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 파괴 장인들의 새로운 도전, 블랙미러 밴드스내치

영화감상평

멘탈 파괴 장인들의 새로운 도전, 블랙미러 밴드스내치

3 안일범 1 1937 0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는 다면 백스페이스 키를 누르세요

선택지는 두 가지 중 하나다. 버튼을 누르거나, 말거나. 아직도 글을 읽고 있다면 이미 선택은 완료됐다. 이제 그 결과를 확인할 차례다.

 

넷플릭스는 1228일 자사 채널을 통해 인터랙티브 무비 블랙 미러 밴드스내치를 공개했다. 1시간 30분 분량으로 구성된 이 영화는 상영 도중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선택지는 두 가지. 아침 식사로 호랑이 그림이 그려진 시리얼을 선택할지 아니면 다른 것을 선택할지를 묻는다. 선택에 따라 식사가 변한다. 듣는 음악을 선택해 배경음악을 바꾸기도 하고, 누구를 만날지도 결정한다. 끝까지 선택을 유보하면 강제로 영화는 진행되며, 때로는 관객에게 되묻기도 한다.

 

이렇게 선택된 내용들은 영화 전반에 반영돼 조금씩 내용이 변한다. 처음에는 그저 웃고 넘어갈만한 내용들이 나오더니 이내 서서히 시동을 건다. 곤경을 마주한 주인공이 도망칠지, 정면 돌파를 할지. 사람을 죽일지 살릴지와 같은 진지한 질문들이 이어지고 그 때 마다 선택은 관객들의 몫이다. 그 결과에 따라 내용이 변하는 멀티 엔딩시스템도 채택돼 있다. 다행히 엔딩을 보고 나면 시간을 되돌려 질문을 바꿔볼 수 있기 때문에 부담은 그리 크지 않은 편. 필자는 이 영화(혹은 게임)3시간동안 붙들고 있었다.

 

영화는 게임 밴드 스내치를 개발하는 개발자 이야기를 다룬다. ‘밴드 스내치는 일종의 게임북이다. 지문을 읽으면 선택지가 나오고, 결과를 확인하려면 원하는 페이지로 책을 넘기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인터랙티브 무비의 시초격인 셈. 개발자는 이 게임을 완성하기 위해 식음을 전폐하고 프로그래밍에 임한다. 그런데 이 양반 상태가 이상하다. 어릴 때부터 좋지 않은 일을 겪었음이 틀림이 없다. 그 후유증으로 인해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인물이다.

 

이제부터 마법은 시작된다. 관객들은 이제 이 개발자가 겪은 좋지 않은일을 선택해야 하고, 그가 겪고 있는 망상을 선택해야 하고, ‘진실을 알려줘야 할지를 선택해야 한다. 그 외에도 약 20개가 넘는 선택지들이 존재해 이 개발자의 운명과 영화 전반적인 스토리를 결정하게 된다.

 

, 어떤 선택지를 선택하든 그 결과는 각오해야한다. 그도 그럴것이 이 영화를 제작한 블랙 미러팀은 이른바 멘탈을 파괴하는 드라마로 유명한 팀이다. 현재 총 4시즌동안 크리스마스 특별판을 포함해 28개 드라마를 제작했고, 모두 일반적인 드라마와는 궤를 달리하는 스토리 텔링과 이에 기반한 엔딩으로 충격을 선사 했다. 관객들이 그에 열광하면서 이 팀은 시간이 갈수록 더 괴팍한 영상들을 내놓는다. 이들은 미디어기술의 발전에 따른 공포와 경이, 감정의 변화를 지극히 냉소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 29번째라고 다를 리가 있을까.

 

어떤 선택지를 고르든 영화는 결코 얌전하게 끝낼 생각이 없다. 한 선택지 속에서 영화 속 주인공은 관객()과 대화를 한다.

나는 넷플릭스를 통해 당신을 보고 있어요. 넷플릭스는 온라인으로 제어하는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입니다.”

대화를 마친 주인공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고, 이내 정신과 상담의를 찾아가 상담을 한다. 영화 속 캐릭터가 결코 믿기 힘든 이 이야기를 털어 놓자 상담사 답변이 걸작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재미없는 시나리오를 쓸 이유가 없지 않겠어요? 관객들이 작은 골방에서 평범한 여성과 대화하는 것을 원할까요. 그 보다는 액션을 원하지 않을까요?”

선택지는 ‘YES’‘yes’. 이내 두 사람은 대전 격투 액션을 벌인다. 물론 이 선택지에서도 엔딩은 블랙 미러답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의 엔딩은 누구도 모른다. 각 시청자가 본 엔딩과 그렇지 않은 엔딩이 있을 뿐이다. 그 모든 것이 거짓이자 진실이다. 믿고 싶은 엔딩을 믿는 것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대신 엔딩 크레딧이 나오는 영상은 단 하나다. 감독이 말하고픈 이른바 진엔딩은 정해져 있는 듯 하다. 대신 진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다회차 플레이가 필수다. 그리고 이 엔딩은 금요일 밤 퇴근 이후에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을 만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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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S MacCyber  
개념은 오래전에 나왔는데 본격화된 게 이번이 처음인가 보군요.

추카추카 44 Lucky Po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