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평

신과 함께 : 인과 연

29 율Elsa 2 845 0 0

좋은 기술은 스스로 절제할 줄을 아는 법인데.

평점 4/10


<신과 함께> 시리즈가 지향하는 것은 딱 두 가지다. 김용화 감독이 직접 대표로 있는 VFX 전문업체 '덱스터 스튜디오'가 CG로 구현한 저승 세계의 볼거리, 그리고 삶과 죽음을 아우르면서 인간사의 연(緣)에 맺어져있는 감정을 자극하는 신파. 그 외에는 없다. CG로 관객의 시선을 잡아끌고 신파로 직진하는 서사 구조인데 문제는 모든 게 과잉이다. CG도 과잉이고 감정도 과잉이다. 오락영화의 특성상 관객에게 아주 친절하려고 설명도 많이 하고 볼거리도 많이 보여주지만 딱히 감흥이 없다. 그러니까 덜어냈어야 하는 지점을 덜어내지 않았다. <죄와 벌>에 이어서 <인과 연>도 이런 단점을 고스란히 안고 간다.


CG는 전편의 반복이라 새로울 것이 없다. 변화라면 죄와 형벌에 관한 이야기에서 삶을 넘어 죽음까지도 이어지는 인연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이 거창한 이야기를 풀고자 <인과 연>은 액자식 구성을 취한다. 그런데 굳이 액자식 구성을 취했어야 했는지 의문이 들 만큼 성주신(마동석)의 내레이션으로 모든 걸 설명한다. 과거 장면에는 눈을 감고 내레이션에만 집중해도 이야기가 완성이 되는 정도다. 그리고 이 과거 장면은 뜬금 없이 튀어나오는 지라 극의 흐름도 계속 깨진다. 그럼에도 과거 장면은 꽤 비중 있게 다루어지는데 구태여 필요 없는 장면임에도 비중을 높인 것은 사극에서 다루어지는 대규모 전투와 설산의 웅장한 이미지를 관객에게 전시하기 위함이다. 현재 장면에서도 <죄와 벌>에서 보여주었던 저승의 이미지를 계속 관객에게 보여준다. 문제는 특수효과가 너무 이미지를 웅장하게 만들어서 서사가 축소된다는 점. 강림(하정우)과 해원맥(주지훈), 덕춘(김향기)의 눈물겨운 이야기를 다룸에도 눈물이 나지 않는 것은 '오락으로서의 기술'이 서사를 기능적으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간혹 뜬금 없는 이미지가 나타나기도 하는데 공룡이 나오는 장면은 볼거리를 충족시킨다는 점에서 목적을 달성하지만 앞뒤 서사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그야말로 동떨어지는 장면이다.


서사는 입으로만 설명되고 있는데 기술적 현란함이 볼거리를 과시하지만 그게 다다. 서사와 기술의 관계가 역전된 것이다. 그럼에도 눈물을 흘리는 캐릭터들의 표정을 클로즈업하는 카메라를 보면 즉효적인 눈물이 나긴 하지만 일회용으로 그쳐버린다. 좋은 영화는 관객의 눈물을 자극하지 않고도 관객이 스스로 자처해서 울게 만든다. <신과 함께>가 지향하는 눈물은 좋은 눈물이 아니다. 때로는 캐릭터의 사연을 알지 않을 때가 캐릭터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있는데 <죄와 벌>의 삼차사가 그랬다. 하지만 <인과 연>에서 삼차사의 사연을 '설명'함으로서 여유로웠던 캐릭터들을 박제화시켜버린다. 박제된 가짜로 다가오는 캐릭터의 무엇에 감응하란 말인가. 한국영화는 모로 가도 신파면 된다는 안일한 아이디어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과 함께 :인과 연>은 <죄와 벌>의 반복이라고 할 수 있다. CG의 오락과 신파의 구성도 똑같이 답습한다. 인연과 용서라는 거창한 주제를 이야기하지만 사실 시리즈는 오락영화이다. 대자본에다가 교훈까지 겸비하여 방학 시즌에 가족 관객을 안정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상업영화다. 한국 판타지의 장르를 열었다고는 하더라도 굳이 속편까지 이렇게 기시감이 들 정도로 반복했어야 했나라는 질문이 남는다.


CG만으로 2시간 20분동안 관객에게 즐기라고 할 때는 이미 지났다. 좋은 기술이 아니어도 좋은 이야기와 화법이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오락이 되고 교훈도 된다. 그런데 <인과 연>은 좋은 이야기가 될 수 있을 법에도 불구하고 기술이 서사를 앞지르는 바람에 서사가 평평해진 이상한 경우다. 부분이 전체의 밸런스를 깨뜨린 경우랄까. 결과적으로 기술이 장점이자 단점이 되었다. 좋은 기술은 스스로 절제할 줄 아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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