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족 (万引き家族 Shoplifters 2018)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아무도 모른다>가 바로 생각나는,
영화적 배경인 2018년의 일본을 한국이라 바꿔도 전혀 이상할게 없는 <만비키 가족>은,
히로카즈 감독의 따뜻한 연출이 유감없이 발휘된 또하나의 걸작입니다.
신자유주의적 질서 속, 가족과 제도, 노동이라는 질문은 한일 간 동일한가 봅니다.
영화 중반 경기불황으로, 비정규직에서 work share 고용으로 바뀐 엄마에게 쇼타는 "워크쉐어가 뭐"냐고 묻습니다.
"서로가 조금씩 더 가난해지는 구조"라고 대답합니다.
영화는, 당연히, 익숙한 가족 홈드라마적 상황을 감정적으로 구축하고, 후반부 이 유사가족을 찢어놓습니다.
인물들의 감정곡선을 긴호흡의 풀숏과 미디엄숏으로 관객과 동일시를 이루던 이야기는,
(2000년대 영화 감독들은 클로즈업조차 제대로 쓸 줄 모르는데) 클라이막스인 가족들이 해체되는 씬에서 각각의 인물들에게 아껴뒀던 클로즈업숏으로 가까이 다가갑니다.
그리고, 영화 속 가족 모두는 그렇게, 스스로 홀로 남겨져, 자식없는 아버지가 되고, 자식없는 엄마가 되고, 부모없는 소년이 됩니다.
감독은, 우리 사는 세상의, <아무도 모른다>라는 질문이 아직도 여전하기에, 그렇게 일관된 주제와 소재로 반복해서 영화를 찍고,
이로써 우리들에게 질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영화속 질문이 영화밖 담론으로 이어지는것 같지는 않습니다.
세상은, 여전히 <아무도 모른다>일 테니까요. *LMDb 8.2
2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