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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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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박해원 0 1747 0

사극이 굳이 길 필요는 없다. 특히 이 작품처럼 그려내고자 하는 이야기는 간결한데 양념을


많이 쳐야 하는 경우엔 러닝타임마저 길어버리면 진부해져 버리기 일쑤다. 이런 영화일수록


고담백을 지향하면서 간간이 덤덤히 감초 요소를 던져주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약 스포 구간)


영화는 처음에는 '관상'처럼 '터'에만 집중하며 신선한 아이템과 화려한 언변으로 이목을


집중시킨다. 하지만 중반으로 갈수록 '내부자들' 사극판으로 변모해 가더니 백윤식 옹은


내부자들의 명대사까지 치며 쐐기를 박는다. 이때 즈음이면 이미 진중함이 스크린을 에워


싸고 있는데 영화는 뜬금 개그를 친다. 웃을 준비가 안된 상황에서 훅 들어오는 유머와


전혀 설명이 안돼 있는 전후관계, 캐릭터에 멋쩍은 웃음이 드문드문 새어나온다. 이후


작품은 다시 한번 옷을 바꿔입고서 액션 활극으로 변모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헬로우


고스트'급의 급한 암시~복선이 깔리고 납득하기 어려운 극적 연출로 한 주연급 인물이


구사일생한다. 때문에 이후 일어나는 사건들은 다 그 연장선상인지라 크게 기대도,


실망도 하기 힘들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안타까운 건 캐릭터들의 행동거지에 대한


동기가 썩 와닿지 않았다는 것? 러닝타임은 긴데 왜 그런 부분은 서둘렀을까.


편집을 들쑥날쑥하게 한 건지 원래부터 시나리오에 구멍이 많았던 건지... 좋은 소재로


참 어중간한 작품을 뽑아낸 거 같아 아쉽다. 당시가 조선 말기 격동의 시대였기로서니


전개까지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고 보아진다. 가지치기만 잘 하면 더 짧으면서 깔끔하고


정갈한 영화를 뽑아낼 수 있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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