본인을 어떻게 대하든 극우가 아니고서야 딴지 걸 사람은 없다. 하지만 상대방의 잘못은 있는 그대로 그려내고 (물론 실제 역사에 비춰보면 한참 부족하겠지만) 우리의 심판은 연출적으로 가리거나 대사를 통해 정당성 부여를 하는 모습은 다소 처절해 보였다. '스탈린그라드'라는 작품을 보면 독일군에게 포위된 러시아군들의 당당함,  의지가 매우 잘 묘사돼 있다. 그 정도의 객관성을 묘사할 수 없다면 적어도 상대방을 오롯이 드러내는 동시에 이쪽을 한도 끝도 없이 인도적으로 포장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했다고 본다. 우리가 당당하다면 감투를 쓸 이유가 없으니까 말이다.

시대극이라는 게 주관이 안들어갈 수가 없지만 이 작품은 아직까지도 오롯이 한국인의 입맛에만 맞춰 역사물을 제작하는 한국 영화계의 모습을 방증하고 있다. 그렇다고 '마이웨이'처럼 극좌 영화를 만들라는 얘기도, 일본의 만행을 용서하자는 얘기도 아니지만 반일감정이 극에 치닫은 지금 때를 잘맞춰 영화를 개봉하고, 때문에 관객들은 작품성은 개의치 않고 통쾌•호쾌함에 너나 할 것 없이 호평을 하는 현상황이 개인적으로는 썩 유쾌하지 않았다. 과연 2편이 개봉할는지는 모르겠으나 만약 하게 된다면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제작에 임했으면 한다. 일본을 감정적으로 심판하는 건 여지껏 충분히 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보상받고 사과받기 위해서는,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건 파토스가 아니라 로고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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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Comments
13 o지온o  
잘 읽었는데요.
읽음으로서 봉오동.. 이라는 작품에 대한 관심이
말 그대로 싸그리 사라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ㅡ,.ㅡ;;;;
21 박해원  
저도 지피지기를 위해서 본 거라ㅋㅋ
S 큰바구  
그런거 보면
안젤리나 졸리가 연출한 언브로큰은 정말 사실보다 더 사실적으로 그려낸거군요.
안젤리나 존경스럽다는..ㅎ
21 박해원  
그러게요. 머시니스트를 보는 듯한 극강의 다이어트까지ㄷㄷ
7 Harrum  
영화 한 편 완주한 기분입니다.
우리 영화 보며 늘 가지던 생각인데 명료하게 정리가 되네요.
21 박해원  
감사합니다!
24 jdjm  
캬~ 글 참 잘쓰시네요. 부럽습니다.
풍성한 한가위 되세요
21 박해원  
정말 감사합니다ㅋㅋ
1 프리이시비  
영화 평 정말 개같다! 난 정말 재밌게 봤고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만든 것이었다는것이 더 감동이었다! 신문에도 난 독립군에게 일본군이 대 참패한 사실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서 몰랐었는데
영화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7 Harrum  
개 같다는 표현은 좀 지나치십니다.
예의를 갖춰 의견을 피력하셨으면 합니다.
21 박해원  
닉값하시네요. 난 디테일에 대해 얘기한 거지 일본군 대패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부인한 적은 없습니다. 당신은 그냥 평생 한국에서 일본한테 열올리면서 사세요
5 패트릭제인  
작위적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영화였어요
조금만 더 담백했다면 이라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