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평

협상

29 율Elsa 4 666 1 0

협상인지 기싸움인지.

평점 4/10


협상은 치밀한 말의 전투이자 밀당이다. 각자 원하는 바를 요구하고 쟁취하는 것에 목적을 두되 회유책과 강경책을 적절히 사용해야하는, 내내 생각해야하고 판단을 해야하는 '보이지 않는 사투'인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접근할 때 <협상>의 협상 과정은 수가 낮아보이는 유치한 대결로 보인다.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캐릭터들을 보면 '협상'이라는 제목이 무색해보일 지경이다. 협상을 벌이는 장면은 많이 나오긴 하지만 팽팽한 대립 구도의 긴장감을 구현한다기보다는 스토리를 전개하기 위한 방편에 가깝고 캐릭터의 감정을 드러내는 장치다.


협상이 계속됨에 따라 통해서 숨겨진 음모가 서서히 밝혀지는 점진적인 형식을 갖추고 있는데 장면의 밀도보다는 전체적인 방향을 택한 것이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협상 장면은 전개 방편 그 이상으로 활용되지 않아 런닝타임이 진행됨에도 영화는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 협상이 거듭 진행되어도 대립 구도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아서 밋밋하다는 인상도 있다. 


간혹 서스펜스를 위해서 무리수가 끼어들기도 하는데 조연 캐릭터들이 극에 억지로 개입하여 주인공들을 방해하고 자극한다. 협상이라는 설정 자체가 예민한 성격을 띄고 있고 하채윤(손예진)과 민태구(현빈)도 그에 따라 상황에 예민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단점이 커 보이는 착시효과가 생기고, 이런 넌센스가 서스펜스를 앞지르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대신 영화가 집중하는 것은 범죄가 발생하게 된 원인. 그 지점을 통속 드라마로 접근하여 신파로 향해 나아간다. 윤제균 감독의 프로덕션 영향이 느껴지는 부분이자 <협상>의 장점이자 단점. 통속 드라마를 위하여 클리셰도 마다하지 않는다. 캐릭터들이 이성보다 감정에 호소하는 것도 이 목표지점을 향한 것이다. 논리보다는 감정을 택한 전략이다. 하지만 협상 과정을 통해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캐릭터의 내면은 도장 찍듯이 넘어가서 그 분량만큼 몰입이 되지 않고 신파에 대하여 동의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협상 장면의 성과는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나마 영화를 받쳐주는 것은 손예진과 현빈의 앙상블. 현빈은 능청스러운 악역 연기를 잘 소화하고 손예진은 감정의 무게감을 표정으로 잘 드러낸다. 


불필요한 것은 과하고 필요한 것은 부족하다. 이성의 절제가 부족하고 감정의 과잉이 넘친다. 장면의 밀도가 부족하고 영화의 부피는 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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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추석 TOP 4를 보면서- 명절 연휴 개봉 영화를 본다는 것은 나한테는 고통스럽기도 하다. 이 즈음에 개봉하는 주류 한국영화 중 예상 가능한 대부분은 정말 예상한 대로 고만고만하기 때문이다. 비평적 성취가 아니라 오로지 상업적 흥행을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에 일반 관객들에게는 다양한 볼거리가 주어져서 좋은 반응일지는 모르나, 주류 영화의 획일성을 느끼는 영화팬들이라면 어쩔 수 없이 보아야 하는 의무감으로 보게 된다. <의형제><사도><밀정><남한산성> 같은 걸출한 작품들이 그쯤 개봉해서 명절 영화를 제작하는 영화사가 관객을 대하는 기준이 높아졌나 싶었는데, 이번 년도는 진짜로 다 고만고만했다. 예술로서 게으른 건가? 상업으로서 당연한 건가? 모르겠다. 매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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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9 막된장  
먹고 입고 보는것 만큼 호불호가 극명한것도 드물지만..
개인적으로 한국영화를 기피하는 습성이 생긴 이유를
찾아보자면...
조폭.신파.기승병병 시나리오. 반세기 넘게 나아지지
않는 음향기술.
좋은 배우들이 참 많지만 되려 그들을 소모할 만한
토대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별반 달라지지
않은것 같습니다.
29 율Elsa  
물론 한국영화가 정체되어 있거나 퇴보한 면이 있다면 지적하는 게 맞죠. 지금도 어느 순간부터 정체되어 있는 것이 보이거든요.
하지만 저는 한국 관객으로서 한국영화를 사랑하기 때문에 실낱처럼 보이는 발전의 희망을 놓치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9 막된장  
공감하는 바입니다.  저 역시 비판만 하려는건 아닙니다. 
그럴만한 영화내공도 없고, 정말 좋아하는 한국영화도 많거든요^^.
그저 아쉬운거죠.  요즘 헐리우드 영화들 보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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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박해원  
포스터가 이도공간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