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평

안시성

20 박해원 0 843 0 0

신선한 한국식 퓨전 사극임은 틀림없지만 CG와 액션에 쏟은 정성의 절반만 개연성과 유대감 형성에 쏟아부었으면


길이남을 수작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조인성이 예능에 나올 정도로 진짜 레알 쌩고생을 한 건 딱 봐도 알겠지만...


시대극의 무게감보다는 눈과 귀의 즐거움에 중점을 둬 대스케일의 전투와 리얼한 전쟁의 참혹함 묘사에도 불구 극이


다소 가벼워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더욱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각종 클리셰와 대사, 발성 문제까지 겹쳐 과유불급의


인상마저 받았다. 이 정도 인력과 규모, 기술력이라면 담백하게 갔어도 충분했을텐데...


(여기부턴 스포) 작품에서 특히 안타까웠던 부분이 세 군데가 있다. 첫번째는 주인공이 양만춘을 시해할 수 있는


기회가 두번이나 있었다는 건데... 1절만 하라는 의미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필요 이상의 감정 소모와 함께 클리셰


가득한 BGM이 깔리고 이윽고 어중간하게 갈등이 공중에 붕 떠버리더니 막판에 작위적이기 그지없는 구원 한방으로


그 모든 걸 무마하려는 움직임... 정황상 자연스럽게 관계가 호전될 수 있는데 왜 그렇게까지 갈등에 집착하는지


영 와닿지 않았다.


두번째는 신녀의 무리한 연기 주문. 캐릭터 자체가 입체적이지 않고 얄미운 건 그렇다 치더라도 그런 캐릭터성에


쐐기를 박는 후반부 열변씬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울먹거리는 듯 아닌 듯 하면서 '나는 그를 살릴 수 없어요.


그를 죽인 장본인은 바로 나니까.'라는 뻔뻔한 대사를 뜬금 날리는 어마무시한 전개ㄷㄷ 그 후에 고구려 신


운운하면서 고구려를 위해서였다느니 항복할 기회를 주려고 했다느니... 아니, 애당초 그렇게 플롯이 딸리는


상황에서 그런 고난이도 연기는 채시라가 와도 힘들텐데 어찌... 차라리 자기가 첩자짓했다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졌으면 장면과 장면을 연결, 정리하기 훨씬 수월하지 않았을까 싶다.

마지막은 신궁씬. 영화가 전반적으로 기승전양만춘인 건 백번 양보해 그럴 수 있다손 쳐도 주몽만 당겼다는


'신궁'이라는 활의 존재는 영웅 만들기의 끝판왕이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영화 특성상 드라마틱한 극적 연출이


필수불가결이었다는 건 인정한다. 때문에 300, 킹덤 오브 헤븐, 트로이 등의 벤치마킹이 눈에 띄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고구려 신 운운하며 활 가지고 씨름하고 밀땅하는 모습은 '답정너인데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구질구질하지?' 하는 인상마저 제공했다. 더욱이 한번 활을 당기는 데 실패했으면 화살을


손끝이 아니라 손가락에 걸었어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을텐데 기어이, 끝까지 손끝으로 당기는 모습은 그냥


신격화라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쉽게 말해 철봉을 바깥쪽으로 잡느냐 안쪽으로 잡느냐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왜 그렇게까지 무리했을까.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CG를 많이 썼고 고생의 극을 달린 작품임에는 틀림없지만 힘을 너무 많이 줬다는 생각은


버릴 수 없다. 물론 그 때문에 사뭇 실험적이고 진취적인 시도를 많이 할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 그 부분은 높이 산다.


그러나 그로 인해 작품이 가진 무게감이 희생되고, 고증이 흐려지며, 지나치게 현대와 타협되는 모습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아무리 사극으로서의 거부감을 줄이고 접근성을 높이려고 했다고 해도 지켜야 할 선은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부터는 이 정도의 대스케일 시대극을 만드려면 차포 떼고 다큐멘터리식으로 가도 충분할 거 같다. 이미 전투의


강약조절에선 두각을 보였으니...


※박성웅 님 중국어는 노코멘트할게요ㅋㅋ 연기는 짱 잘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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